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천대교 100중 추돌, 막을 수는 없었을까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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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27 17:06
[기자수첩] 인천대교 100중 추돌, 막을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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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인천 영종대교에서 105대의 차량이 충돌해 2명이 죽고 6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과속한 버스와 택시 2대가 연쇄 추돌한 것이 첫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10미터 전방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극심한 안개가 끼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마치 천재지변인 것처럼 혹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사고인것처럼 보도 되기도 한다. 

미국이나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도 이런 일이 간혹 발생한다. 최근에도 미국에선 150중 추돌이 발생하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이 역시 눈, 비로 인해 전방을 제대로 살필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사고를 겪고도 어쩔 수 없다고 손놓고 있어선 안된다. 같은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겨울 타이어를 장착해야 했다. 영하의 온도로 얼어있던 노면도 사고에 한몫 했을 것이 분명하다. 얼어붙은 노면에서 일반 타이어는 접지력을 잃고 제동거리를 늘려 추돌을 쉽게 일으키게 할 뿐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조향도 이뤄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화 해야 하는건 이런 이유에서다. 

또 재작년부터 미국서 주요 안전 요소로 평가에 집어넣는 '정면 충돌 방지(front crash prevention)' 기능은 이런 경우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눈으로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레이더를 이용하는 추돌경보 시스템은 전방에 차가 멈춰서 있다는걸 경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볼보, 메르세데스-벤츠였다면 추돌하는 대신 차를 멈춰 세울 수 있도록 해줬을지 모른다. 물론 중간에 낀 차는 어쩔 수 없지만 대다수 차에 이런 기능이 있었다면 사고를 줄일 수도 있었겠다. 

국내에는 이런 기능이 거의 없지만 북미에는 상당수 차종에 제공된다. 예를 들면 제네시스의 일부 옵션에는 사고가 예상될 때 스스로 차를 완전히 세워주는 기능이 있고, 쏘나타 고급형에도 충돌 경보 시스템이 장착됐다. 이런 기능을 넣는 이유는 명확하다. IIHS가 이 기능이 있는 차에만 가장 안전한 차(TSP+) 등급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제조사가 알아서 장착하리라는건 너무나 순진한 기대다. 차는 천사가 만드는게 아닌 만큼 법규나 평가 시스템을 통해 안전 장비 장착을 촉진 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더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