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시회 세마쇼에서 현대·기아차는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쫓는 듯 했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는 현실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시회인 ‘2013 세마쇼(SEMA)’가 개막했다. 이번 세마쇼에는 2500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참가업체가 늘었고 규모도 커졌다.

포드나 GM 및 크라이슬러 등 미국 완성차 브랜드가 규모도 크고 많은 신차도 공개한다. 도요타, 혼다, 현대차 등은 언제나 도전자의 양상이다.

올해도 포드는 메인 전시관 중앙에 전시관을 마련했다. 규모도 가장 크고 화려해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 오히려 힘들 정도다. 쉐보레는 물량 공세를 펼쳤다. 39종에 달하는 전시차를 내놓았고 다양한 튜닝 제품과 이벤트를 마련했다. 크라이슬러는 튜닝 브랜드 ‘모파 (Mopar)’를 적극 홍보했다. 닷지, 지프, 피아트 등에 적용되는 다양한 모파 제품을 소개했다.

◆ 일본 브랜드의 반격, 현실적인 신차로 주목받아

일본 브랜드는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일부는 실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신차까지 내놨고 비전과 계획도 발표했다.

혼다는 일본 브랜드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혼다는 불과 2주 후 도쿄모터쇼와 LA모터쇼가 개최되는데도 불구하고 신형 시빅 쿠페를 세마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 혼다는 가장 적극적으로 세마쇼에 임했다. 혼다 관계자 및 기자들도 단연 가장 많이 프레스 컨퍼런스를 지켜봤다.

또 ‘HPD(Honda Performance Development)’를 통해 튜닝된 고성능 모델 시빅 쿠페 SI도 공개했다. 혼다가 자체 개발한 스포츠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시스템, 엔진 튜닝 파츠가 추가돼 시빅 세단과는 전혀 다른 주행 감성을 발휘한다고 혼다 측은 설명했다.

▲ 혼다 시빅 쿠페 SI 레이싱 버전.

이와 함께 최고출력이 187마력으로 향상된 HPD CR-Z도 공개했다.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 자체적인 튜닝 브랜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HPD 차량과 별도의 튜닝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세마쇼 특성에 걸맞은 다양한 전시차를 선보였다. 나스카 드라이버, 스노우 보드 선수, X-게임 선수 등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캠리와 코롤라를 공개했다. 또 미국의 튜닝 업체와 함께 제작한 픽업 트럭과 SUV를 내놓았다. 승용차와 SUV 및 픽업트럭의 콘셉트는 명확했다. 캠리와 코롤라 튜닝카와 튜닝 브랜드 TRD를 통해 도요타의 역동성을 대변했고 SUV와 픽업트럭은 캠핑이나 레저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 도요타 캠리-캠랠리(Camry CamRally). 미국 디트로이트 스피드가 튜닝한 캠리 랠리카 버전.

도요타는 이번 세마쇼에서 내건 ‘Let’s go places’란 슬로건에 충실했고 도요타 브랜드의 다양성을 현실화했다. 또 싸이언(Scion) 브랜드를 통해서는 소형 엔트리 스포츠카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였다.

◆ 현대·기아차, 현실 감각 결여된 콘셉트

가장 먼저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한 기아차는 음악을 콘셉트로한 쏘울 튜닝카만 5차종이나 선보였다.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쏘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반면 다양한 튜닝이 가능해 세마쇼에 잘 어울릴만한 K5 터보나 K3 쿱 등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 자동차가 아니다. 그냥 자동차 모양의 거대한 앰프.

쏘울 튜닝카는 비현실적인 튜닝으로 지동차의 기본 조건조차 만족시키지 못했다. 실내를 대형 스피커와 음향 장치로 채워 차 자체를 거대한 스피커로 만들었다. 운전은 커녕 차에 올라 탈 수도 없게 해버린 것이다. 차체와 유리까지 에어브러쉬로 도색해 안에서는 밖을 전혀 볼 수 없게 제작했고 앞뒤 옆유리에 스피커를 박아 놓기도 했다. 기아차는 음악이란 콘셉트의 튜닝카가 아니라 자동차 모양의 스피커를 만든 셈이다.

▲ 세마쇼 전시장 입구에 전시된 현대차 싼타페 및 벨로스터 좀비카. 낮엔 좀비 분장을 한 모델들이 차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시장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좀비카'를 여럿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미국법인은 미국의 인기드라마 ‘워킹데드’의 원작자와 함께 싼타페, 벨로스터, 아반떼 등의 좀비카를 제작했고 드라마에도 차량 협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 비해 홍보효과가 미미해 마케팅을 주도했던 담당자가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 같다"고 현지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 비스모토 엔지니어링이 튜닝한 제네시스 쿠페.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미국의 튜닝 업체 ARK, 비즈모토 등 여러 튜닝 업체가 제작에 참여한 '제네시스 쿠페 튜닝카'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튜닝카들은 겉모습만 제네시스 쿠페의 형상일 뿐, 현대차가 개발에 참여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내부도 엔진의 레이아웃만 유지했을 뿐, 피스톤이나 크랭크 샤프트, 커넥팅 로드, 인젝터 등의 엔진 주요 부품은 물론, 서스펜션, 클러치, 브레이크도 튜닝 업체가 전부 갈아치웠다.

▲ 비스모터 제네시스 쿠페는 최고출력 1000마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마쇼를 직접 보니 찹찹했다. 현장에선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튜닝 및 고성능 브랜드를 만드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 극명히 부각돼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 브랜드들에 비해 다양성의 깊이가 부족한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 브랜드가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깊은 우물을 파는 동안 현대·기아차는 생뚱맞은 자만심으로 헛물만 켜는건 아닌가 걱정도 된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