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투아렉, 오버 엔지니어링의 양면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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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8 16:16
[시승기] 폭스바겐 투아렉, 오버 엔지니어링의 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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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투아렉만큼 빛을 못 본 차가 또 있을까. 누구보다 뛰어난 기본기를 갖췄음에도 국내에서는 저평가됐다. 같은 뼈대를 사용하는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에 비해 성능에 있어서 부족한 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덩치를 키운 Q7에 비해 훨씬 날쌔고, 몸놀림이 가볍다. 굳이 Q7과 카이엔이 아니더라도 동급 모델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투아렉은 이해하기 힘든 ‘오버 엔지니어링’이다.

언제나 그랬듯 1990년대에도 폭스바겐 브랜드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폭스바겐은 저렴한 차만 만드는 브랜드로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었다. 물론 그룹 내에서 아우디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당하고 있긴 했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야말로 저렴한 국민차가 되고 있는 폭스바겐을 가만히 나둘 수 없었다.

 

그러면서 폭스바겐은 고급차에 대한 꿈을 키웠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고, 폭스바겐은 여러 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시장을 살폈다. 폭스바겐은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2002년 두대의 고급차를 선보였다. 하나는 페이톤이고, 다른 하나가 투아렉이다.

투아렉은 폭스바겐과 포르쉐가 함께 개발한 플랫폼을 통해 완성됐다. 당시 포르쉐도 SUV 개발에 한창이었다. 포르쉐는 스포츠카처럼 민첩하고 빠른 SUV를 만드는게 목표였고, 폭스바겐도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 에어 서스펜션으로 날개를 달았다

어쩌면 당초 폭스바겐의 목표는 포르쉐의 것과 지향점이 달랐을 수도 있다. 페이톤만 보더라도 고성능이라기 보단 럭셔리에 가깝다. 어쨌든 덕분에 투아렉은 역대 폭스바겐에선 좀체 느낄 수 없었던 폭발력을 갖고 태어났다. 또 잘 나가고, 잘 서고, 잘 도는 기본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그 특징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진해졌다. 시승한 2세대 투아렉 페이스리프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빠르고, 방향 전환은 날카롭다. 여전히 민첩하다. 큰 몸집에서 나오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가속페달과 엔진, 속도의 반응과 변화, 스티어링휠과 바퀴, 차체의 움직임 등은 일반적인 SUV에서 느낄 수 없는 일체감을 준다.

엔진과 변속기는 이전 세대 모델과 동일하다. 유로6 규제를 만족시키진 못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큰 벽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현재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차 중에서 유로6를 만족시키는 승용차는 어차피 그리 많지 않다.

 

투아렉 페이스리프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 4.2 TDI 모델에만 적용되던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유로6와 에어 서스펜션 둘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에어 서스펜션이다. 폭스바겐 독일 본사를 방문해서 투아렉을 탔을 때도, 여러 옵션 중에서 에어 서스펜션의 인기가 가장 높다고 했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 높이를 최대 300mm까지 조절할 수 있다. 버튼 조작으로 간단히 높이를 설정할 수 있고, 고속에서는 스스로 높이가 낮아져 안정성을 확보한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큰 장점으로 가다온다.

 

전자식 댐핑 컨트롤도 적용돼 세단 못지 않은 승차감까지 확보했다. 컴포트, 노멀, 스포츠 등 댐퍼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고, 그 변화 폭이 큰 것도 장점이다. 방지턱이나 요철, 다리 이음새 등을 지날때 느낄 수 있는 충격을 너무나 쉽게 흘려버린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2톤이 넘는 차체를 가뿐히 잡아둔다. 명확한 서스펜션의 변화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투아렉에게는 기본이나 마찬가지다.

# 여전히 매력적인 파워트레인

기존 245마력에서 262마력으로 최고출력이 향상된 신형 엔진을 접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여전히 국내 판매용 투아렉 페이스리프트에 적용된 엔진은 평균 이상이다. 부드러운 회전 질감에 소음과 진동 억제도 유독 뛰어나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계기바늘이 더 이상이 움직이지 않는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엔진 출력의 한계와 제한속도 설정이 절묘하다. 제한속도에 가까워질수록 버거워하지만 안정성만은 잃지 않는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노면에 바짝 붙어달리는 독일차 특징이 담겨있다. SUV를 타면서 고속에서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8단 변속기도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코스팅 기능과 함께 효율성을 높인다. 8단 기어로 시속 100km로 달릴때 엔진회전수는 1600rpm을 넘지 않는다. 투아렉은 폭스바겐 최초로 8단 변속기가 탑재됐지만, 듀얼클러치도 아니며, 폭스바겐의 것도 아니다. 일본 아이신의 것을 사용한다. BMW가 사용하는 ZF 8단과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투아렉의 8단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못지 않게 반응이 빠르다. 특히 번개처럼 빠른 다운시프트를 뽐낸다.

 

# 오버 엔지니어링의 양면

국내서 판매되는 투아렉의 가격은 7720만원부터 시작된다. 시승한 R라인의 경우 9750만원에 달한다. 엠블럼을 떼고 본다면 고개를 갸웃거릴만큼 저렴한 가격이다. 오히려 BMW X3, 아우디 Q5 등과 일부 모델의 가격이 겹치기도 한다.

 

경쟁 모델과 절대적인 가격 비교에서는 큰 이점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1억원에 가까운 수입차에게 소비자들은 많은 것을 바란다. 간단한 예를 들어, 투아렉 R라인에서 USB 단자를 찾지 못했다. 21세기다. 매일 아침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화장실로 향하는 시대다. 우리는 USB만 연결할 수 있다면 음식점 계산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에도 스마트폰을 꽂는다. 차는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들은 사소한 것 하나 신경쓴다. 수입차에게는 더더욱 그렇고, 투아렉 정도의 가격이면 많은 것이 없을때 마음 상한다. 시트를 제외하면 실내에서 가죽을 사용한 꾸밈도 찾아보기 힘들고, 소재도 골프와 큰 차이가 없다. 아예 똑같은 부품도 있다. 

고급 모델 제작에 대한 미숙함이라기 보단, 오버 엔지니어링의 역효과다. 성능에만 너무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포르쉐는 판매가격 생각하지 않고, 정밀하게 뼈대를 만들었고 당시 폭스바겐 회장이었던 페르디난트피에히 박사는 폭스바겐이 갖고 있던 모든 기술력까지 쏟아부었다. 투아렉은 그야말로 야심이 가득한 모델이었고 기술에 대한 상징성이 높았다.

 

투아렉은 분명 평가절하된 차가 맞지만, 소비자 입맛 맞추기에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2세대 투아렉 페이스리프트는 기존 모델보다 이런 면에서도 꽤 발전했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탄탄한 기본기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비해 화사함이나 꾸밈을 갖추는게 몇배나 쉽다는 점이다.

* 장점

1. 안팎의 디자인이 고루 변경됐다. 소소하지만 느낌이 확 달라졌다.

2. 여전히 3.0 TDI 엔진은 매끄럽고, 8단 변속기는 영민하다. 

3. 승차감, 주행성능 등 모든 면에서 에어 서스펜션의 성과가 크다.

* 단점

1. 고급스러움이 부족하다. 이 가격에 실내를 가죽으로 두룬 차도 많다.

2. 컵홀더가 꽉 차면 마땅히 휴대폰도 넣을 곳이 없다.

3.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사각 지대 경보 등 내세우는 첨단 장비가 이젠 많이 일반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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