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A180 CDI, 콧대 낮춘 프리미엄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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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9 19:00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A180 CDI, 콧대 낮춘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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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메르세데스-벤츠는 A클래스로 쓴맛을 봤다. 1997년 내놓은 1세대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기대한 것은 작고,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유려함을 갖는 것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소형차 시장을 간과했다. 단지 삼각별이 달리면 사람들이 열광할거라 기대했다. 1세대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안전성에 대한 오점까지 남겼다. 2세대 A클래스는 여러 면에서 큰 발전을 거뒀지만, 여전히 삼각별을 붙이기엔 어색했다. 그래도 꽤 잘 팔려 나갔다.

 

시승한 3세대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이 붙기에 부끄럽지 않게 발전했다. 디자인이나 실내 품질 등은 이전 세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3천만원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A클래스는 생각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정서를 잘 담고 있다.

# 엄연히 삼격별이 달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존심을 지켜려한 부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CLA클래스에서 볼 수 있던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직물과 인조가죽으로 제작됐는데 디자인이나 재질, 착좌감이 수준급이다. 옆구리를 잡아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전동으로 조절되는 것은 물론이고, 메모리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다. 단 디자인 상 시트 부피가 상당히 커서 뒷좌석에 앉으면 시야가 가려져 답답한 면도 있다. 

 

C클래스 이상에서 볼 수 있었던 반 타공 가죽 스티어링휠과 스포츠 계기반, 메르세데스-벤츠의 멋을 잘 담고 있는 원형 송풍구, 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 등은 A클래스도 엄연히 프리미엄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실내 곳곳에 사용된 플라스틱 질감은 어쩔 수 없지만, 공들여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고 손이 쉽게 닿는 곳은 상당 부분 가죽 소재로 마감했다.

 

시승한 나이트 트림은 A180 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인데, 외관의 차별점도 돋보인다. 18인치 알로이 휠과 듀얼 배기 파이프, 블랙 아웃사이드 미러, 고광택 엠블럼이 붙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돋보인다. 

 

세부적인 특징 보다는 전반적인 차체 윤곽의 변화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기존 A클래스는 껑충함이 극에 달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진행한 엘크 테스트에서는 껑충함과 차체자세제어 장치의 부재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형 A클래스는 여느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러하듯 낮고 넓게 만들었다.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A클래스는 다름아닌 SLS AMG를 디자인한 마크패더스톤의 손에서 완성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패밀리룩이 잘 반영된 것은 물론이며, 소형 해치백이 보여줄 수 있는 날렵함과 당당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 적게 먹는 만큼 느리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름을 적게 먹는다. 시승과 촬영을 위해 자유로와 제 2자유로를 수차례 오갔지만, 연료게이지 바늘은 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2박 3일의 시승 기간 동안 눈금 하나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복합연비는 무려 19.3km/l.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 으뜸이다.  

 

르노에게 공급받는 1.5리터 디젤 엔진은 효율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A180 CDI의 것은 르노삼성차 QM3 보다 성능과 효율이 더 좋다. 변속기의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있다.

A180 CDI에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됐다. 기어비가 촘촘하고, 7단은 항속 기어다. 효율은 기가 막힌데 주행 감각은 꽤 거칠다. 낮은 속도에서는 잦은 기어 변속으로 울렁거림도 심한 편이고, 일반적인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보다 그리 변속이 빠른 편도 아니다. '듀얼클러치'라면 직결감이나 빠른 반응을 기대하게 되는데, 폭스바겐 DSG 변속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심에서의 움직임은 경쾌하다. 촘촘한 기어비를 통해 저속에서는 꽤 민첩하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의 주행모드 설정은 격한 변화를 주진 않는다. 스포츠로 달려도 여전히 기름을 적게 먹고, 반응은 아주 조금 빨라진다.

 

도심에서 규정된 최고속도까지는 어느 정도의 재미까지 유발한다. 엔진음이 약간 거칠고,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진 못하지만, 탄탄한 하체와 탄력적인 서스펜션은 스티어링을 마구 돌리게 만든다. 사실 출력이 녹록한 편이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든 안심하고 스티어링을 돌릴 수 있다는 안도감이 과감한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한다. 

고속에서는 배기량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109마력의 최고출력과 26.5kg.m의 최대토크는 일단 도심을 지나면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는 그야말로 힘을 쥐어짜내듯 힘겹게 속도를 올린다. 최고속도까지 도달하기가 만만치 않다. 가속은 형편없지만, 고속 안정성은 작아도 메르세데스-벤츠다. 묵직하다. 이 부분 만큼은 C세그먼트의 절대 강자 폭스바겐 골프보다 낫다. 

#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한 믿음

언제나 앞서가던 메르세데스-벤츠지만 C세그먼트 해치백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기존 A클래스는 다소 소심하게 경쟁자들을 피해 다녔지만, 이번엔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며, 공들여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장 저렴하지만, 그안에 담긴 가치와 철학의 무게는 여느 메르세데스-벤츠와 동일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그 안에 담긴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배기량이나 차의 크기가 가격과 비례한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단번에 깨치는 일은 쉽지 않아보이지만, A클래스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자들도 충분히 많다.

* 장점

1. 연비. 노력하지 않아도 복합연비 정도는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다.

2. 7개 에어백, 레이더 센서를 통한 각종 경고 시스템 등 동급 최고의 안전장치. 

3. 소형차 답지 않은 승차감. 분명한 메르세데스-벤츠의 혈통.

* 단점

1. 배기량의 한계.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신통치 않다.

2. 엔진 소음이나 진동도 더 다듬어야할 부분.

3. 트렁크나 뒷좌석의 공간적인 여유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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