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사라진 차, “식스맨의 무한도전은 끝났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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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3 20:29
조용히 사라진 차, “식스맨의 무한도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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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때 떠나고 싶었겠지만, 제대로 주목 한번 못 받고 우리 곁을 떠난 차들이 있다.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돌아온다면 이번 실패를 곱씹고 개선해 큰 환영을 받았으면 좋겠다.

# 쌍용차 체어맨H

2014년 12월 31일부로 쌍용차 체어맨H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8년 1월부터 체어맨H란 이름이 붙었으니 7년을 꽉 채웠다. 그나마 체어맨H에겐 마치 70년 같았던 시간이었겠다.

쌍용차 체어맨 H

1997년 첫 출시된 체어맨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유럽 스타일의 주행감각과 승차감, 다양한 편의사양, 중후한 디자인 등은 체어맨을 대형차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쌍용차의 주인이 몇번 바뀌면서 체어맨의 위상도 한풀 꺾였다. 

특히 2008년, 체어맨은 보급형이라 할 수 있는 H와 고급형 모델인 W로 나뉘게 됐다.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체어맨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만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결국 체어맨H은 여러 노력에도 판매가 회복되지 않았고 급기야 단종되고 말았다.

쌍용차 체어맨H의 뒷모습

체어맨H와 관계없이 체어맨W는 여전히 판매 중이다. 쌍용차는 꼭 고급 세단이 아닐지라도 체어맨 브랜드는 버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이유일 전 사장은 아무래도 쌍용차가 SUV 전문 브랜드로 가는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체어맨 SUV가 나올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 현대차 아반떼 쿠페

아반떼 쿠페는 최근 현대차 신차 중에서 가장 짧은 생을 살았다. 아반떼 쿠페는 2012년 부산모터쇼에 등장해 누구보다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지만,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다.

쿠페 특유의 스포티함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할 계획이었지만, 아반떼 쿠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조롱거리가 됐다. 아반떼 세단에 비해 배기량이 높은 엔진이 탑재됐지만, 변별력이 부족했고, 쿠페의 큰 디자인 특징 중 하나인 프레임리스 도어도 적용되지 않았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아반떼에 문짝만 두개나 떼버려 불편하기만 하다고 비아냥댔다. 

현대차 아반떼 쿠페.  

현대차는 연간 5000대의 아반떼 쿠페를 판매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단종될때까지 판매된 아반떼 쿠페는 400여대에 불과했다. 그렇게 아반떼 쿠페는 우리 곁을 떠났다.

# 도요타 벤자

벤자는 독특한 차다. 실용성은 우수하지만 디자인이나 구성은 낯설다. 북미 지역만을 위해 설계한 차였고, 그래서 북미 이외 지역으로의 수출은 우리나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2012년 국내 출시 당시, 한국도요타는 미국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게 수익 측면에서 좋았고 신차를 찾던 중 벤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인 디자이너가 외관 디자인을 주도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도요타 벤자

하지만, 벤자는 국내 시장에서 참패했다. 여전히 세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고, 벤자는 자신의 크로스오버 특징을 효과적으로 내세우지 못했다. 또 이미 국내엔 벤자를 대체할 모델도 많았다. 왠일인지 벤자는 미국 시장에서도 급격하게 인기가 수그러들었다. 결국 도요타는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되는 벤자의 단종을 결정했다.

도요타 벤자

# 미니 페이스맨

문짝이 네개 달린 컨트리맨은 미니의 판매를 대폭 끌어올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문짝이 두개인 페이스맨은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났다.

미니 페이스맨. 

페이스맨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115대. 컨트리맨의 판매대수는 2248대였다. 단순히 3도어를 소비자들이 외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미니 쿠퍼는 3도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사랑받는 차도 드물다. 복합적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니 쿠퍼의 인기는 디자인의 비중이 크고, 컨트리맨은 실용성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페이스맨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 

 

페이스맨은 지난해 9월부로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 됐지만 국내엔 들여오지 않기로 했다. 

# 피아트 프리몬트

피아트 프리몬트도 더이상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없다. 지난해 4월 국산 소형차 한대 값에 해당하는 할인으로 145대가 판매된 것을 제외하면 매달 두자릿수 판매를 기록하는 것도 프리몬트에겐 힘든 일이었다. 비단 프리몬트만 힘든 것은 아니다. 피아트의 욕심 많았던 가격 책정은 패션카의 아이콘 500마저 ‘할인차’라는 오명을 씌웠다.

피아트 프리몬트

프리몬트는 실용성이 강조된 7인승 SUV지만 피아트 브랜드의 국내 인지도나 매우 낮았다. 프리몬트를 대체할 유럽이나 미국의 수입차가 많았고, 국산차도 프리몬트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3년 피아트 출범과 동시에 판매를 시작한 프리몬트의 가격은 4990만원이었다. 

피아트 프리몬트의 뒷모습

# 혼다 크로스투어

크로스투어의 생애도 벤자와 비슷하다. 미국 전용 모델이었고, 우리나라에선 찬밥 신세였다. 미국 공장에서도 생산이 중단됐으며, 국내선 지난해 1월 15대를 마지막으로 판매되지 않았다. 혼다코리아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크게는 천만원 가까이 할인하며 팔았다.

혼다 크로스 투어

멀티플레이어가 성공하긴 쉽지 않다. 오히려 명확하지 않은 것에 소비자들은 돈을 쓰지 않는다. 멀티플레이어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는 BMW GT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GT도 BMW의 브랜드 파워가 없었다면 어떤 운명을 맞이 했을지 모를 일이다.

혼다 크로스투어의 뒷모습

최근들어 혼다코리아는 안타깝게도 국내 시장에서 많은 차를 판매중단했다. 인사이트, CR-Z, 유로 시빅과 시빅 하이브리드 등 많은 차가 우리 곁을 떠났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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