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70 D4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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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6 18:31
[시승기] 볼보 XC70 D4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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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포브스 선정 세계갑부 13위, 약 43조억원의 재산을 소유한 잉그바르캄프라드(Ingvar Kamprad). 다소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알고보면 우린 대부분 이 사람이 만든 물건을 쓰고 있다. 잉그바르캄프라드는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창업자다.

그는 지독한 구두쇠로 유명하다. 해외 출장 때는 늘상 이코노미석을 이용했고, 출퇴근에는 주로 대중교통을 선호한다. 주말에 가끔 차를 몰때면 20년도 넘은 볼보 240 왜건을 이용했다고 한다. 가구업체 사장과 볼보는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덩치가 큰 가구같은 짐을 싣기 위해 태어난 왜건, 그리고 왜건의 명가로 불리는 볼보. 또 이케아와 볼보는 ‘메이드 인 스웨덴’이란 교집합을 갖는다.

 

왜건의 명가였던 볼보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대뜸 1999년 ‘V70 XC’라는 크로스오버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 왜건이 갖는 장점에, 사륜구동 시스템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프로텍터를 적용해 오프로드에서도 잘 달리게 끔 만들었다. 그 바탕이 되는 모델의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성격을 은은하게 담았다.

# 왜건 + SUV = 크로스컨트리

왜건은 SUV만큼의 화물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차고가 그리 높지 않아 짐을 싣고 내리기는 더 용이하다. 세단을 기반으로 제작한 만큼 주행 성격의 이질감도 적다. 또 주행 성능도 껑충한 SUV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XC70은 이러한 왜건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

 

일반적인 세단이나 왜건에 비해 차체가 조금 높다. 의식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절묘하게 차체를 높였다. 타고 내리기는 물론이고, 테일게이트를 열고 짐을 들어 올리기에도 적당한 높이다. 또 SUV처럼 테일게이트가 하늘로 치솟지 않아 여성 운전자들도 쉽게 닫을 수 있다. 전동식이니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볼보가 밝힌 트렁크 용량은 575리터. 시트를 접으면 최대 1580리터까지 확장된다. 중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히 넓기만 한게 아니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장비도 제공된다. 바닥의 알루미늄 레일을 통해 공간을 자유럽게 나눌 수 있고, 옆벽면에도 고리를 부착할 수 있다. 또 뒷좌석 뒷면의 그물망은 트렁크의 짐이 앞으로 쏟아지는 것을 방지한다. 

# 우성 유전자만 물려받았다

XC70 크로스컨트리는 SUV만큼 짐도 실을 수 있지만 움직일땐 세단처럼 날렵하게 몸을 틀 수 있다. SUV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며 이 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스티어링휠의 감각이나 앞머리가 돌아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세단이다. 이질감이 들지 않은 한도 내에서 차체를 높였다. 아마 조금만 더 차체를 높였다간 SUV처럼 코너에서 휘청거릴 수도 있겠다. 제원 상으로 XC70의 높이는 1605mm, 현대차 쏘나타보다 130mm 높고, 신형 투싼보단 40mm, 싼타페에 비해 75mm 낮다.

 

연속되는 코너를 지날때도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댐핑 스트로크가 긴 편이지만 한쪽으로 쏠리는 무게를 잘 버틴다. 스티어링의 반응도 명확하고, 브레이크도 충분히 XC70의 무게를 감내한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돋보인다. 고속으로 달리는 SUV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붕붕 뜨지 않고, 노면에 달라붙는다.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매끄럽고 안정적이다. 이 과정에서 소음이 크게 들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시승차에는 볼보 알루미늄 자전거 홀더가 지붕에 붙었지만, 별다른 소음도 없다. 

 

여가생활에 특화된 만큼 다양한 차량용 액세서리도 준비됐다. 자전거 홀더를 비롯해, 자전거 리프트, 스키 및 스노보드 홀더, 카누 및 카약 홀더, 볼보차보다 더 디자인이 수려한 루프 박스 등 다양한 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 

#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시대

기존 국내서 판매되던 XC70에는 2.4리터 5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탑재된 D5만 있었다. 볼보차코리아는 지난해 새로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D4를 선보였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의 핵심은 가솔린과 디젤이 동일한 엔진 블록을 사용하며 대부분의 부품도 공유한다. 연료에 따른 설정값만 달라진다. 볼보는 엔진을 일단 2.0리터 4기통으로 통일할 계획이다. 각 차량 특성에 따라 터보 차저나 슈퍼차저를 적용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탑재할 계획이다. 

 

트윈터보 차저가 탑재된 XC70 D4의 엔진은 무척 매끄럽고,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갖고 있다. 기존 5기통 엔진의 걸걸한 음색이나 거친 반응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가솔린 엔진처럼 꾸준하게 힘을 바퀴로 전달한다. 힘도 넉넉해서 경쾌하게 출발하고, 고속에서도 힘을 끌어올리는게 어렵지 않다.

D5와 달리 D4에는 사륜구동이 적용되지 않았다. 험로에서의 움직임은 아쉽지만, 덕분에 이득도 챙겼다. 엔진 크기를 줄이고, 사륜구동과 관련된 부품이 빠지다 보니 무게는 105kg이나 가벼웠다. 이와 함께 일본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가 새롭게 적용돼 효율이 부쩍 높아졌다. 기존 5기통 엔진은 힘은 좋았지만 효율은 그리 좋지 못했다. D5의 복합연비는 11.1km/l였고, 시승한 D4의 복합연비는 14.5km/l에 달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재미요소는 없지만 효율과 부드러운 승차감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한다. 

 

# 인간을 위한 차

볼보차의 공통적인 미덕은 보기와 다르게 다채로운 편의장비를 갖고 있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편의장비가 안전과 연결돼있는 것도 특징이다. 

볼보의 헤드램프는 눈보다 빠르다. 스티어링과 연계해 좌우 최대 15도까지 방향을 튼다. 볼보의 ‘액티브 벤딩 라이트’는 빠른 반응을 가졌고, 범위도 넓다. 볼보는 이를 통해 야간 커브길에서 90% 향상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도심에서 운전 부주의를 통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블리스’, 무엇보다 2단 부스터 시트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장비 중 하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7-12세까지의 어린이가 카시트를 이용하면 54%의 사망 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개 7세를 넘어서면 카시트를 불편해한다. 앉은키가 작은 어린이가 성인과 똑같이 3점식 안전벨트를 맨 후 충돌사고를 당하면, 오히려 안전벨트가 목이나 쇄골 등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다. 부스터 시트는 아이의 앉은 키를 높여줘 안전벨트가 올바르게 착용되도록 돕는다.

 

여러 장비도 안전을 돕지만 기본적으로 볼보는 안전 과잉의 집약체다. 뼈대는 대형 차량과의 고속 정면 충돌 사고를 감안해 제작됐다. 각 위마다 다양한 소재와 강도의 강판을 적용했다. 특히 탑승 공간 주변으로 고장력 강판을 적용해 큰 충격에서도 승객을 보호한다. 또 크로스 멤버의 위치를 낮춰 범퍼가 낮은 차량과 정면 충돌했을 때 상대편의 차량의 피해까지 줄이는 배려도 돋보인다.

 

차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고, 사람을 통해 움직인다. 하지만 기계와 달리는 사람은 실수를 거듭한다. 차를 몰때도 마찬가지다. 가끔 그 실수로 큰 아픔을 겪기도 한다. 볼보는 수동적인 자동차가 인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목적지까지 충실히 도달하는 것은 기본이며, 운전자의 실수를 막아주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려 애쓴다. 이렇게 좋은 동반자가 또 있을까 생각된다.

* 장점

1. ‘크로스컨트리’와 같은 장르 파괴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 장점만 섞은 탓이다.

2. 보기와는 다르게 승차감이 뛰어나다. 

3. 뼛속까지 안전.

* 단점

1. D4엔 사륜구동이 빠졌다. 

2. 언제나 느끼지만 후방카메라의 광각이 너무 심하다.

3.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외모에 끌리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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