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모터쇼는 죽지 않는다 다만 쉬어갈 뿐이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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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7 17:54
[기자수첩] 서울모터쇼는 죽지 않는다 다만 쉬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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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가 예년에 비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다.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 광고에 소홀했던 점, 이슈를 만드는데 실패한 점도 문제였겠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의 모터쇼를 쉽게 둘러볼 수 있으니 서울모터쇼에 대한 기대감도 하락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모터쇼는 그 어떤 해보다 외신 기자들이 많았다. 금발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를 하는 광경도 흔히 보였다. 외국인 바이어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모터쇼의 취재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전체 관람객은 줄었지만 긍정적인 면도 많다. 우선 레이싱모델들 앞에 죽치고 섰던 사진사들이 많이 줄었다. 물론 SLR 카메라의 인기가 사그라진 점도 한몫하는 것 같다. 선물을 나눠주면서 허수로 사람 숫자만 늘리는 경우도 줄었다. 아예 선물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여러 부스가 동시에 확성기를 켜대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던 것도 이젠 순서와 제한 음량을 지켜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침착하고 안정된 분위기지만, 모터쇼는 본래 이런 것이어야 했다.

다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전시장 하나로도 충분한 정도의 차종만 선보였는데 굳이 이렇게 거대한 전시 공간이 세개나 필요했을까. 어쩌면 제조사로부터 평당 임대 비용을 더 받기 위한 꼼수는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많지도 않은 브랜드가 나뉜 것도 이상한데, 동시에 마구잡이식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 한다는 점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두개로 나뉘어진 전시장에 동시에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경우 기자들이나 촬영 기사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어느 자동차 제조사가 기자 절반만 두고 신차발표를 하고 싶을까. 이래서야 월드프리미어 차를 내놓으려야 내놓을 수 없다. 신차를 존중하지 않는 모터쇼라는 이미지는 서울모터쇼가 속히 탈피해야 할 숙제다. 

 

이번 서울모터쇼는 처음으로 실제 관람객수를 공개한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절반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그점이 긍정적이다. 모터쇼는 원래 ‘흥청망청’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쇼여야 한다. 아무리 소수라도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만 모여있다면 그 부가가치는 더 커진다. 그들을 위해 편안한 전시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모터쇼가 되는 길이다. 

공급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건 물론, 자동차에 비해 부품회사가 적지 않은 부스를 차지하는, B2B에서도 만족스런 성과를 기대하는, 한국이 세계로 뻗어가는 계기가 되는... 그게 모터쇼의 주 목적이고 이번 서울모터쇼는 그 목적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다소 주춤하겠지만 다져진 토양위에 좋은 건축물도 세울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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