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차 그사람] 쌍용차 영업사원, "티볼리 덕분에 살맛나요"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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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1 11:20
[그차 그사람] 쌍용차 영업사원, "티볼리 덕분에 살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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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 속을 달리는 것만 같던 쌍용차의 앞날에 드디어 서광이 비쳤다. 티볼리가 잘 팔려서다. 누구보다 힘들었을 영업사원들 얼굴에도 간만에 웃음이 돈다. 손님을 한명이라도 찾기 위해 밖으로 뛰던 영업사원들은 이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여념이 없다. 말 그대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쌍용차의 고생은 여간 아니었다. IMF 직후인 1998년엔 말 그대로 망했다. 고전 끝에 2004년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 됐지만, 곧 '장고 끝에 악수'였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상하이차가 돈을 제대로 내지 않고 기술만 빼먹었다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이후 2009년 초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약 2년 뒤인 2010년 말 인도 마힌드라에 피인수되는 등 대한민국의 격랑을 고스란히 겪었다. 회사가 어려우니 제대로 신차가 나올 수도 없었다. 

 

그 어려운 시기, 쌍용차의 영업 사원들은 대체 뭘 먹고 살았을까?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쌍용차 오산 대리점 임선호 팀장을 만나기로 했다. 쌍용차에 12년 있으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고,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우등생이라 했다.

2시간 가량 달려가 만난 임팀장.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여유가 넘쳤다. 그렇다고 근거 없이 자부심만 넘치는 영업사원은 아니었다. 쌍용차에 대해 냉정한 쓴소리도 하면서 자신 있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쌍용차 영업사원에게 티볼리는?

 

Q. 티볼리가 새로 나왔다. 반응이 어떤가? 

A. 쌍용차에 입사한 2004년 이후 약 12년 동안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렉스턴이 '대한민국 1%'로 잘 나갈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입사 이래 3명씩 당직(매장 근무)을 한 것은 티볼리가 나오고 처음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기분은 좋다.

Q. 실제로 잘 팔리나? 왜 잘 팔리는 것 같나?

A. 진짜로 잘 팔린다. 사전 계약이 꾸준히 되고 있는데, 공장에서 넘치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2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티볼리는 다 갖췄다. 그동안 쌍용차는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중점을 뒀는데, 티볼리는 둘 다 신경 쓴 최초의 차다. 타겟도 잘 잡았다. 요즘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차를 만들어야 잘 팔린다. 여성 소비자가 60% 이상은 되는 듯하다.

Q. 디젤이나 사륜구동 모델이 나오면 가격이 많이 오를 텐데?

A. 보통 디젤 엔진이나 사륜구동을 추가하면 150만원가량 오르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안 올리지 않을까 싶다. 코란도C 수준까지 올리면 판매가 힘들기 때문이다. 디젤 모델의 경우 옵션을 조정해 가솔린 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80~100만원 이내로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사륜구동은 선택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티볼리 때문에 코란도C 등 나머지 모델의 판매량은 줄어든 것 같은데 

A. 당연하다. 보통 신차가 나오면 2~3개월은 이렇다. 관심이 쏠리기 때문. 특히, 티볼리는 완전히 새롭게 나온 신차기 때문에 더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매장에 코란도C를 보려고 온 손님들도 티볼리를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잘나가는 경쟁사 두고 쌍용차에 남은 까닭은?

 

Q. 2004년 입사했으면,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릴 때부터다. 어떻게 먹고 살았나?

A. 회사가 힘들어지자 곧바로 현대기아차로 이직하거나, 자동차 영업을 포기하는 동료들이 많았다. 영업사원 숫자가 줄었고,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  또, 회사가 어려울 때 판매 수수료 체계가 더 좋아진다. 무엇보다 쌍용차에 오래 있으니 고객들과의 신뢰도 두터워졌다. 요즘에는 기존 고객들이 소개해 판매 하는 경우가 60% 가량 된다. 

Q. 작년 몇 대나 팔았나? 연봉을 밝힐 수 있나? 

A. 작년에 대략 100~120대 판 것 같다. 쌍용차 전체에서는 12등 정도다. 1등은 150대가량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9년 파업 시에는 4~5등도 했다. 연봉은... 통장에 찍히는 것은 많은데, 실제로 영업을 하면서 할인이나 경비 지출을 빼면 실제로 가져가는 것은 절반 밖에 안된다.

Q. 그래서 얼마나 벌었나? 

A. 대략 1억원 정도 번 것 같다. 30대 초반에 억대 연봉이라고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것도 있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영업'의 매력은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 비용이 가장 저렴한 개인 사업자라고 볼 수 있다. 성공까지는 아니지만, 성공의 ‘ㅅ’자 까지는 그린 것 같다.

Q. 많이 깎아주면 더 많이 팔 수 있는 것 아닌가? 

A. 물론이다. 소비자 요구를 맞추지 못하면 못 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사원끼리 무리한 가격 경쟁이 붙으면 서로 파멸이다. 나름대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무분별하게 깎아주지는 않는다. 영업사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입할 때 무리하게 깎아주면 나중에 AS 등 사후관리에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신뢰를 잃게 된다. 몇천만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믿을만한지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가 생기면 조금 비싸더라도 계약을 하기 마련이다.

Q. 현대기아차 판매왕들은 1년에 3~400대씩 판다. 옮기고 싶진 않나? 

A. 전혀 없다. 일단 지금 만족스럽게 벌고 있는데, 굳이 옮길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이직을 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영업하면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쌍용차에서 12년 동안 한 번도 옮기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더 믿어줬고, 더 잘된 것 같다. 

현대기아차는 쌍용차보다 많이 팔 수 있는 구조다. 택시와 렌터카, 장애우용차 등 LPG 영업용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3~400대씩 팔 수 있는 이유는 법인 등 대량 구매 업체와 연결됐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영업사원 입장에서 업체를 끼지 않으면 1달에 10대 팔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 쌍용차, 현대기아차보다 안 팔리는 이유는

 

Q. 솔직히 말해보자. 쌍용차의 단점은 무엇인가?

A. 가장 큰 단점은 '돈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2004년 이후 10년 넘게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투자를 못 했고, 필요한 신차를 적재적소에 내놓지 못했다. 코란도C도 2009년쯤 나왔으면 투싼이나 스포티지처럼 많이 팔렸을 것이다. 소비자 불만으로 제기됐던 여러 문제점들도 돈에 여유가 있었더라면 더 빨리 고쳤을 것이다. 

Q. 현대기아차와 비교한다면? 

A.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박했다고 생각한다. 쌍용차는 안전과 내구성, 소재 등 눈에 안 보이는 부분에 집중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눈에 보이는 숫자와 디자인에 더 집중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령 어떤 차에 2000만원을 썼다고 하면, 쌍용차가 현대차보다 안전과 재질, 내구성 등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한다. 때문에 쌍용차가 더 안전하고 튼튼해도 현대기아차보다 투박하기 때문에 구입을 망설인다.

Q. 쌍용차가 현대기아차보다 안전한가?

A. 현대기아차는 안전에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KNACP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시험 기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본다. KNCAP의 충돌 기준은 시속 60km다. 이런 사고는 거의 없을뿐더러, 이런 속도에서 사고가 나도 큰 부상도 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쌍용차는 프레임 모델뿐 아니라 모노코크 모델에도 서브프레임을 장착해 탑승객이 크게 다치는 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운전석으로 충격이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튼튼하다. 예전에 차가 전손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마에 작은 상처가 난 것 빼고는 멀쩡했다.

# 자동차 회사들의 '댓글 알바'?

 

Q. 솔직히 현대기아차 기사에 '댓글 달기' 한적 있을것 같다

A. 물론 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09년에는 좀 달았다. 그때는 현대기아차 다음으로 악플이 많아 방어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무척 좋아져서 굳이 달지 않는다. 좋은 댓글을 보면서 즐기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기사에도 가끔 댓글을 단다. 무조건 악플을 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기에도 아니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만, 쌍용차 영업사원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이다. 

Q. 인터넷을 중심으로 '안티 현대기아차'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왜 그런것 같나

A. 그동안 보였던 횡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대기아차 임금이 오르면서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의 가격이 더 비싸졌다. 현대기아차가 차 가격을 주도적으로 올렸으면서, 네고(추가 할인)를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워낙 잘 팔리니 독점이 심해졌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흐름을 다른 회사들도 따라가는 형국이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올린 것은 아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비싸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게다가 현대기아차의 내수 차별이 나중에 알려지게 되면서 신뢰가 깨지고 안티가 많아지면서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 결함이 발견되면 분위기는 어떤가? 쌍용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Q. '이런 차 좀 만들어달라'는 차는 없나?

A. 당연히 라인업이 많아야 영업사원은 좋다. 앞서 말했듯 우선 택시나 렌터카, 장애우용차 등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는 돈이이 안 된다고 하는데, 냉정하게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영업용 차들이 기본 볼륨을 채워주기 때문에 실적이 높은 것이다.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내년에 나올 렉스턴 후속이 가장 궁금하다. 쌍용차의 플래그십 모델로, 최대한 고급스럽게 만들어 모하비와 베라크루즈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Q. 쌍용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세심하고 소박하게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보이는 부분도 신경을 써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불량률이 낮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 검사 단계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인원 추가가 필요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면 신뢰도라도 올려야 한다. 손님이 차를 받았을 때 하자가 없어야 한다. 

Q. 코란도C 미션 등 소비자 문제가 나오면 분위기가 어떤가?

A. 치가 떨린다. AS를 너무 많이 해줬다. 당황스럽다. 회사의 지침이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이다. 기존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기도 미안하고, 새 차를 팔 때도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불안했다. 코란도C 미션은 다른 모델에 비해 불량률이 높긴 했다. 쌍용차에 가장 취약한 점은 역시 돈이다. 돈만 있었으면 빨리 바꿀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최대한 편하게 AS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Q. 12년째 코란도를 탄다고 들었다. 쌍용차 이외에 가장 타고 싶은 차는?

A. 개인적으로 나에게 '최고의 차'는 메르세데스-벤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최고의 차를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타고 싶은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ML클래스와 E클래스다. 차가 튼튼하고 안전한 것이 어디 하나 허투루 만든 곳이 없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했다. 물론, 쌍용차에 몸담고 있으면서 탈 생각은 없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내가 차를 판 소비자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딱히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제네시스와 쏘렌토 후속이다. 

Q. 쌍용차 여러 모델 중 최고의 차와 최악의 차를 꼽는다면?

A. 체어맨W가 최고다. 들어 있는 부품을 비롯해 승차감과 가격, 등 동급 모델 중 가장 탈 만한 차다. 안타까운 점은 회사에 돈이 없어서 신모델 개발을 못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에쿠스보다 체어맨을 더 높게 쳐줬는데, 요즘은 판매량에서나 인지도 등에서 에쿠스에 한참 못 미친다. 최악은 카이런이다. 쌍용차가 중국에 넘어갔을 때 중국인이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 티볼리 어떤 차라 생각하나

 

Q. 영업사원을 떠나 티볼리 어떤가요?

A. 대부분 다 만족스럽다. 아쉬운 부분을 몇 개 꼽으라면, 트렁크 밑에 있는 수납공간을 스티로폼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소재가 다소 아쉬운데, 본사 품질 관리팀에 전화해 개선 요청을 하기도 했다. 또, 후륜 서스펜션에 토션빔을 사용했는데, 개인적으로 멀티링크를 썼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동급 경쟁 모델에서도 토션빔을 썼고, 다른 옵션을 추가하기 위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사용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멀티링크를 썼으면 소비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고급차를 타셨던 분들은 충격 흡수율 등에 차이가 느껴질 듯하다.

Q. 티볼리 디젤이 곧 나올텐데, 가격은 얼마로 예상하나?

A. 원래대로라면,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이라면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100만원 이하로 맞추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Q.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A.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늘렸으면 좋겠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볼륨이 매우 적고, 돈도 넉넉하지 않아서 급격히 늘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티볼리를 계기로 흑자 전환하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Q. 티볼리 가솔린의 출력이 약한 듯한데, 모닝 터보보다 느리다는 얘기도 있다. 

A. 직접 타보면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갈 것이다. 중고속까지 잘나간다. 126마력으로도 충분하다. 시승했을 때 불만 없었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마력과 토크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쌍용차가 추구하는 것은 내구성이다. GDI가 아니라 MPI를 쓴 이유는 엔진 하자를 줄여 내구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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