포르쉐 판매량 중 스포츠카가 아닌 세단·SUV의 비중이 무려 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엔과 파나메라, 마칸 등은 적자에 허덕이던 포르쉐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918 스파이더 같은 최고의 스포츠카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판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포르쉐가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르쉐는 작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7.1% 늘어난 18만9850대를 판매했다. 포르쉐 측은 정확한 모델별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파나메라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며, 911은 3만대 이상 팔렸다"면서 "특히 마칸이 출시 첫해 4만5000대 판매됐다"고 밝혔다.

포르쉐의 발표와 최근 추이에 비춰봤을 때 모델별 판매량은 카이엔 6만9000대, 마칸 4만5000대, 파나메라 2만5000대, 911 3만1000대, 박스터 1만3500대, 카이맨 750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카이엔이 잠시 주춤했지만, 신형 SUV인 마칸이 합류하면서 작년 65%대까지 떨어졌던 세단·SUV의 비율이 다시 73%까지 늘어난 것이다.

 

지금이야 세단·SUV의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포르쉐는 2001년까지 911과 박스터 등 소수의 스포츠카만을 판매하던 회사였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전체 판매량은 4만4000~5만5000대 수준으로, 911과 박스터가 엎치락뒤치락 40~60%의 비중을 번갈아 차지하며 전체 판매량을 늘려나갔다.

이런 구도는 2002년 포르쉐 최초의 SUV인 카이엔이 출시되면서 단번에 바뀌었다. 포르쉐 전체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911이나 박스터, 카이맨 같은 스포츠카의 판매량은 줄었다. 세단·SUV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나게된 것도 이때부터다. 일부에서는 '스포츠카 전문브랜드로서의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카이엔은 출시되자마자 2만603대를 팔아치우며 단숨에 30.8%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다음해에는 4만3582대로 50%를 넘겼다. 특히, 2011년 5만9898대, 2012년 7만4763대, 2013년 8만4204대 등 최근에는 판매량이 크게 늘었으며, 점유율도 50%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에 포르쉐는 2005년에 카이맨을 출시해 스포츠카 라인업을 늘렸고, 카이엔의 비중은 2006년 32%까지 떨어졌다. 특히, 2006년은 911 3만6849대, 박스터 1만3159대, 카이맨 1만6714대 등 총 6만5379대가 팔리는 등 포르쉐가 역대 최고의 스포츠카 판매 실적을 기록한 해이기도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박스터와 카이맨의 판매량은 급속히 줄어든데 이어 2009년에는 4인승 스포츠 세단 모델인 파나메라까지 등장했다. 파나메라는 출시 이후 2010년 2만2623대, 2011년 2만6840대, 2012년 2만9030대 등 판매량일 꾸준히 늘려갔다. 덕분에 카이엔을 포함한 승용 모델의 비중도 2007년 39%에서 2012년 73%까지 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칸의 등장은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로서 포르쉐가 가지고 있던 위상을 다시 한 번 변화시켰다. 낮은 배기량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 등 그동안 높게만 느껴졌던 포르쉐의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는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마칸은 포르쉐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는데, 포르쉐 역시 "마칸은 작년 4만5000대가량 판매됐는데, 이 중 대부분은 포르쉐를 처음 구입한 사람"이라고 설명할 정도다.

게다가 포르쉐는 현재 파나메라보다 한 단계 아랫급 4도어 스포츠 세단인 '파준(Pajun)'을 준비 중이어서 앞으로 스포츠카 비중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카이엔과 마칸처럼 파나메라와 파준으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을 완성해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와도 경쟁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포르쉐 관계자는 "세단·SUV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포르쉐의 DNA는 어디까지나 스포츠카"라면서 "911과 박스터, 카이맨 등이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회사에서도 새로운 스포츠카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크게 신경쓸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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