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환골탈태' 푸조 308, "골프가 지겨운 당신에게"
  • 가평=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5.05.20 09:13
[시승기] '환골탈태' 푸조 308, "골프가 지겨운 당신에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스바겐 골프는 강적이었다. 탄탄한 주행 감성과 우수한 연비, 실내외 디자인 등은 당시 다른 소형 해치백들보다 한발 앞선 것이었다. 게다가 독일차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니 고민할 것도 없이 골프를 선택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신형 푸조 308을 타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워낙 큰 폭으로 발전해 일부 사양은 골프보다 오히려 더 낫다.

푸조는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보겠다는 듯 모든 기술을 다 집어넣었다. 최신 플랫폼을 이용한 것은 물론, 개선된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했으며, 실내외 디자인을 말끔히 다듬고 최신 사양들을 알차게 채워 넣었다. 푸조는 세대를 바꿀 때마다 306, 307, 308로 이름을 바꿔왔는데 이번에는 308(T9)이라는 이름을 유지한채 내용물을 모두 풀체인지 한 점은 이례적이다. 308이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큰가 보다. 

가평 인근 약 80km를 주행하며 푸조 308을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308 1.6 모델 중에서도 고급 트림인 알뤼르(Allure)로, 가격은 3190만원이다. 

◆ '울컥' MCP는 끝.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대만족'

▲ 푸조 신형 308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가장 와닿는 것은 아무래도 반자동 변속기인 MCP 대신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기존 국내에 판매되는 배기량 1600cc 이하급 모든 차량에 MCP를 장착돼왔다. 비록 연비가 좋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울컥거리는 변속 충격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고초를 겪었다. 시승이라도 할라치면 차를 타기 전 "유럽감성이니 놀라지 마시라"고 한참을 설득해야 했다. 그나마 "뒤통수 때리는 차는 도저히 못타겠다"면서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태반이었다. 

유럽에서는 수동변속기가 주력이었고,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은 자그마한 아시아 시장을 위해 굳이 자동변속기를 달아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이 선진국이고 아시아 사람들이 오히려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건 푸조(PSA)의 지분을 중국 둥펑자동차가 가져가 프랑스, 푸조 집안, 중국 둥펑 자동차가 똑같이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나마 우리와 비슷한 성격의 중국인들은 MCP가 달린건 차로 쳐주지도 않았다. 프랑스인들이 수동변속기의 장점이나 MCP의 우수한 효율에 대해 얘기했지만 중국인들은 한마디로 답했다. "중국에서 차 팔기 싫어?" 

그 결과가 바로 신형 308이다. 푸조의 가장 큰 약점은 MCP였다. 308을 시작으로 그게 약점이 해소된다니 기쁜 일이다.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는 것만으로도 308에 대한 첫인상이 확 좋아진다. 출발부터 내내 울컥거리던 MCP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다. 신형 308의 6단 자동변속기는 아이신 제품으로, 푸조 수입원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아이신이 ZF보다 내구성이 좋고 고장률이 낮다”고 주장했다.

▲ 푸조 신형 308에 탑재된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ZF보다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이 6단 자동변속기는 푸조가 새롭게 만든 1.6블루HDi 엔진과 꽤 잘 어울린다. 주행감이 월등히 좋아졌으며 엔진의 동력을 충분히 잘 전달하면서 빠르고 매끄럽게 기어 단수를 바꿔나간다. 패들시프트 변속도 가능해 엔진 회전수(rpm)를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재밌게 달릴 수 있다.

다만, 이번 308은 부드러운 변속감을 얻은 대신 우수한 연비는 포기해야 했다. 기존 308 1.6 MCP 모델의 연비는 18.4km/l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장착된 골프 1.6(18.9km/l)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신형으로 바뀌며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면서 연비가 16.2km/l로 약 11%가량 떨어졌다.

때마침 연비 측정이 까다로워지는 등 다른 변수도 있었겠지만, 과거 푸조에서 “MCP 변속기는 같은 단수의 수동변속기보다 8%, 자동변속기보다 12%가량 연비가 우수하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변속기로 인한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 푸조 신형 308

그러나 굳이 둘 중 선택하라고 하면 MCP보다는 연비가 10% 나쁘더라도 변속이 부드러운 6단 자동변속기를 고를 듯하다. 연비가 줄었다지만 여전히 1등급인 데다가, 실제 주행 연비는 더 좋을 것이라서다.

◆ 근본부터 뜯어고친 신차, 푸조의 역사는 308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푸조의 역사는 신형 308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형 308은 근본부터 새롭게 뜯어고쳤다. 새로운 EMP2 플랫폼은 모듈러 플랫폼이다. 전면부는 동일한 구조지만, 필요에 따라 길이를 늘이거나 너비를 넓히며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원가 절감에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최근 여러 자동차 브랜드에서 도입하고 있는 기술이다. BMW의 경우 모든 세단과 SUV를 각각 1개의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을 정도다.

▲ 푸조 신형 308의 EMP2 플랫폼

푸조는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개발한 EMP2 플랫폼을 통해 신형 308의 강성을 높이면서도 뼈대의 무게를 140kg까지 줄였다.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합금의 사용을 대폭 늘리고, 플랫폼의 76%를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고, 보닛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특히, 충분한 강성 확보를 위해 레이저 용접 사용을 12m로 늘렸고, 핫스탬핑 공법의 적용 범위도 넓혔다. 신형 308 1.6의 무게는 1370kg으로, 이전 모델(1350kg)보다 20kg 무거워졌지만, 변속기를 바꾸고 유로6를 기술이 추가되고,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푸조 신형 308의 화이트 바디

새로운 플랫폼의 진가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잠시만 주행해봐도 몸으로 느껴진다. 차의 무게 이동이 자연스러운 데다가,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거칠기로 유명한 프랑스 노면에서 담금질한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줬고, 댐퍼와 스프링 개선을 통해 요철 등을 지난 후 발생하는 2차 충격과 잔진동을 최소화시켰다.

MDPS 방식으로 바뀐 작은 크기의 스티어링휠은 잡는 느낌도 좋았고, 별다른 유격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였다. 스티어링휠과 차체의 움직임이 꽤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은 매우 만족스러운 점이다. 중미산의 험난한 와인딩 구간을 주행하는 내내 신속히 머리를 움직이며 방향을 잡아냈고, 후면부도 제법 말을 잘 들으며 재빨리 쫓아왔다.

▲ 푸조 신형 308 실내. 스티어링휠이 매우 작다

정신없이 와인딩을 하다 보니, 그동안 MCP 변속기를 핑계로 푸조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사실 푸조는 다카르랠리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그 누구보다 충실히 주행 성능을 갈고 닦았다. 이런 노력이 새로운 플랫폼과 결합돼 신형 308은 그 어떤 소형 해치백 못지않은 달리기 능력을 보여줬다. 

한불모터스 관계자 역시 “308은 푸조에서 가장 잘 만든 모델이면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라며 “소형 해치백 시장에서 어떤 모델과 비교해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 달라지 엔진, 성능 높인 유로6 '만족' 사운드제너레이터 '불만족'

▲ 푸조 신형 308는 SCR과 DPF 기술을 통해 유로6를 만족시켰다

푸조는 변속기와 플랫폼 변화에 맞춰 엔진 세팅도 바꿨다. 가장 큰 이유는 유로6 기준에 맞추기 위함이지만, 사실 소비자들은 유로6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동력 성능이 얼마큼 달라졌나,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연비는 어떻게 달라졌나를 궁금해할 뿐이다. 참고로, 308의 유로6는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과 DPF(디젤 입자필터)기술이 사용됐다. 이 기술은 애드블루라 부르는 요소수가 필요한데, 엔진 오일 등의 소모품처럼 7만km마다 보충해야 한다. 가격은 1만5000원 정도다.

▲ 푸조 신형 308에 탑재된 1.6블루HDi 엔진

신형 308에 탑재된 1.6리터급 블루HDi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로, 이전(112마력, 27.5kg·m)보다 동력 성능이 꽤 좋아졌다. 제원상으로는 골프 1.6(105마력, 25.5kg·m)과 비교해도 10% 이상 우수한 수치다. 특히, 비슷한 회전수에서 토크가 크게 향상돼 초반 가속력이 더 뛰어나며, 중고속 영역까지 빠르게 속도를 냈다. 또, 공회전 및 주행 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도 잘 잡아냈다. 정상적인 드라이브(D) 모드에서 는 진동과 소음으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엔진이다.

▲ 푸조 신형 308에는 스타트 버튼, 스포트 버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버튼 등이 기어 노브 아래 위치했다

기어 노브 아래에 있는 스포트 버튼을 1~2초가량 누르면 다이내믹모드로 바뀐다. 핸들링이나 서스펜션의 변화 없이 변속 타이밍을 늦추면서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인데, 특이한 점은 가상의 배기음을 스피커로 내게 했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현대차 벨로스터에도 있는 기능이다. 

그런데 이 가상 사운드가 벨로스터와는 달리 듣기 영 거북했다. 음이 어색하다 못해 귀가 먹먹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무조건 작동해버리는 탓에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려면 어쩔 수 없이 이 소리를 참고 견뎌야 했다. 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어서 차라리 운전자에 따라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온/오프 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