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덕에 운전자들이 목적지까지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게 됐다지만 거기까지다. 도착하고도 주차할 곳이 없어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된다. 결국 시간에 쫓겨 시간당 1만원짜리 유료 주차장에 들어가기도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목적지 인근의 저렴한 주차장으로 안내해 줬으면 좋겠다.

내비게이션에서 주차장 선택에서 결제까지 끝내주는 세상은 언제나 오나 한탄도 나온다. 그런데 사실 엠앤소프트나 T맵 같은 여러 내비게이션은 이미 그런 기능을 갖고 있었다. 바로 '파크히어' 어플리케이션과 결합돼서다. 

 

운전자를 저렴한 가격에 빈 주차장과 연결해주는 시스템 '파크히어'를 개발한 파킹스퀘어 김태성 대표를 만나봤다.

◆ 파크히어란 무엇인가...비어있는 공간과 필요한 사람을 연결한다

Q. 파크히어, 무슨 서비스인가

스마트폰 앱으로 목적지 근처 주차장을 예약하고 결제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운전자들은 주차할 곳이 없어서 골치지만 정작 건물주들은 이용하는 차가 없어 빈 공간으로 놀리는 곳이 많다. 이 남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운전자에게 연결해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Q. 쉽게 말해 호텔의 '땡처리'와 비슷한 것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차장은 자동차의 호텔 같은 곳이다.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 좋고, 호텔은 빈방이 없도록 하는게 좋다. 평소 놀리는 방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공실률을 낮추는 것처럼, 빈 주차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방과 주차공간은 재고가 안 되는 자산이다. 즉, 지금이 지나면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100원이라도 받고 파는 것이 이익이다. 운전자와 주차공간을 연결해주는 것이 우리 서비스의 본질이다.

▲ 파킹스퀘어가 주차할인 예약 서비스인 파크히어를 만들었다

Q. 가격이 관건인데, 일반 주차장보다 저렴한가

최소 2시간 이상부터 예약을 받는데, 종일 주차 요금이 보통 8000원에서 비싸면 1만5000원 수준이다. 강남역의 한 고급 주차장도 8000원이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그냥 주차하면 3만5000원을 내야 한니 75% 이상 저렴한 것이다. 비행기 좌석마다 가격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는 주인 마음대로 주차비를 정해놨는데, 너무 비싸 손님 없이 비워놓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들도 몰라서 못가거나 비싸서 안가거나 둘 중 하나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맞춰 주차비도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30분에서 1시간, 짧게 주차하려는 사람은 어쩌나

처음에는 30분 단위로 하려 했는데, 막상 실행해보니 종일 주차를 원하는 사람 수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종일주차 요금인 8000~1만5000원은 인근 주차장의 1~2시간 주차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짧게 주차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저렴한 가격에 종일주차를 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Q. 예약하고 갔는데,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우리로서는 가장 큰 사고여서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물론, 없으면 좋겠지만, 이런 사고 발생 비율은 약 0.2% 정도였다. 각 주차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주차장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었다. 도로 공사로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한건데,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유료주차장에 주차하라고 한 다음 100% 비용을 지급한다. 많을때는 6만원을 보상한 적도 있다.

▲ 파크히어 사용법

Q. 이용 방법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파크히어 앱을 이용하면 되고, 유명 스마트폰 앱, 예를들어 김기사나 T맵, 현대엠엔소프트의 맵피 등 내비게이션도 파크히어를 지원하고 있다. 목적지를 검색하면 인근 주차 가능한 주차장 리스트가 뜬다. 가격과 주차장 상태를 확인한 후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결제는 신용카드를 비롯해 모바일 결제, 카카오머니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Q. 이용 가능한 주차장은 얼마나 되나

현재 300개 주차장에 약 3000면(주차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 일부 지역에서 먼저 시작했다. 모든 지역에 다 있는 것은 아니고, 주차 수요가 몰리는 지역과 주차공간이 많이 비어있는 건물을 위주로 섭외했다.

◆ 말은 쉽지만, 꽤 힘든 서비스다. 어떻게 시작했나

Q.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윌슨파킹에서 3~4년 동안 일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는데, 업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전단지를 돌리거나 플래카드를 거는게 전부였다. 어떻게 하면 알뜰하게 팔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핸드폰과 연동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연구하게 됐다.

▲ 파킹스퀘어 임직원. 서비스를 위해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박희열(파크히어)씨도 있다

Q. 시작이 궁금하다

2013년 5월 회사를 오픈했고, 작년 1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가 1년 6개월 정도 운영했다. 현재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기획자, 영업, 마케터, 홍보, 관리 등 16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회사 창업 당시 초기 투자를 받았고, 정부 지원도 있었다. 금액을 공개하긴 곤란하지만 현재 2차 투자가 마무리되고 있다.

Q. 지금까지 없던 서비스다. 어려운 점은 없나

우리는 소규모 창업을 한 스타트업 회사로, 구글처럼 린(Lean) 개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서비스를 낸 다음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초반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여러 의견들이 향후 서비스에 반영돼 더 좋아질 것이다. 살아있는 서비스로 느껴질 거다. 

Q. 회사 이름은 '파킹스퀘어'인데, 서비스 이름은 '파크히어'와 '파크리얼'인 이유는

파킹스퀘어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주차 이상향이다. 모든 주차장 정보가 DB로 구축돼 통합된 정보망에 따라 검색하고, 예약하고, 이용하는 체계다. 파크히어는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앱 서비스고, 파크리얼은 이용 가능한 주차장 및 빈 주차공간 DB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다.

▲ 김대표는 '파크히어는 운전자와 주차장 사업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Q. 주차장 업주가 순순히 협력할 리가 없을 텐데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노인분들이어서 아예 거부하고 귀를 닫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게 익숙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주 찾아가 설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 말 상대를 해드리며 많이 듣다 보면 서로의 요구가 일치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다.

◆ 파크히어, 진짜 쓸만한가

Q. 서비스가 시작된지 1년이 지났다. 먹고살 만한가

작년은 시범 운영이었다. 몸집을 불리는 마케팅보다는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잘 돌아가는지를 테스트하는 기간이었다. 당장 큰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여러 지표가 매달 20%가량 오를 정도로 좋았다. 현재 이용자가 약 15만명 정도며, 예약 건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시스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올해는 내비게이션 및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 2차 투자가 완료되면 광고도 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다.

Q. 주차장 업주의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가장 잘 되는 곳은 강남역의 한 주차장인데, 기존 잘 나가는 주차공간 외에 파크히어를 통해 일부 남는 공간을 팔고 있다. 수수료를 제외하고 매월 약 600만원정도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코엑스 주변에 한 주차장은 200만원 정도다. 잘 안되는 곳도 30~40만원은 번다. 큰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파크히어를 통해 새롭게 추가로 창출된 돈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파크히어는 인근 빈 주차 공간을 알려줘 운전자가 쉽고 저렴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Q. 파크히어에 가입하지 않은 인근 주차장의 불만은 없나

파크히어는 기본적으로 기존 주차장과 경쟁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남아도는 주차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추가 수익을 창출해주는 서비스다. 

Q. 비슷한 주차서비스도 있다. 경쟁 상황은 어떤가

물론, 경쟁 업체가 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비전을 내놓더라도 우리처럼 실시간 예약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쉬울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운영 프로세스를 짜고 점유율을 측정해 관리하고, 예약을 받고, 앱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등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하기는 쉽지만, 구현하기는 어렵다. 2년 정도 하면서 많은 노하우가 생겼는데, 이 자체가 우리의 강점으로 진입 장벽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 파킹스퀘어의 미래가 궁금하다

Q. 파킹스퀘어의 목표는 무엇인가

자동차의 시작과 끝은 주차장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도 주차장이다. 주차장에 대한 서비스가 해결돼야 한다.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찾는 것은 해결됐지만,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는 것까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주차장 정보를 모두 디지털화해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Q.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문화가 바뀌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다. 운전자는 주차를 예약하고 간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주차장 업주도 호텔처럼 온라인으로 예약하게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특히, 우리처럼 작고 이름없는 회사를 믿고 맡기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여러 장애물을 잘 넘었다. 최근에는 주차장 업주끼리 파크히어를 알려주고 가입시키는 경우도 많다.

▲ 파킹스퀘어 김태성 대표

Q.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요즘 기계식 주차장이 많은데, 들어갈 수 있는 차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같은 쏘나타여도 EF는 되고 LF는 안되고, 경차 중에서도 아토즈는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의 무게와 윤거, 높이 등의 정보를 주차장과 매칭시키는 서비스도 올해 안에 진행할 것이다.

협력 주차장도 늘려야 한다. 올해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창원, 마산, 울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전국에 주차하기 힘든 곳은 모두 찾아가 파크히어를 적용한다는 목표다. 지방 중심지도 서울만큼 주차난이 심각하다. 눈에 보이는 주차장은 다 꽉 차있어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텅텅 비어있는 인근 주차장을 섭외해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이다.

Q. 발레파킹과 연동해도 좋을 것 같은데

연계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하다. 발레파킹 업자들은 식당 근처 주차장을 섭외·임대해 발레파킹을 하고 수익을 낸다. 그런데 손님이 없는 시간은 주차면이 빌 경우가 많아 파크히어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태원에 발레용 7개 주차장을 섭외해 틈틈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백화점 등 차가 많이 막혀 있을 때 픽업을 해 주변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올 때 다시 차를 가져다주는 딜리버리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Q.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필요성은 있지만,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예약 시간이 끝났는데도 안 나가거나, 집주인이 왔을 때 주차공간이 없다면 곤란한 일이다. 우리는 도심의 유료 주차장 위주로, 운전자가 싸고 쉽게 예약할 수 있는 방법에 전념하겠다.

Q.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도 가능할 텐데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완성차 업체와 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달 중에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 첫 연계 서비스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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