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CLS400, 원조의 여유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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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27 10:12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CLS400, 원조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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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CLS클래스는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기능과 형태에 충실하던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를 이끌었다. CLS클래스 이후 쿠페의 디자인 특징을 담은 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또 세단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SUV에도 쿠페의 특징이 반영되고 있다.

새로운 시도가 무조건 박수받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반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누구보다 쿠페를 사랑하고, 전형적인 세단을 가장 잘 만드는 브랜드였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는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쿠페형 세단을 만들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단순히 디자인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2004년 출시된 1세대 CLS클래스에는 재빨리 다양한 엔진 라인업이 추가됐다. AMG 모델이 출시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쿠페라면 응당 성능도 받쳐줘야 했기 때문이다. 

2010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은 ‘쿠페+세단’의 장점이 더욱 극대화됐다. 시승한 2세대 페이스리프트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디자인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첨단 기능까지 보태졌다. 특히 현존하는 LED 라이트 중에서 가장 진보한 ‘LED 멀티빔’은 S클래스에도 없는 장비다. 

# LED 램프는 눈보다 빠르다

신형 CLS클래스 중 상위 모델에는 ‘멀티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LED 모듈에 있는 24개의 고성능 LED가 개별적으로 동작한다. 기존 메르세데스-벤츠의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플러스’와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결합된 것으로 능동적으로 조사각과 조사거리를 조절한다. 

앞유리 상단에 장착된 두개의 카메라가 초당 100회의 조명 패턴을 계산한다. 255단계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최대 485m까지 빛을 보낸다. GPS와 연동돼 굽은 도로를 미리 인식해 조사각을 조절하기도 하며, 원형교차로에서는 좌우 180도 정도로 빛을 넓게 비춘다.

 

기존 S클래스에는 56개의 LED가 탑재됐지만 멀티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았다. S클래스는 마주오는 차량이 있으면 하이빔의 각도를 스스로 낮추는 반면, CLS클래스의 하이빔은 LED 라이트의 일부분만을 가려 마주오는 차량의 눈부심을 최소화하면서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BMW, 아우디 등은 LED 라이트보다 한단계 성능이 우수하다는 레이저 라이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현재의 LED 라이트 기술로도 충분히 그에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레이저 라이트 시스템은 가격이 비싸고, 제작이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참고로 아우디 R8 LMX를 통해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얻은 레이저 램프의 조사거리는 500m 수준. CLS클래스의 멀티빔 LED와 큰 차이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대 650m까지 비추는 신형 LED 라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 디자인을 선도하는 차

새로운 라이트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헤드램프의 구성도 변경됐다. 특히 LED 주간주행등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디자인이 적용됐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과 세부적인 꾸밈도 변경됐다. 범퍼 하단의 모습은 역동적으로 변했다. 스포티한 쿠페의 특징이 신형 CLS클래스에선 더욱 강조됐다. 

 

CLS클래스의 오묘한 차체 밸런스와 디자인은 때에 따라 이 차를 쿠페로 혹은 세단으로 느껴지게 한다. 당장이라도 문짝을 두개로 줄여도 될 비율이다. 그만큼 각 문짝의 크기가 작고 특히 루프 라인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뒷문짝의 면적은 극히 작다. 문짝이 작기 때문에 드나들기 불편한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이 차는 세단의 탈을 쓴 쿠페다. 편의보다는 멋이 우선이다. 세단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것이 쿠페의 특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실내의 호사스러움은 그런 쿠페의 특징이 잘 담겨있다. 가죽으로 둘러싼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의 상단은 정교하게 맞물리며, 바느질의 방향이나 일정함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우드그레인도 나무의 무늬 선택과 색상 조절을 통해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알루미늄으로 곳곳을 장식했고, 플라스틱의 표면 가공이나 사출성형은 타의 모범이 될 만하다.

 

신형 C클래스나 S클래스의 터치패드 컨트롤러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고, 그래서 센터페시아의 수많은 버튼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여러 기능을 사용하는덴 지장이 없으나 간결하지 못하다. 멋을 강조하는 쿠페의 입장이라면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 새로운 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주행 감각

기존 국내에는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CLS350이었다. 시승한 CLS400은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배기량은 낮췄지만, 트윈터보 차저를 적용해 성능은 물론 연료효율까지 끌어올렸다.

 

최고출력은 약 30마력, 최대토크는 약 11kg.m 상승했다. 토크의 상승은 몸으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5미터에 육박하는 차체가 무척 부드럽게 속도를 높인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쓰진 못하지만 변속은 신속하고 가속도 빠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5.3초. 일반적인 4도어 쿠페 중에서도 빠른 편에 속한다. AMG 모델은 무려 3.6초에 불과하다. 

몹시 빠른 차지만 메르세데스-벤츠 대형차 특유의 부드러움이 짙게 깔려있다. 급가속 및 제동, 급선회 등이 유연하고 안정적이다. 경박스럽지 않다.

 

새로운 엔진이 장착되면서 7단 자동변속기의 세팅이 변경됐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진 않는다. 해외에는 9단 변속기가 탑재된 모델도 판매 중이다. 변속기는 E모드와 S모드로 적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엔진 힘이 충분히 넉넉해 고속에서도 그 변화가 명확하다.

서스펜션도 컴포트와 스포츠로 개별 설정할 수 있다. 여전히 그 차이는 크지 않다. 기본적으로 승차감에 대한 비중이 높다. 그렇다고 코너에서 쏠림이 심한 것은 아니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타고 넘는 느낌이나,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때 엉덩이로 전달되는 충격의 차이가 조금 다르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럽게 잔진동을 완화시키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한방에 충격을 없애려 노력한다. 

 

덕분에 뒷좌석의 승차감도 우수하다. 시트의 딱딱함이나 답답한 공간과 상관없이 편안하다. 세단의 뒷좌석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쿠페의 뒷좌석이 이정도라고 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또 뒷좌석을 완전히 반으로 나눴기 때문에 수납 공간도 넉넉하다.

 

# S클래스 부럽지 않다

최고의 대형차로 불리는 S클래스의 첨단 기술이 CLS클래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전방 카메라와 레이다를 통해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고 완전히 멈춘 후에도 시스템이 유지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을 인식해 스스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적용됐다. 완만한 고속도로에는 그야말로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놓고 타도 커브를 따라 돈다. 20초 정도가 지나면 경고등이 들어온다. 어디까지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이런 기능만으로도 부주의 혹은 졸음 운전에 대한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겠다.

 

이밖에 안전에 대한 집착과도 다양한 어시스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보행자 인식 기능이 포함된 프리-세이프 브레이크, 탑승자 보호 시스템인 프리-세이프 플러스, 교차로 어시스트가 포함된 BAS 플러스, 주의 어시스트, 어댑티브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등의 첨단 안전 기술이 적용됐다. 

CLS클래스는 일반적인 세단과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쿠페의 관점으로 봐야하는 부분이 더 많다. 일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D세그먼트 세단에 비해 가격은 큰 폭을 높지만 디자인이나 고급스러움 등은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굳이 쿠페라 불리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독보적인 멋을 갖고 있다.

 

이젠 4도어 쿠페가 흔해졌다. 특히 BMW 6시리즈와 아우디 A7이 CLS클래스를 맹추격하고 있지만 원조는 괜히 원조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안팎으로 CLS클래스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추격은 허용하지만 추월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먼저 출발한 자의 여유까지 느껴진다.

* 장점

1. 세부적인 스타일링으로 디자인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2. 3.0 트윈터보 엔진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강력하다.

3.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된 차.

* 단점

1. 겉은 최신인데 속은 조금 구식이다.

2.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나 조작 방식은 인내심을 요한다.

3. CLS250 4MATIC이 CLS400보다 고속안정감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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