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혼다 레전드...부활한 ’꿈의 힘’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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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2 11:52
[영상 시승기] 혼다 레전드...부활한 ’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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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헤드램프에 부메랑처럼 은색으로 빛나는 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자동차들 디자인이 대부분 공격적이라지만 이 차는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주행성능이나 실내외 고급감도 그에 걸맞게 만들어졌다. 여러 부분에서 기존보다 한차원씩 높은 차를 만들겠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혼다의 플래그쉽 세단 '레전드'가 5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이전의 레전드는 우수한 품질과 성능으로 인해 북미에 진출한 교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차다. 국내서 1994년 대우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 라이센스 생산 되면서 그랜저를 뛰어넘는 최고급 국산차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당시 차가 좋다는건 대부분 인정 했지만 너무 비쌌기에 그리 많이 판매되지는 못했다. 때문에 성공한 이들의 지표가 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일부 차들이 튜닝 돼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런 전설(Legend)적인 자동차가 이렇게 부활했다고 봐도 좋겠다. 

 

# 고급감이 빛난다…보석 헤드램프, 크렐 오디오까지

북미에서는 레전드라는 이름 대신 아큐라 RL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혼다라는 대중 브랜드로 묶어서 보여주기엔 아까운 차라는 뜻일게다. 

헤드램프부터 보통이 아니다. 2단으로 4열 구성 돼있어 눈길을 끈다. ‘주얼 LED 헤드램프’라 칭하는데, 실제로 보면 보석 같이 빛나는게 매력적이다. 모양만 예쁜건 아니고 정확한 영역으로 구분해 적당하게 비춰주고 있어 맞은편 운전자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멀리까지 비춘다. 측면도 넓은 부위를 비춰준다. 

크렐(KRELL)의 오디오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아이템이다. 14개의 스피커에서 뿜어내는 사운드는 그야말로 압권. 오디오에 관심이 있다면 차에 관심이 없더라도 반드시 한번 쯤 청음 해봐야 할 오디오 시스템이다. 최고급 가죽에 통풍 시트를 적용했다. 뒷좌석 공간은 동급 최고의 수준으로 넓다. 청음실로도 최고의 공간인 셈이다. 

▲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혼다 레전드 대시보드, 센터페이시아, 스티어링휠, 뒷좌석 공조장치, 크렐(KRELL) 오디오 스피커, 넓은 뒷좌석 공간

똑똑하게도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스스로 가속 감속을 하고 핸들도 스스로 돌린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도움 시스템(Lane Keeping Assistant System)이다. 굽은 길에서 스스로 핸들을 돌려주는데다 앞차가 서면 정지까지 사뿐하게 한다. 고속도로에서도 아주 유용하지만 사실은 막히는 길에서 더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도 막히는 길 운전은 꺼리게 되는데, 그때 이 기능이 유용하다. 

# 주행성능이 발군...뒷바퀴가 꺾이는 첨단 기능

“어떻게 코너에서 이런 느낌이 나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가며 코너를 돌아나가는데 꽤 안정적이어서 놀랐다. 사실 시승 전에는 좀 우려도 있었다. 너무 강력한 힘을 전륜에만 전달하는 차의 경우 코너에서 언더스티어가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차에 장착된 3.5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은 314마력이라는 꽤 강력한 힘을 내니 우려할만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코너링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뒷바퀴 덕분이다. 후륜에는 P-AWS라는 정밀 후륜 조향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어 급한 코너에서는 핸들의 반대방향으로, 차선을 바꿀때는 핸들과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까지 꺾어준다.

 

전륜 서스펜션은 더블위시본 타입으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9인치의 대형 휠이 끼워져 있는 것도 주행성능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듯 했다. 

엔진은 강력하고, 코너링은 예리하고, 브레이크는 넉넉하다. 대형 세단임을 감안 했을때 주행 성능은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딱딱한 느낌은 줄이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시했다. 

요즘 혼다는 본격적으로 스포티한 자신들의 색상을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올해는 경차 스포츠카인 S660을 내놓는데다 슈퍼카 NSX까지 동시에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미국 시장의 타성에 젖어 편안하고 내구성 좋은 차만 만들어왔던 혼다가 본격적으로 ‘꿈의 힘(Power of dream)’을 믿는 본래 취지로 돌아선 상황이다. 

# 일본 무시하는건 우리 뿐...제품 내용을 살펴봐야

레전드의 가격은 6480만원이다. 이전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낮춰졌고, 성능과 고급감은 더 좋아졌다. 하지만 아쉬운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쏠림 현상이다. 

일본차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다. 어쨌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건 여전히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미국 시장에서도 아직은 현대 기아차가 도요타나 혼다를 이기는건 먼 얘기다. 일본의 자동차는 압도적인 품질 수준과 내구성을 토대로 빚은 높은 신뢰감을 무기로 삼고 있다. 적어도 북미 시장의 경우 적어도 현재 운전자들이 모두 고령으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혼다의 인기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어느 순간 일본 자동차회사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 같다. 아마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 독일계 업체들의 마케팅을 별다른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야 말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차를 만들어 오고 있었다. 개인 취향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한번쯤 살펴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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