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뉴 제타, 더 이상 작지 않다
  • 김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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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3 18:42
[시승기] 폭스바겐 뉴 제타, 더 이상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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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한 뉴 제타는 전 보다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 특히 새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적용된 후면부는 마치 아우디를 연상케 할 만큼 고급스러워졌다. 주간주행등이 포함된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도 LED 후미등과 조화를 이룬다. 차체는 길고 낮아졌다. 전장은 기존 모델에 비해 15mm 길어졌고, 높이는 5mm 줄었다.

▲ 폭스바겐 제타

기존엔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로 구분됐었지만 이젠 2.0 TDI 블루모션과 2.0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 등 2개의 2.0리터 모델로 재구성됐다. 출력과 토크가 개선됐고, 무게도 줄었다. 특히, 프리미엄 모델은 기존 대비 최고출력은 10마력, 최대토크는 2.1kg.m 향상됐다. 공차중량은 1470kg으로 이전(1516kg)에 비해 46kg 감소했다.

# 탄탄한 주행감각…수입 소형 세단의 교과서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입차의 특성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요소는 주행감각이다. 그런면에서 제타의 탄탄한 기본기는 소형 세단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이 정도 주행성능에 이르면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호감을 갖는다. 

▲ 폭스바겐 제타

묵직한 2.0 TDI 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돼 직결감이 좋고, 페달을 밟는 대로 치고 나간다. 가속 성능이 우수한데다 DSG 변속기도 워낙 부지런하다.

운전자 마음을 아는 듯한 '빠릿빠릿'한 변속으로 인해 변속 레버를 조작할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느긋하게 '지금 쯤 올려야지' 마음먹는 순간 DSG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RPM 낭비는 용납하지 않는다. 

▲ 폭스바겐 2.0 TDI 엔진

비교적 낮은 영역인 1750rpm부터 시작되는 34.7kg.m의 최대토크는 출발 가속감을 더 향상시키고, 경사가 급한 언덕길에서도 마음껏 가속할 수 있게 한다. 언덕길 중간에서 다시 출발 해봐도 매번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최고출력 150마력의 수치는 '스포츠카'급 달리기를 추구할 정도는 아니지만, DSG와 높은 토크로 인해 체감 가속력은 그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독일차 특유의 딱딱한 서스펜션과 날카로운 핸들링도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연비도 우수해 유류비 걱정도 적다.

▲ 폭스바겐 제타

서울 도심과 강변북로를 지나 분당까지 약 80km 구간을 과격하게 달렸더니 트립 모니터 화면에 리터당 12.2km가 표시됐다. 다음날 막히는 출근 시간, 도심과 올림픽대로 약 30km 구간을 달린 결과는 리터당 16.7km가 기록됐다.

이 차의 표시연비는 복합기준 15.5km/l(도심 13.8km/l, 고속도로 18.1km/l)인데, 그보다 우수한 연비가 나왔다. 좋은 의미의 '뻥연비'인 셈이다. 

▲ 폭스바겐 제타

코너링은 안정적이다. 빠른 속도로 급선회를 해도 흔들림이 크지 않다. 하지만, 시트의 형상이 사이드 서포트가 적고 몸을 감싸는 형태가 아니어서 급격한 코너링 시 몸이 한 쪽으로 쏠려 가속을 주저하게 만든다.

밀고 나가는 가속 성능은 만족스럽지만, 브레이크는 답력을 요하는 세팅이다. 평소 타는 폭스바겐 CC에 비해 밟는 힘이 많이 필요해 제동시 약간 놀라기도 했다. 

# 넓은 실내 공간…패밀리카 역할에 충실

▲ 폭스바겐 제타 실내

실내는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각종 버튼은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구성됐다. 다만, 부분적으로 적용된 고광택 플라스틱 소재에 지문 얼룩이 쉽게 생겨 관리가 번거롭다. 또, 전동식 시트는 여전히 없다. 3650만원에 달하는 상위 모델 '프리미엄' 트림임에도 전동 시트가 없다니 아쉽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감각을 더해줘 ‘감성마력’을 높여준다. 이 스티어링 휠은 윗급 모델인 CC나 파사트에도 없는 사양이다. 적당한 굵기와 잡았을 때 느껴지는 ‘쫀쫀함’은 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 폭스바겐 제타 실내

패들시프트는 없지만 그리 아쉽지는 않다. 한 손에 감겨 ‘짤깍’거리는 기어노브도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주차 브레이크는 전자식이 아닌 핸드 브레이크 방식이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차에는 다 있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없지만, 불편함이나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제타만의 실용적이고 고전적인 개성으로 보인다. 

▲ 폭스바겐 제타

제타의 뒷좌석은 이 차가 패밀리카 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겉보기는 작지만 실내 공간은 넓기 그지없다. 머리 공간은 딱 맞는 정도지만 무릎 공간은 넓어 비율 좋은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다리 짧고 엉덩이 큰 승객이라면 좀 불편할 수도 있겠다. 휠베이스 2651mm라는 수치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 폭스바겐 제타 트렁크. 뒷좌석 폴딩 기능도 갖췄다.

510리터 크기의 트렁크는 폭스바겐의 우수한 공간 활용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렁크 내부 끝까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고 넓기 때문이다. 이렇게 넓은 트렁크는 국산 준대형급 차종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 폭스바겐 제타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

실내 정숙성은 다소 아쉽다. 주행 시 엔진 소리와 미세한 바람 소리가 실내를 메운다. 파사트나 CC보다 소음과 진동이 컸다. 신형인 골프보다도 정숙성이 떨어진다. 특히, 2~3단으로 저속 주행 시 계기반 상단부 대시보드가 떨리는 진동이 발생해 시승 내내 거슬렸다. 전화 통화나 일상적인 대화에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풀 체인지 모델에선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다.

▲ 폭스바겐 제타
 

* 장점

1. 검증된 TDI 엔진과 DSG 변속기의 조합. 탄탄한 주행감과 우수한 직결감

2. 넓은 실내와 트렁크 공간. 패밀리카로 손색 없다.

3. 커진 차체와 세련되게 다듬어진 외관.

* 단점

1. 실내 정숙성. 엔진 소리와 진동이 실내를 가득 메운다.

2. 브레이크가 밀린다. 다른 폭스바겐 차들과 달리 깊게 밟아야 한다.

3. 전동식 시트가 없다. 이제는 장착할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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