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는 당차다. 작지만 알차다. 패밀리카로는 다소 부족해보여도, 퍼스널카로는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골프를 형으로 뒀음에도 기죽지 않고 40년을 버텼다. 슬프게도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만, 골프조차 사치스럽다고 느끼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많다. 또 골프의 공간도 낭비라고 여긴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폴로는 1975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16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자신만의 위치를 지켰다.

이제 폴로는 골프 못지 않은 라인업을 갖췄고, 밑으로 업!이란 동생까지 생겼다. 업!을 보면 폴로는 결코 작은 차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폴로는 여전히 4m가 넘지 않지만, 차체 제작 기술은 발전했고 공간확보에 대한 노하우도 충분히 쌓았다. 공간이 풍요로운 수준은 아니지만, 막연히 작다고 지레짐작하단 큰코 다친다.

 

#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겉으로 보기엔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된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세부적인 디자인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여전히 얼핏보면 골프와 큰 차이가 없는데, 새로운 외장 색상이 추가되면서 분위기도 비슷해졌다. 이번에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R라인 디자인 패키지가 적용됐다. 폭스바겐코리아가 폴로를 들여올때 가장 고민한게 이 부분이다. 기본 모델은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작정 사양을 높이기엔 판매가격에서 경쟁력이 떨어질게 뻔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을 제외하고 R라인 패키지를 선택했다.

 

R라인 패키지엔 그릴, 범퍼, 리어 스포일러 등이 포함됐고, 일반 모델에 비해 훨씬 스포티하다. 또 각 부품이 허술하지도 않다.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WRC에서 맹활약하는 폴로 R 랠리카의 모습도 얼핏 떠오른다.

 

디자인 변화는 실내를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스티어링휠은 D컷, 계기반은 실린더 타입으로 변경됐다. 기존 모델의 센터페시아는 저렴한 플라스틱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이번엔 크롬 트림이 사용됐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었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세부적인 디자인도 골프의 것을 물려받으면서 이전에 비해 훨씬 세련돼졌고 촉감도 나아졌다. 

 

모니터는 6.5인치로 무척 커졌다. 마치 내비게이션이 장착됐을 것 같지만 역시 없다. 몇년 전만 해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지적을 많이 받았을텐데, 지금은 그것이 크게 불편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만큼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이젠 그 스마트폰을 충전할 USB 단자만 있으면 된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띄울 수 있는 미러링크 시스템도 탑재됐는데, 아이폰은 안된다. 의외로 우린 아이폰에 열광하지만 최신 자동차에 탑재되는 미러링 시스템이나 무선충전 기능 등은 안드로이드 체제가 호환이 더 잘된다.

 

# 배기량은 낮추고, 성능은 그대로

이번 페이스리프트의 핵심은 엔진 변화다. 기존 1.6리터 4기통 TDI 엔진이 1.4리터 3기통 TDI 엔진으로 변경됐다. 실린더 하나를 뚝 뗐고, 이에 따라 배기량도 줄었다. 그럼에도 출력은 그전과 동일하게 맞췄다. 변속기도 7단 DSG 변속기가 그대로 조합됐다. 

 

3기통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이질감이 없다. 걸걸한 음색도 이전과 동일하다. 아무래도 차가 작고, 극심한 원가절감이 이뤄지다보니 골프 수준의 방음처리는 하지 못한 것 같다. 고속에서도 노면 소음이 많이 유입되는데, 그래도 안정성만큼은 동급 중 가히 최고라 할만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절대 허투루 만든 차는 아니란걸 알 수 있다.

 

두자릿수 최고출력은 1200kg에 불과한 폴로를 최고속도로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7단 DSG 변속기는 적극적으로 힘을 앞바퀴로 전달한다. 애걔,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칠 수준이다. 나름 시속 100km까진 막힘없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변속 속도는 빠르고, 계기바늘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 극적인 상황도 연출한다. 디젤 엔진 임에도 비교적 엔진회전수를 높게 쓰는 것도 역동성을 느끼게 해준다.

핸들링도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 폭스바겐 전륜구동차의 핸들링은 확실히 무언가 다르다. 절대 평범하지 않다. 뼈대가 단단하고, 스티어링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그래서 조작이 쉽다. 누구나 충분히 눈으로 그리는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 

 

연료효율을 위한 오토스타트스톱은 매끄럽지 못했다. 비탈길에서 정차 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는 힘이 부족했는지, 조금 움직이다 시동이 꺼졌다. 당황해서 D모드에서 시동을 걸기까지 했다. 시승하는 동안 이런 상황이 두번이나 발생했다. 처음 발생하고 다시 재현하려 노력할 땐 일어나지 않았고, 방심한 순간 다시 발생했다.

# 기본에 충실한 차

폴로는 독일차 최초로 2천만원대 가격으로 판매되며 국내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이미 기존 물량을 모두 소진해 판매를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폴로의 성공을 보면, 소비자들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수입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겐 차의 크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살 뿐이다. 홀리면 그것의 크기와 가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은 차는 무조건 저렴해야 한다는 오랜 고정관념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물론, 아무나 폴로나 골프처럼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현대차 엑센트가 2620만원이나 한다면 누가 사겠는가. 폴로는 폭스바겐 브랜드가 주는 신뢰와 스스로 오랜 역사까지 쌓았다. 현 모델은 비록 폭스바겐그룹이 자랑하는 MQB 플랫폼은 아니지만, 아우디 A1, 세아트 이비자 등과 동일한 뼈대를 갖고 있다. 고성능 모델까지 염두해 차체 강성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다. 여기에 유로6를 만족하는 3기통 디젤 엔진과 DSG 변속기는 폴로를 더욱 빛나게 한다. 또 누구보다 자동차 본질에 충실한 모습은 크기가 작다고 폴로를 얕보는 이들의 뒷통수를 칠만하다.

* 장점

1. 디젤 엔진과 DSG 변속기의 조합. 

2. 기대를 뛰어넘는 핸들링.

3. R라인 패키지는 신의 한수.

* 단점

1. 시끄럽다. 원초적인 디젤 음색.

2. 나아지곤 있지만, 마감은 여전히 허술하다.

3. 오직 한가지 트림.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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