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ATS 쿠페, "독일차보다 더 독일차 같은"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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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9 14:20
[시승기] 캐딜락 ATS 쿠페, "독일차보다 더 독일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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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에 앉자마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트 포지션이 무척 낮다. 엉덩이가 지면에서 불과 한뼘도 안되는 곳에 위치하는 것 같다. 스티어링휠은 작지만 두툼했다. 가죽의 감촉도 좋다. 알루미늄 페달과 풋레스트의 각도나 감촉도 남다르다. 무릎은 약간만 굽히면 됐다. 대신 세밀한 발목 움직임을 요구한다. 기어노브는 스티어링휠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였고, 마그네슘 재질의 패들시프트는 누를때마다 딸깍하는 소리를 냈다. 

 

캐딜락 ATS 쿠페는 스포츠 쿠페의 기본적인 요소가 충만하다. 날카롭게 코너를 돌고, 숨멎을 정도로 속도를 줄인다. 터보 엔진은 회전이 매끄럽고 호쾌하다. 캐딜락은 ATS 제작 초기부터 공공연히 BMW 3시리즈를 언급했는데, 소비자들이 BMW에게 기대했던 것을 대신 만족시켜주고 있는 듯한 기분 마저 든다. ATS 쿠페는 5세대 E90 3시리즈처럼 절도있게 움직이면서도, 6세대 F30 3시리즈처럼 편안하기까지 하다.

# 유럽차보다 더 유럽차 같다

빠른 차는 많지만, 설렘을 주는 차는 그리 많지 않다. 속도의 공포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빠르지 않아도, 손과 발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차는 충분한 희열을 준다. 여기에 ATS 쿠페는 수준급의 달리기 실력까지 겸비했다. 

두툼하고 묵직한 스티어링휠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심박수가 상승한다. 노면의 정보가 엉덩이와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마치 직접 앞바퀴를 보고 있는 듯, 스티어링휠 조작과 앞머리의 움직임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독일 ZF의 전자제어 파워 스티어링은 오차를 허락하지 않는다. 속도에 따라 무게감이 바뀌지만, 이질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휠이 무거운 점도 역동적인 주행을 특징으로 하는 스포츠 쿠페에겐 장점이다.

 

캐딜락이 자랑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다. 연이은 코너에서도 한쪽으로 쏠리는 무게를 잘 견딘다. 순간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하는 코너의 정점에서도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고, 우수한 그립을 유지한다. 운전자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가졌다.

 

핸들링을 강조하기 위한 새로운 설계와 노력도 돋보인다. ATS 세단에 비해 좌우 바퀴의 거리가 20mm 넓어졌다. 이와 함께 너비는 35mm 넓어지고, 높이는 25mm 낮아졌다. 날렵함과 역동적인 시각적 효과를 갖게 된 것은 물론이며, 무게 중심도 한층 낮아졌다. 스포츠 모드에선 스티어링이 한껏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차체의 무게가 지속적으로 서스펜션에 가해질 상황에는 꿋꿋하게 잘 버티지만, 빠른 속도로 요철을 지나거나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에선 위아래 흔들림을 허용한다. 순간적으로 서스펜션에 무게가 전달될땐, 유럽차보다 신속하게 대처하진 못한다. 어쨌든 미국적인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했다.

# 검증된 캐딜락의 4기통 터보 엔진

엔진 성능은 경쟁 모델을 웃돈다. 가속 성능은 나무랄게 없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부터 충분히 힘이 발휘된다. 6500rpm 부근에서 변속되며, 수동모드에서는 자동으로 시프트업 되지 않는다. 6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이렇다 할 색깔을 찾기 힘들다. 듀얼클러치의 신속함, 8단 변속기의 부드러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다. 여러 요소를 적당히 수용했을 뿐, 명확한 특징이 부족해 보인다.

 

6000rpm을 넘기며 달릴 땐, 날카로운 엔진 소리가 슬며시 들린다. 허나 매우 밍밍하다. 문득 쏘나타 터보의 생기없는 엔진 소리가 뇌리를 스친다. 럭셔리를 강조하기 위해 마냥 과격함만을 강조할 순 없었던 모양이다. 작정하고 만든 고성능 모델인 ATS-V 쿠페가 이런 갈증을 해소해주겠지만, 그 간극을 채워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페라리 뺨치는 멋진 배기 파이프도 그에 걸맞는 소리를 내진 못한다. 호쾌한 가속 성능 때문에 여러 자극적인 요소가 배제된 것이 더 아쉽기도 하다. 

 

엔진 성능은 경쟁 모델을 웃돈다. 터보 차저의 도움으로 리터당 약 140마력에 근접하는 힘을 낸다. 처음 캐딜락이 2.0리터 터보 엔진을 공개했을 땐, 그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터보 차저를 이용한 극단적인 2.0리터 엔진이 속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2.0리터 4기통 AMG 엔진이나, 볼보의 2.0리터 4기통 T6 엔진 등과 비교하면 괜히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272마력의 힘은 어렵지 않게 ATS 쿠페를 최고속도까지 이끈다. 고속주행에서는 긴장감보단 편안함이 더 느껴지기도 한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통해 엔진 소리까지 희미해지는 것은 아쉽지만, 일단 바람소리나 노면 소음도 걸러낸다.

 

넓고 낮은 차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속 주행이 가능하고,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이나 운전석 시트에 진동을 보내 차선 이탈을 알려주는 시스템, 스스로 상향등과 전조등을 조절하는 인텔리빔 하이빔 컨트롤 등이 더해져 안전성도 높인다.

# 캐딜락 르네상스의 결실

최근 캐딜락의 신차를 타보면 사뭇 그 완성도에 놀란다. 2000년대 들어서 GM이 적극 추진한 캐딜락의 프리미엄화와 글로벌화가 결실을 보고 있다. 이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상향 평준화됐고, 차의 기본기는 이미 한계 수준에 올라 발전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캐딜락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발전 폭이 눈에 띌 정도로 크며, 빠르게 독일 브랜드를 쫓고 있다. 주행감각 뿐 아니라, 첨단 및 편의 장비도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ATS 쿠페는 많은 면에서 독일 브랜드의 쿠페를 닮았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방향성 면에서 확실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캐딜락이 1960년대 화려하고 거대한 쿠페로 뭇남성들을 설레게 했다면, 이젠 겉은 강렬하고, 속은 알찬 쿠페로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 장점

1. 시트포지션과 핸들링의 완벽 조화.

2. 최고급 소재와 빈틈없는 실내 마감.

3. 다양하고 기발한 편의 및 안전 장비.

* 단점

1. 파워트레인은 격정적이지 못하다.

2. 실내 하이그로시 패널은 지문에 취약하다.

3. 아무리 쿠페지만, 뒷좌석에 대한 배려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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