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차 그사람]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 "예쁘자나를 아시나요"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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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1 17:12
[그차 그사람]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 "예쁘자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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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괴짜 취미라 생각했다. 4년전 처음 본 전기차 '예쁘자나'는 장난감 같은 디자인에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 같이 허술했다. 이름마저 '예쁘자나'라니... 솔직히 말하면 별로 예쁘지도 않다. 모양만 얼추 자동차 형태를 띄고 있을 뿐,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전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괴짜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지난 '2013 서울모터쇼'에 상품성을 개선한 '예쁘자나 S4'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열리는 '2015 서울모터쇼'에서는 예쁘자나의 로드스터 버전인 '예쁘자나 R'을 공개한다고 한다. 이러다 몇 년 뒤에는 진짜로 양산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예쁘자나를 만드는 파워프라자를 방문해 김성호 대표를 만나봤다. 김대표는 "'괴짜'란 표현은 양반이고, '돌아이'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 국산 로드스터, 예쁘자나 R을 아시나요?

▲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R

Q. 국산 로드스터라니 놀랍다. 예쁘자나 R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원래 예쁘자나 신모델 '예쁘자나 S5'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로드스터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스타일 확인 차원에서 직원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는데, 예상보다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 디자인 전공도 아닌 직원이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왔다. 전면부는 예쁘자나 S4와 비슷하지만, 후면부는 페라리 느낌도 난다. 예쁘자나 특유의 걸윙도어는 포기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들어 만들게 됐다.

▲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R

Q. 당장 달릴 수 있는 모델인가?

이번 '2015 서울모터쇼'에 공개되는 차는 주행이 안되는 쇼카(Show Car)다. 모터쇼 공개 이후 실제로 주행 가능한 모델을 만들 것이다. 올해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예쁘자나 S5를 출품 할 계획이었는데, 그보다 로드스터를 만들어 가져가기로 했다. 

▲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가 개발자와 함께 예쁘자나 R의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Q. 예쁘자나 R의 스펙을 공개했다. 인증받은 수치인가?

예쁘자나 R은 시속 60km로 정속 주행 시 최대 571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최고속도는 198km/h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4.6초 만에 도달한다. 이 스펙은 모두 추정치지만, 수많은 자체 테스트를 통해 예상한 데이터다. 자체 측정 결과 정속(60km/h)으로 달리면 예쁘자나 S4는 600km 이상 주행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쁘자나 R의 무게가 예쁘자나 S4(600kg)보다 150kg가량 무거워 거리가 조금 줄었다. 로드스터 모델에 맞게 서스펜션 세팅이 바뀌고, 타이어 구름저항이 증가한 것도 이유다.

◆ 예쁘자나의 시작과 끝이 궁금하다

▲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S4

Q. 예쁘자나는 어떻게 시작됐나

8년 전쯤 미래 먹거리 사업을 구상하다 시작됐다. 원래 파워프라자는 전기 제품을 만드는 업체였는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파워모듈을 개발하다보니 일이 커진 것이다. 전기차는 전력 시스템의 총아다. 전기차에 대한 최적의 스펙을 채우다 보니 예쁘자나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예쁘자나가 우리 회사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Q. 독특한 디자인이 인상적인데 

소형 전기차는 디자인이 비슷한 경향이 있다. 우리도 처음에는 미쓰비시 아이미브처럼 둥근 스타일이었다. 엔진이 없다 보니 둥근차를 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차에 맞는 둥근 유리를 구할 수 없어 마티즈의 유리를 쓰게 됐고, 결국 현재의 디자인이 나오게 됐다.

▲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S4 실내

Q. 실내외 디자인을 보면 장난감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내에서 특허를 출원한 '원피스 모노코크 카본파이버 기술'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하나의 몸체에 모터와 배터리, 변속기, 바퀴, 시트 등이 붙어 차체가 가벼워지는 구조다. 주행 거리가 중요한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차체라 생각된다.

실내 인테리어에도 노력은 하겠지만, 못하는 것은 아예 포기할 생각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또, 예쁘자나를 원하는 사람은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있다. 다만, 인증을 위해 충돌 안전성 및 전자장비를 갖추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S4 뒷좌석

Q. 그래도 쓸모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의외로 예쁘자나는 택시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한 번 완충 시 500km 이상을 달리니 운행 중에 충전할 필요가 없다. 보통 택시의 주행 거리는 많아야 300km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 이용자들의 70%는 혼자 타기 때문에 뒷좌석이 좁아도 문제없다.(조수석에 타면 된다) 넓진 않지만, 뒷좌석도 있으니 정 필요하면 껴서 타면 된다. 대신 유지비가 적게 들고, 이용 요금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Q. 양산하면 얼마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나?

1만대가 생산되면 2000만원 수준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주행거리는 200km 수준이 될 것이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가장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려면 배터리 용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500km 이상 가는 모델은 2000만원 후반대로 예상한다. 다만, 배터리 가격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 파워프라자 예쁘자나 S4

◆ 라보와 봉고3 등 상용 전기차도 만들어

Q. 라보 개조차인 피스(Peace)도 출시했는데

다마스와 라보는 서민들의 생계형 차량으로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일반 승용 전기차보다 보조금을 더 줘야 하는데, 오히려 적게 줘서 아쉽다. 정부 보조금이 1200만원으로 300만원이나 적은데, 제주도의 경우 이에 맞춰 지원금을 7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00만원 깎았다. 반면 서울시는 600만원으로 100만원 더 준다.

▲ 파워프라자 입구에서 피스가 전시돼 있다

Q. 그래서 얼마인가?

기본가 3690만원에 정부·지자체 보조금 1700만원을 빼면 1990만원 구입 가능하다. 여기에 친환경차 혜택, 경차 혜택, 부가세 환급(369만원), 충전기 지원(600만원 )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Q. 그래도 일반차보다 비싸다. 피스를 사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으면?

동급 LPG 차량보다 유지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연간 1만5000km 주행 기준).

▲ 한국GM 라보를 전기차로 개조한 피스(Peace)

Q. 반응은 어떤가? 올해 판매 목표는? 

환경부가 올해 60대 정도로 예산을 잡아줬다. 제주도 15대, 서울 45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봉고3를 개조한 1톤 트럭 전기차와 함께 20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Q. 피스(Peace)의 주행가능 거리가 생각보다 짧다.

법적으로 피스의 제한속도는 99km/h인데, 원래 피스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95km가 한계다. 당연히 주행거리 테스트에서 과부하가 걸려 배터리가 빨리 닳아 예상보다 짧게 나왔다. 또, 아직 전기화물차에 대한 테스트 기준이 없어 승용차 방식으로 측정을 받았다. 차가 무겁고 구름저항이 나쁘니 이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자체평가 결과 90km 이상 주행이 가능했다. 앞으로 배터리 용량을 키울 예정이다.

◆ 파워프라자는 과연 뭐하는 회사인가?

▲ 파워프라자에 전시된 예쁘자나 시리즈

Q. 너무 자동차 이야기만 했다. 원래 파워프라자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파워프라자는 21년된 전자부품 업체다. 연 60~70만개의 전력용 파워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산업용, 통신용, 공장 자동화 등 회로 보드에 들어가는 전원 장치다. 직원은 50명, 연매출은 80억원 정도다. 전기차는 2007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Q. 전기차를 만들면서 달라진 점은?

단순한 파워모듈이 아닌 완성품 형태로 결과물이 나오니 직원들이 신나게 만들고 있다. 여기저기서 찾는 사람도 많아 보람도 있다. 특히, 친환경차에 관심이 많은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서 구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다른 완성차보다 떨어지지만, 우리 방식으로 꾸준히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판매차량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파워프라자에 전시된 2인승 3륜 전기차 트와익(TWIKE)

Q. 그래도 7~8년 동안 투자만 했겠다. 힘든 점은 없었나?

시작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연구개발 자체에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톤 화물차를 전기차를 개조할 경우, 싼 가격에 중고차를 사서 엔진을 떼다 팔고 모터와 배터리를 넣는 등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술을 접목하기만 해도 된다. 보통 신차 하나를 만들 때 수백억이 든다는데, 우리는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았다. 물론, 예쁘자나같은 완전 신차는 몇억이 들었다. 양산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면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다. 그러나 양산은 수익이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Q. 경쟁 업체는 없나?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인증해 상품화한 회사는 아직 없다. 화물차 만드는 업체도 있는데, 양산은 어려운 문제다. 손해가 뻔해 도전을 못한다. 정부에서 개발비 지원도 없어 힘들다.

▲ 파워프라자 김성호 대표

Q. 서울모터쇼뿐 아니라 프랑크푸르트모터에도 참가하는데

꾸준히 나가서 홍보를 해야 관심을 받는다. 우리를 알릴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과거에는 대기업인 현대차가 안 하니깐 전체적으로도 안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가 속도를 내면서부터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찍부터 전기차 업계에 진출한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의 경우 국내 모터쇼와 비슷한 비용으로 많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업체가 해외 모터쇼까지 참가하니 관심 있게 봐준다. 또, 해외 자동차 브랜드와 부품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모터쇼에서는 포르쉐에서 주의 깊게 보고 갔고, 독일 부품사와의 교류도 있었다. 참고로 예쁘자나 R에는 독일 부품이 들어갔다. 

Q, 전기차 시장이 더디다. 이러다 수소차 시대가 오면 어쩌나?

수소차가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는 너무 비싸다. 수소탱크와 연료전지 등의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게다가 혹시나 모를 수소 폭발 위험으로 수소 충전소를 건설하는 것도 만만찮다.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전기차가 주도적인 자동차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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