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독일 뉘르브르크링 서킷에서 주행 테스트를 하던 애스턴마틴 DB11이 카메라에 잡혔다.

DB11은 애스턴마틴 DB9의 후속모델이다. DB10은 영화 007시리즈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는 모델 이름이어서 건너 뛰나보다. 

애스턴마틴은 최근 발표를 통해 5년 후인 2020년까지 현재의 라인업을 모두 신모델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의 일환이 바로 DB11이다.

애스턴마틴은 새 파워트레인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 추가되는 파워트레인으로 4.0리터급 V8 엔진이 유력한데,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공급받게 된다는 소문이다. 

이번에 포착된 DB11에는 이 신형엔진이 탑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6.0리터 V12 엔진이 장착되던 DB시리즈가 큰 폭의 엔진 다운사이징을 하는 셈이다. 

DB11 테스트카는 차체 전체가 위장막으로 꼼꼼히 가려져 있고,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 등은 실제 모습을 가리기 위해 괴상한 부품으로 바꿔 끼워져 있다. 정확한 디자인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차체 실루엣을 통해 외관 디자인 일부를 짐작할 수 있다.

보닛이 길고 후면부가 짧은 애스턴마틴 특유의 차체 라인은 신형에도 그대로 유지됐으며, 기존 모델에 비해 넓어진 전면 공기흡입구가 적용됐다. 특히, 두툼하게 돌출된 리어 휀더는 기존에 비해 과하게 부각돼 이 차의 성격을 강조한다. 심지어 리어 휀더만 보면 상위 모델인 뱅퀴시보다 고성능 모델로 느껴질 정도다.

후면부엔 듀얼 배기파이프가 적용됐고, 트렁크 상단엔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됐다. 시험주행차의 스포일러는 임시로 장착해 둔 테스트용 보조 장치로 보이며, 실제 스포일러의 모습은 뱅퀴시의 리어 스포일러처럼 트렁크와 이어진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일램프는 동그란 모양의 위장용 장치가 부착돼 실물을 확인할 수 없게 했지만, 그 모습도 마치 페라리의 테일램프를 연상시킨다. 테스트카의 휠에는 개발 테스트용 장치가 부착됐다.

차체는 매우 낮게 디자인됐으며, 고속 주행 상황에서 다운포스를 위한 기술과 설계가 적용돼 서킷 주행 시 타이어와 차체가 거의 맞닿아 있다.

DB11의 실내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테스트카임에 따라 인테리어 장식은 완성되지 않았고, 테스트용 장비의 여러 배선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운전석 도어 안쪽에는 카본 파이버 소재가 적용됐고, A필러는 알칸타라 소재가 사용됐다.

의외로 평범한 디자인의 계기반이 장착됐으며, 스티어링 휠엔 금속 재질의 패들 시프트가 적용됐다. 센터페시아에는 팝업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상단부에 탑재됐고, 아래쪽에 특유의 기어 변속 버튼, 공기토출구, 공조기 및 오디오 컨트롤러 등이 위치했다.

센터페시아의 가장 아래쪽에는 인터쿨러 온·오프 스위치 네 개가 장착됐다. 인터쿨러는 터보차저를 통해 실린더로 흡입된 공기를 냉각하는 장치로 엔진의 연소효율을 높여 출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이 차에는 트윈터보가 적용된 엔진이 탑재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조수석 콘솔박스 위에 부착된 테스트카 사용 수칙을 빼곡이 정리한 메모가 눈에 띈다. 정리된 메모 내용을 살펴보면, 이 차의 개발코드명은 ‘VH500-X1’이다. 또, 이 차에는 에어백이 장착돼 있지만, 아직 제 기능을 위한 설정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메모에는 지켜야 할 수칙이 적혀있으며, 일반 도로 정차 및 주차를 금지하는 내용과 일반 주유소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 등이다. 이 차를 타고 도로에 나갈 때는 애스턴마틴 작업복 착용을 금지한다는 문구도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