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몬데오, 재등판한 왕년의 인기스타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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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16 17:34
[시승기] 포드 몬데오, 재등판한 왕년의 인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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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는 미국 브랜드 중에서 가장 먼저 유럽 시장을 겨냥했다. 포드가 영국에 법인을 설립한게 1909년의 일이니, 벌써 백년이 넘었다. 또 독일 법인도 1925년 설립했으니 폭스바겐은 물론 포르쉐나 아우디보다 오래된 독일 자동차 회사다. 

오랫동안 유럽에 뿌리를 내린 포드는 그곳에서 나름의 전략으로 몸집을 불렸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포드를 유럽 브랜드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출시되는 차와 디자인, 성능 등이 큰 차이가 있었고 이름도 현지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포드도 몇차례 위기를 겪었고, 산하 브랜드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포드는 ‘원포드 전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디자인 및 플랫폼에 대한 연구, 개발 등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던 몬데오와 퓨전은 일란성 쌍둥이가 됐다.

 

# 쉽지 않았던 재등판

몬데오는 1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유럽 태생이라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몬데오는 꾸준하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수입이 중단됐고, 이후에는 미국산 퓨전이 그 자리를 꿰찼다. 

 

그사이 우리나라 시장엔 유럽 디젤이라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또 독일차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가격 책정과 할인이 더해지면서 포드코리아는 다시 한번 유럽 포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치백 포커스도 가솔린 모델만 판매되던 것이 현재는 독일서 생산되는 디젤 모델만 남았다. 포드코리아는 앞으로 유럽에서 생산되는 디젤 모델 라인업을 더욱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몬데오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쿠가가 출시될 예정이다.

# 유럽 출신은 다 좋나?

몬데오를 출시한 가장 큰 이유는 디젤 엔진이다. 국내 모델엔 최신버전의 2.0 TDCi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성능과 경제성을 겸비했다.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에 달한다. 유럽에는 효율이 극대화된 150마력 버전도 있다. 또 트윈터보가 탑재된 210마력 버전도 있다. 사실 몬데오의 하이라이트는 1.0리터 3기통 가솔린 에코부스트 엔진인데, 국내엔 출시되지 않는다.

 

힘이 출중하다. 시종일관 두터운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유럽차의 발진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번에 힘을 왈칵 쏟아버리지 않고, 고속에서도 꾸준하게 페이스를 유지한다. 6단 듀얼클러치와의 조합도 훌륭하다. 듀얼클러치는 폭스바겐의 것보단 신속한 편은 아니지만 훨씬 부드럽다. 또 참을성이 많고 변속이 신중하다. 낮은 속도에서 불필요한 잦은 변속으로 울렁거림을 유발하지 않는다. 역동성보단 승차감과 효율이 강조됐다.

 

시속 80km로 달릴때 엔진회전수는 1500rpm에 머문다. 시속 100km에서는 1750rpm, 시속 110km에선 2000rpm을 유지한다. 복합연비는 15.9km/l다.

힘과 효율성 등 디젤 엔진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데, 소음과 진동이라는 특성도 함께 간직하고 있다. 특정 속도, 다음 기어가 맞물리기 직전엔 불쾌한 수준의 소음과 진동을 유발한다. 스티어링휠부터 기어 노브까지 달달달 떨린다. 기어 변속 자체가 잦은 편이 아니기에 유독 더 잘 느껴진다.

 

회전반경이 넓은 것은 아쉽지만, 스티어링은 꽤 정교하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적당하다. 노면 정보를 잘 전달하는 서스펜션도 매력적이다. 속도를 높여 커브길을 달리면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다. 기본적인 주행 감각은 평균 이상이다. 패들시프트와 S모드가 적용된 점도 나름의 운전 재미를 높인다. 

# 유럽의 세련미와 미국의 실용성

동급 최초로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면서 눈매가 조금 바뀐 것을 제외하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퓨전과 디자인은 크게 다를게 없다. 퓨전이나 몬데오를 보면 애스톤마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현재 포드 글로벌 디자인 총괄인 모레이칼럼의 영향이 크다. 그는 애스톤마틴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경험도 있고, 그의 친형은 애스톤마틴, 재규어 등에서 전설적인 명차를 만든 이안칼럼이다.

 

실내 디자인도 퓨전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단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조화를 이뤘던 계기반이 몬데오엔 적용되지 않았다. 그래도 푸른빛이 영롱한 계기 바늘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직관적인 버튼 배열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갖췄다. 스티어링휠의 붙은 수많은 버튼도 간결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게끔 해줬다. 미국차 특유의 수납공간도 장점이다. 디자인과 실용성은 우수하지만 조립 품질이나 소재는 그에 못미친다.

 

뒷좌석 안전벨트엔 익스플로러 3.5에도 탑재되는 팽창형 안전벨트가 적용됐다. 사고 발생 시 부풀어 올라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시스템이다. 막상 착용해보면 이질감이 크다. 보통의 3점식 안전벨트는 벨트의 윗부분만이 당겨지는데 반해, 몬데오의 것은 밑부분의 벨트까지 당겨진다. 팽창부위를 신체 맞추기 위해서다. 또 팽창부위가 가슴과 배에 위치하게 되는데, 오히려 안전벨트로 인한 부상은 쇄골에 집중된다.

 

차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은 협소하다. 휠베이스는 현대차 그랜저에 비해 5mm 넓은데, 뒷좌석 공간의 넉넉함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다고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편도 아니다. 큰 스페어타이어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 돌파구가 필요해

의외로 국내 시장엔 볼륨 브랜드의 디젤 중형 세단이 흔치 않다. 폭스바겐 파사트가 독식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사트 2.0 TDI는 올해만 1968대나 판매됐다. 몬데오는 파사트의 좋은 경쟁 모델로 손색이 없다. 오히려 파사트에 비해 앞서는 부분도 많다. 엔진 성능이나 효율, 편의 및 안전장비 등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대부분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던 포커스가 3천만원 초반의 가격, 독일 생산 등 여러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도, 폭스바겐 골프에게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야심차게 재등판한 포드코리아의 구원투수 몬데오가 과연 승리투수로 기록될진 지켜봐야겠다.

* 장점

1. 동급 최초란 수식이 꽤 많이 붙었다.

2. 성능과 효율 등은 경쟁 모델보다 우위에 있다.

3. 기본기에 있어선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을만 하다.

* 단점

1.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유독 도드라진다.

2. 조립 품질이나 소재는 동급에서 가장 뒤떨어진다.

3. 많은 것을 갖췄지만, 대부분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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