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차] 현대차 투싼 vs 폭스바겐 티구안, "미묘한 신경전의 결과는?"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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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10 17:00
[차대차] 현대차 투싼 vs 폭스바겐 티구안, "미묘한 신경전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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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투싼과 폭스바겐 티구안의 신경전이 불꽃 튄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신형 투싼 출시회에서 난데없이 "티구안보다 더 좋은 차"라고 발표 했다. 다음달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현대차가 경쟁모델로 지목한 덕에 오히려 주목도가 높아져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소비자들끼리 갑론을박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신형 투싼 가격이 티구안과 비슷할 정도로 비싸졌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다른 한편에선 "투싼과 티구안의 가격이 여전히 1000만원 이상 차이난다"며 "티구안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폭스바겐이 프리미엄 브랜드냐 아니냐도 끊임없이 벌어지는 논쟁의 주제다. 

 

어쨌든 두 모델 모두 국내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투싼은 국산 소형 SUV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로,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출시 이후 10일 만에 3000대가 팔려나갔다. 대기 물량만 1만대가 넘는다고 한다. 티구안 역시 지난달 1000대가 넘게 팔려 수입 SUV중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국산 소형 SUV의 대표 투싼과 수입 소형 SUV의 강자 티구안을 비교해봤다. 

◆ 외관 디자인- 투싼 '승', 최신 디자인 완성도 높아

디자인은 취향에 따른 개인차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최신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투싼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겠다.

▲ 현대차 투싼

신형 투싼은 완성도 높은 싼타페의 디자인 요소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화려하고 커보인다. 특히, 티구안에 비해 숄더라인(옆유리 하단면으로 이어진선)이 높아 차가 단단해 보이고 최신의 느낌이다. 면발광 스타일 헤드램프도 그릴에 맞붙었고, 과감한 디자인의 안개등과 LED 주간주행등이 존재감을 높인다. 측면의 날렵한 캐릭터라인은 테일램프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데, 후면부는 수평 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 폭스바겐 티구안 R-라인

티구안은 2011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무척 가다듬어졌고 다부진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2007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의 흔적이 아직 남았다. 지나치게 얌전한 디자인은 마치 '나 대신 투아렉을 사라'고 웅변하는 듯 하다.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듯하다.

투싼과 비교해 차체가 45mm 짧고 40mm 좁지만, 60mm 높다 보니 차가 좀 껑충한 인상이다. 최신 트랜드와 달리 상체와 하체의 구분이 뚜렷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오프로드를 잘 달리는 SUV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도 티구안은 모두 4륜구동이기도 하고 지상고도 높아 진입각과 진출각이 커서 험로 주행능력이 우수하다. 옆 유리가 크니 개방감이 좋고 오프로드에서 지형을 살피는데도 도움이 된다. 

최고급 R-라인 트림에는 R-라인 로고를 비롯해 전·후면 범퍼와 19인치 휠, 크롬 스트립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배기구 등 R디자인 전용 패키지가 적용돼 SUV의 강인한 인상에 더해 온로드에서도 매력적이다.

◆ 실내 디자인 및 공간 활용성- 투싼 '승'…더 넓고 화려한 실내  

국내 소비자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분명 화려한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선지 이전 국산차 실내는 마치 무당집처럼 난리였던 경우도 있었지만 신형 투싼은 화려함과 진중함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 차체가 큰 이유도 있지만 같은 차체에 공간을 많이 뽑아내는 우리나라 자동차 답게 실내 공간이나 트렁크도 훨씬 넉넉하다. 

▲ 현대차 투싼 실내

이전 현대차는 시트와 핸들, 윈도우 스위치 등의 위치가 엉망이었는데, 최근 인간공학적 설계가 크게 향상됐다. 이제는 고급스럽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다. 스티어링휠부터 각종 조작버튼까지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됐으며, 시트의 소재와 질감도 한층 개선됐다. 다만 도어트림의 윈도우 스위치가 너무 뒤쪽에 위치한 점은 아직 아쉽다. 

이전 모델보다 차체가 조금 커졌지만, 공간 활용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휠베이스는 30mm 길어졌고, 너비도 30mm 넓어졌다. 시트와 도어트림들을 mm 단위로 늘려가며 만들어서 티구안보다 공간이 훨씬 넉넉하다. 뒷유리는 티구안에 비해 훨씬 눕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공간은 513리터로 더(+43리터) 넓다. 

▲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

티구안의 실내는 인상적이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추구돼 핸들이나 브레이크, 기어노브, 윈도우 스위치 류의 위치가 완벽에 가깝다. '딱맞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유럽 특유의 투박하지만 절제된 디자인이다. 다만 요즘은 유럽차들도 한없이 화려해지고 있는 시절이라 세월의 흔적이 꽤 느껴진다. R-라인 모델에는 로고가 새겨진 고급 가죽 시트와 D컷 스티어링휠, 미끄럼 방지 패드가 들어간 스테인레스 페달 등이 적용됐다.

▲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

차체는 크지 않지만,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차체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이 있고,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까지 조절된다. 간이 테이블도 마련됐고 머리·무릎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SUV를 고려하는 상당수의 기대와 달리, 트렁크(470리터)의 바닥면이 좁아 큰 유모차와 많은 짐을 함께 넣기 힘들고, 뒷좌석을 앞으로 젖혀도 평평해지지 않아서 아쉽다. 

◆ 주행 성능- 티구안 '승'…숫자를 뛰어넘는 완성도

투싼이 꽤 좋아졌지만, 아직 주행 성능에 있어서는 티구안을 따라잡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티구안의 제원상 동력 성능은 투싼보다 부족하지만, 전체적인 달리기 능력은 숫자를 뛰어넘는다.

▲ 현대차 투싼

신형 투싼은 기존 2.0 디젤 엔진+6단 자동변속기 모델 이외에 1.7 디젤 엔진+7단 DCT 모델을 추가했다. 투싼의 커진 차체에 작은 엔진은 부족할 듯 했지만, 1.7 엔진과 7단 DCT 조합은 예상보다 만족스럽다. 제원상 동력 성능은 140마력인데, 7단 DCT가 적절한 기어비로 경쾌하게 변속시켜줘 가속력이 좋다. 다만 고속에서는 2.0 엔진의 힘을 따라가진 못한다.

차체가 커졌지만, 강성이 좋아지면서 주행 안정성은 향상됐다. 현대차의 MDPS 기술이 훨씬 발전한 듯, 조향 감각도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스포트모드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팅이 달라졌다. 서스펜션 구조를 바꾸고, SUV치고는 코너에서도 제법 잘 버텨낸다. 이전 모델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 폭스바겐 티구안

하지만 상대는 명불허전 티구안. 티구안은 이전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SUV로, 최신 플랫폼은 아니지만 엔진과 변속기, 차체,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등의 밸런스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폭스바겐 2.0 TDI 엔진과 7단 DSG의 궁합도 매우 좋다. 차체가 견고하고, 서스펜션이 단단하니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다. 출력에 비해 가속감이 좋고 스포티한 변속감이 매력 포인트다. 특히 조향감각에선 아직 현대차가 따라올 수준은 아니다.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 등 불규칙한 도로에서도 스트레스가 적고, 껑충한 차체의 SUV임에도 세단 못지 않은 쫀득한 코너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다.

▲ 폭스바겐 티구안 섀시

다만, 제원상 출력과 토크가 다소 부족한 탓인지 중고속 구간에서 힘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 연비- 티구안 '승'…무겁지만 더 적게 먹는다

투싼의 연비는 이전 모델보다 향상됐다. 그러나 배기량과 구동방식을 기준으로 티구안과 비교해보면 크게 떨어진다.

투싼 1.7 DCT의 연비는 DCT 덕에 복합 15.6km/l로, SUV 중에서는 꽤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차체가 크고 무거워 엔진 다운사이징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 모델 역시 전륜구동은 자동변속기(14.4km/l)에 비해 수동변속기(15.0km/l)의 연비가 그리 크게 좋지 않고, 사륜구동(12.8km/l)은 티구안(13.8km/l)보다 나쁘다. 

 

티구안은 차체 무게가 투싼보다 75kg가량 무겁지만 연비는 7.3%가량 좋다. 폭스바겐의 첨단 디젤 엔진과 DSG가 결합돼 연비 향상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안전사양 및 편의사양- 투싼 '승'…비슷한 가격대 동급 수입차 '따라올 수 없다'

굳이 티구안이 아니어도 같은 가격대 경쟁 모델 중 투싼을 안전·편의사양으로 이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 현대차 투싼의 차체와 사륜구동 시스템

고장력 강판을 대거 사용해 차체 강성을 보강하고 섀시 구조를 최적화해 안전성을 높였다. 신형 투싼 역시 차체 기본 구조를 바꾸고,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늘렸다. 직접 주행해보면 이전 모델보다 확실히 단단해진 것이 느껴진다. 여기에 자동 긴급제동장치, 후측방 경보장치, 차선이탈 경보장치, 주차조향 보조장치,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등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적용됐다.

▲ 폭스바겐 티구안의 에어백 시스템

물론, 티구안도 만만찮다. 유로 NCAP 충돌 시험에서 별 5개 만점을 받을 정도로 기본적인 차체구조가 단단하고, 에어백 시스템도 잘 갖췄다. 여기에 차세대 전자식 주행 안정화 시스템과 피로 감지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시스템, 코너링 라이트 시스템 등을 갖췄다. 

◆ 가격대 성능비- 투싼 '승'…다양한 가격대, 1000만원 이상 저렴해

2가지 엔진 라인업과 수동·자동 변속기, 전륜·후륜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넓은 가격대를 준비한 투싼의 승리다. 투싼의 가격이 170~360만원 올랐다지만, 비슷한 사양을 비교하면 여전히 티구안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신형 투싼의 가격은 옵션을 포함해 2250~3740만원이다. 1.7리터 모델은 스타일과 모던 등 2개 트림으로 구성됐으며, 추가 사양에 따라 2340~3075만원에 달한다. 2.0 모델은 스타일, 모던, 프리미엄 등 3개 트림이며, 선택 옵션에 따라 2250만원(6단 수동)부터 3740만원(6단 자동)까지다. 4륜구동은 2.0 모델에만 적용할 수 있다.

티구안은 3900만원의 일반 모델과 4570만원의 프리미엄, 4930만원의 R-라인 등 3개 트림으로 구성됐다. 프리미엄 트림에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방감지센서, 후방 카메라, 내비게이션, 듀얼 자동 에어컨, 블루투스, 자동주차시스템 등이 추가됐다. R-라인에는 프리미엄 사양에 R디자인 패키지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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