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12, 119? '신고전화' 개념 바꿔야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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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0 19:03
[기자수첩] 112, 119? '신고전화' 개념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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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차를 몰고 신용산역 부근을 지나다 떠들썩한 비명 소리를 듣고 차를 세웠다. 처음에는 어디 대단한 스타라도 등장한 줄만 알았다.

주변을 살피다 맞은편 차선을 보니 스카니아 대형 덤프 트럭이 길 중간에 서있다. 바퀴에는 누군가가 누운채 공중으로 팔을 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퀴에 하반신이 깔린채였다.

이때 트럭 운전자는 뭔가 걸렸다는건 알고도 사람이 깔린 줄은 몰랐던건지 갑자기 후진을 하는 바람에 바퀴에 낀 사람은 다음 바퀴에 다시 깔려 들어가는 형국이었고 상반신만 나온 이는 팔을 흔들며 끔찍한 신음소리를 냈다. 떠들썩 했던 소리는 알고보니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경악하며 질러대는 비명이었다. 

# 신호와 관계 없이 대형차를 주의해야

그 광경만 보고 누구 잘못으로 사고가 났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트럭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동안 보행자가 차에  가까이 붙었던 모양이다. 대형차는 뒷바퀴 궤적이 앞바퀴에 비해 훨씬 안쪽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차에서 내려 트럭 운전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팔을 흔들고 소리를 질렀다. 트럭운전자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듯 문을 닫고 차에서 내렸다. 

직접 구조를 도왔어야 하지만, 팔다리가 후들거려 도저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더구나 몇년전인가 교통 사망사고를 도운 이후 훼손된 시신 모습이 떠올라 며칠 동안 잠을 못이룬 생각도 났다. 

대신 한시라도 빨리 신고를 해야 했다. 뭘 눌러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다산콜센터 120에 전화를 했다. “여기 심각한 교통 사고가 났는데요”, “사고 지점이 어디인가요.”라고 묻는다. 너무 당황해서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 사고 신고 방법 바뀌어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지난해 11월 이미 4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동전화 가입자의 70%가 스마트폰이다. 가정전화를 포함해 숫자버튼을 누르는 전화에 비해 스마트폰 전화가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전화보다 스마트폰이 더 중요한 신고 도구가 됐지만 아직 제대로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112 신고앱. 20세 이상 남자는 가입 되지 않는다. 

우선 스마트폰은 더 이상 숫자버튼을 누르는게 자연스럽지 않다. 통화앱에 들어가서 키패드를 선택한 후 버튼을 여러개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일련의 작업을 해야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위급할때 조작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앱을 실행시키는건 버튼 하나를 터치만 하면 끝난다.  112를 누르는데 걸리는 시간과 앱을 하나 누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보자. 

또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구분 없이 스마트폰이라면 대부분 GPS/GLONASS 내지는 와이파이DB를 통해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따라서 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거기가 어딘가요”를 물어보고 답한 곳으로 찾아가는게 아니라, 앱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찾을 수 있다. 하다못해 짜장면을 시킬때도 전화로 주소를 말해주는 대신 배달 앱을 사용하는데, 경찰에게 신고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주소를 불러주는건 이상한 일이다. 더구나 교통 사고 신고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곳에 살던 사람이 아니라 이동 중 신고를 하기 때문에 지역을 잘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119 신고앱. 단순히 '문자보내기'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화 중심의 신고 방법에서 벗어난 스마트폰앱을 마련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버튼만 한번 누르면 상대방과 통화하거나 목소리로 신고하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는 기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와있는 앱들은 사실 한심한 정도다. 112 신고앱은 가입자 연령과 성별을 물어 남자면 아예 신고를 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신고가 너무 몰리는게 우려돼서란다. 그렇다면 112에 전화를 하는 사람도 자신의 상황먼저 설명하고 신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119 신고앱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고 버튼을 누르면 쌩뚱맞게 119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화면으로 넘어갈 뿐이다. 이럴거면 대체 뭐하러 앱을 설치한단 말인가. 

훌륭한 앱을 만들고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스마트폰 주요 페이지에 해당 앱을 설치하도록 계몽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노력은 해줘야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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