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승기] 캐딜락 ATS…BMW 3시리즈를 되살렸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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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6 11:38
[영상시승기] 캐딜락 ATS…BMW 3시리즈를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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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다. 우리는 출산 제한 정책이 한창이던 1972년에 이미 고령사회가 됐다. 2009년부터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이제 5명 중 한명이 65세 넘는 노인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이 차를 구입하지 않는 분위기까지 퍼져 자동차를 구입하는 연령대는 날로 높아졌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BMW를 구입하는 독일 소비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를 넘는데 이르렀다. ‘스파르탄 감각’을 특징으로 삼던 독일차들도 점차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팔 아파서 단단한 핸들을 못돌리겠다는데 어쩌겠나. 

반면 미국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올해 들어서야 고령사회에 진입, 14%로 선진국 중 노인 비중이 가장 적은 편이다. 더구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특성 탓에 젊은 이들이 차를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갖췄다. 

이런 이유로 BMW 3시리즈는 몇차례 세대 교체를 거치며 부드러운 자동차로 탈바꿈한 반면, 캐딜락 ATS는 여전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강인한 감각을 지켜낼 수 있었다. 

 

# 대체 이런 차를 왜 만든건가

애초 캐딜락은 중형차 CTS를 신GM의 대표격으로 내놓을 생각이었다. 3시리즈 가격에 5시리즈 크기의 차를 주면 성공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CTS를 시장에 내놓고나서야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그 크기의 차를 좋아한다는 것이지, 더 큰 차를 거져 준대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캐딜락은 이보다 작고 더 스포티한 자동차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캐딜락 ATS의 치프엔지니어 데이브마치(Dave Masch)는 여러차례 이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가장 다이내믹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도 명확했다. BMW 3시리즈 중 1999년에 나온 E46을 철저하게 벤치마크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BMW가 진정한 스포츠세단이라는 생각에서다. 

BMW 신형 3시리즈가 너무 부드러워져서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실내에 타면 구형 3시리즈, 진정한 스포츠세단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디자인은 한군데도 같은 곳을 찾을 수 없지만 낮디낮은 시트포지션부터 핸들의 위치, 거리, 감촉, 공간감, 개방감까지 매우 비슷하다. 

당시 BMW의 핵심이던 서스펜션이나 주행감각까지 고스란히 따랐다.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은 신형 BMW와 같은 방식(벨트타입 EPS)을 채택했다. 

고속 안정감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독일차를 벤치마크한다지만 이 정도까지 명확하게 따라간 경우는 처음이다.

 

# 3시리즈를 뛰어넘는 미국차

국내 판매 가격은 5300만원으로 가격은 BMW 420d보다 낮은 가격인 반면 파워트레인은 272마력으로 6420만원짜리 428i를 훌쩍 뛰어넘는다. 변속기 또한 일부 BMW에 장착되던 바로 그 GM 6단 변속기(6L45)여서 더욱 BMW적이다. 물론 BMW는 이미 8단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테리어 일부 소재의 고급감이 조금 떨어지는 점이나 터치 버튼을 대거 도입한 부분은 아쉽다. 특히 주차브레이크를 풋브레이크로 한 것도 개인적으론 불만이다. 이 정도 스포츠세단이라면 사이드를 당기며 드리프트도 가끔 해야 제맛 아닌가.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취향차이인만큼 큰 문제라 하긴 어렵다. 

우월한 부분도 꽤 있다. 무게는 3시리즈(혹은 4시리즈)에 비해 더 가볍고 강성은 더 높다. 개발 책임자 데이브마치는 이를 위해 GM고유의 룰을 대부분 깨뜨렸다고 밝혔다. GM의 개발공식을 따르지 않고 주행성능에만 집중한 예외적인 자동차라는 설명이다. 

 

전자장비도 아주 마음에 든다. 내비게이션은 ‘모터그래프’를 입력하면 바로 검색해주는 정도로 괜찮은 제품이고, 햅틱 반응을 통해 눌렸는지를 느껴지도록 만든 터치패널이다. 차선을 넘지 않도록 핸들을 조작해주는 차선 이탈방지장치가 있고, 사각지대에 차가 나타나면 시트 엉덩이 부분을 진동시켜 운전자에게 살짝 경고를 해주기도 한다. 추돌이 예상되면 앞유리에 빨간 불빛을 깜박이며 경고음을 낸다.

누구나 시승 해보면 만족감이 높아 깜짝 놀랄 정도. 이론적으로는 상당 부분에서 독일차들보다 낫다. 다만 이 차의 브랜드는 캐딜락이라는 점이 색안경을 끼고 차를 보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지난 2년간 실적을 보면 세계적으로 연 3만대 정도를 판매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출중한 성능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정받는 자동차인만큼 장기 보유를 마음먹었다면 한번쯤 고려해보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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