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 스스로 연비 낮추는 '기현상'…"뻥연비 판정 무서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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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9 14:55
자동차 제조사, 스스로 연비 낮추는 '기현상'…"뻥연비 판정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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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물론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업체들이 주요 모델의 연비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산업부와 국토부가 일부 차종에 대해 '연비 부적합' 판정 및 과징금을 징수하자 제조사들이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연비 하락으로 인한 혼란이 예상되기도 한편, 이제야 제대로 된 연비가 나온다고 말할 수 있겠다.

▲ BMW 5시리즈

5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작년 10월 출시된 BMW 520d의 연비는 기존 16.9km/l에서 16.1km/l로 4.7%가량 떨어졌다. 같은 엔진을 장착한 520d x드라이브 역시 16.0km/l에서 15.6km/l로 2.5% 하락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2015년형 E300도 기존 10.3km/l에서 9.7km/l로 5.8%가량 줄었다. 안전·편의 사양을 추가해 무게가 55kg 무거워졌으며, 타이어도 17인치에서 18인치로 커지는 등 변동 요인이 있었던 것이라고 업체 측은 밝혔다. 

또, 작년 1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CLS250 CDI 연비 역시 15.6km/l에서 15.0km/l로, 4%가량 줄었다.

▲ 피아트 친퀘첸토

피아트 친퀘첸토(500)의 연비도 지난해 11월 2015년형 모델이 나오면서 12.4km/l에서 11.8km/l로 4.8% 줄었다. 특히, 구형 모델의 경우 일반 모델(500)과 컨버터블 모델(500C)의 연비를 모두 12.4km로 뭉뚱그려 신고했지만, 2015년형은 일반 모델과 컨버터블 모델의 연비를 하향 조정하고, 각각 11.8km/l와 12.0km/l로 세밀하게 신고했다.

이에 대해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연비는 파워트레인과 무게, 디자인, 측정 환경 등에 의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유럽 연비 측정 방식이 국내와 달라, 사후 검증 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최대한 국내 방식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 현대차 i40

최근 출시된 현대차 i40의 경우 새롭게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가 장착돼 기존 모델보다 연비가 다소 향상됐지만, 왜건 모델의 연비(16.0km/l)가 세단 모델 연비(16.7km/l)보다 4.2% 가량 낮아지는 등 세밀한 조정이 있었다. 이전 모델은 왜건과 세단 모두 15.1km/l로 같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i40는 이전 모델도 왜건이 세단보다 무겁고, 공기저항도 많이 받는 구조여서 연비가 떨어졌다"면서 "기존에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이 같으면 연비를 동일하게 신고 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지만, 작년 연비 부적합 판정 이후 제조사들이 왜건과 세단의 연비를 각기 다르게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작년 연비 부적격 판정을 받은 모델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연비 측정 방식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보수적으로 신고했다는 것은 사후 검증에서 부적격 판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예전에는 여러번의 연비 테스트 결과 중 잘 나온 것을 신고했다면, 최근에는 허용 오차(5%)를 넘지 않는 안전한 데이터로 신고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11월 산업부·국토부·환경부 공동 고시에 따라 연비를 안전하게 낮춰 신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면서 "연비를 보수적으로 신고하는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자동차 연비 인증은 신고제로, 제작사 자체 측정 및 한국석유관리원 등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 브랜드 5곳 모두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르쉐 등 수입차 브랜드 11곳은 연비를 자체 측정해 신고만 한다. 크라이슬러와 도요타,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한불모터스, 포드 등 7곳은 공인시험기관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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