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 티볼리, 가격 때문에 타는 차 아니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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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2 10:22
[시승기] 쌍용 티볼리, 가격 때문에 타는 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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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단단한 하체에 세련된 디자인. 쭉쭉 뻗는 주행감각. 심지어 이 차를 타본 한 여성 기자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다른 것도 아닌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니. 쌍용차가. 

▲ 여러대의 쌍용 티볼리들이 시승을 앞두고 나란히 서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차’라고 구박했던 바로 그 차를 만들던 회사 아니었던가. 마치 배타는 것 같은 승차감을 ‘SUV 감성’이라 우기던 회사 아니던가.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이렇게까지 승화 될 수 있을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 박수 세번 짝짝짝.

그러나 무작정 칭찬만 할 수는 없다. 지적 할 부분도 적지 않다. 

# 쌍용차만 할 수 있는 일 “이 차는 SUV입니다…레드썬!”

정의가 갈수록 흐릿해진다. 원래 SUV는 왜건과 비슷한 정도의 짐을 실으면서도 특히 주로 오프로드를 갈 수 있도록 차체가 높고, 4륜 구동 능력을 갖췄거나 높은 견인능력을 갖춘 차를 뜻하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SUV라고 하면 막연히 디젤 엔진의 커다란 4륜구동 자동차가 떠올랐다. 

그런데 쌍용차는 이 앙증맞은 티볼리를 SUV라고 칭한다. 현재 공개된 티볼리는 전륜구동인데다 휘발유 엔진 자동차다. 더구나 낮은 지상고와 작은 차체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SUV와는 딴판이다. 

 

비슷한 크기와 사양의 르노삼성 QM3나, 보다 SUV에 가까운 기아차 스포티지도 CUV인데 티볼리는 굳이 SUV라고 한다. 쉐보레 트랙스가 SUV라는 이름을 들고 나왔을때는 항의도 했지만, 쌍용차가 SUV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넘어가게 된다. 이게 SUV 전문 브랜드의 힘인가보다. 

이 차를 승용차로 보면 섭섭한게 한둘이 아니지만, SUV라고 생각하고 타보면 많은 부분에서 용서가 된다. 

# 주행감각은 단단하다

하체가 너무 단단하게 구성됐다. 아니 딱딱하다고 해야 옳겠다. 소비자들은 차를 타면 좀 놀랄것 같다. 시승차에는 18인치 타이어가 끼워져 있는데, 이보다 좀 줄여줘도 좋겠다.

단단한 하체와 고강성 차체 덕인지 자세는 제대로 잡아준다. 코너를 급하게 들어가거나 차선을 급히 변경해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조향감각이 그리 날카롭다거나 똑부러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한 타입이다. 시트포지션이 약간 높아 시야는 탁 트였는데, 승차감은 출렁거리는 SUV가 아니라 단단한 해치백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1.6리터 MPI 엔진은 요즘 유행하는 GDI에 비해 한 세대 뒤진 느낌이지만, 러시아나 중국 등 쌍용의 주요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휘발유 품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더구나 MPI는 설계 제작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추후 터보차저를 장착하기 쉽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120마력에 불과하다고 해서 처음엔 걱정도 좀 했는데, 결코 부족한 느낌은 아니다. 6단 아이신 변속기의 기어가 가속 위주로 짜여져 꽤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 엔진 음도 꽤 크게 들리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박진감이 느껴진다. 세단 기준이라면 너무 시끄럽다고 할 수 있지만 젊은 감각의 SUV라면 이런 세팅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진다. 

일본 도요타 계열인 아이신(Aisin) 6단 변속기가 장착됐는데, 최신이라고 할수야 없겠지만 신뢰성이 높고 부족함이 없는 변속기다. 이전 쌍용차가 쓰던 악명높은 BTRA(현재 ION Automotive Systems) 변속기가 아닌 점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실내는 화려하다

실내 디자인의 화려함에는 부족함이 없다. 빨간색의 실내 구성은 조금 무리수라는 생각도 들지만 도전 정신이 마음에 든다. 심지어 안전벨트까지 빨강인데, 이 부분은 따로 상이라도 줘야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계기반은 6가지 색상으로 바꿀 수 있고 D컷 스티어링휠의 디자인도 훌륭하다. 이 부분은 차급에 비해 직경이 좀 큰데, 아마 한개의 부품을 개발해 코란도C 등 다른 차에도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치게 독특한 부분도 여럿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조수석 콘솔박스를 열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매우 좁아보이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 뭘 넣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핸드폰 정도를 넣어보면 당황하게 된다. 높이는 좁지만 깊이는 너무 깊어 손이 잘 닿지 않아서다. 

뒷좌석 시트 방석부분 한가운데는 열선 센서가 장착돼 있는데, 이 부분이 딱딱해 앉으면 엉덩이 한가운데를 쿡 찌른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고 약간 느낌이 있는 정도다. 이렇게 엉덩이가 찔린채 30분 정도를 달려야 했는데 남에게 말하기도 좀 남사스러웠다. 도착한 후에 다른 기자들에게 “혹시 엉덩이…”하고 물으니 다들 “너도 그랬냐?”면서 깔깔 웃었다. 

 

좌우 대칭에 지나치게 집착한 부분도 눈에 띄는데, 쓸데없는 대칭이 오히려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실내 곳곳에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이전 쌍용차의 느낌은 싹 씻어냈다. 일부분씩 놓고보면 다른 브랜드 자동차에 비해 더 고급스러운 면도 있었다. 중저가 SUV의 실내가 이 정도라면 결코 나쁘지 않다. 

# 가격 싸서 사는 차는 아니다

티볼리의 가격은 1635만원-2347만원으로 보도 돼 있다. 1635만원은 수동 변속기 모델이고 자동변속기로는 1795만원부터다. 사양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꽤 저렴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상위모델로 갈수록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 선루프가 50만원, 내비게이션이 55만원, 투톤 인테리어가 15만원이어서 시승차의 판매 가격은 2467만원에 달했다. 

 

재작년 한국GM이 내놓은 트랙스가 1940만원-2289만원으로 나왔을때 많은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분개했는데, 티볼리는 이보다 그리 나을게 없는 셈이다. 르노삼성 QM3도 더 비싼 디젤엔진과 DCT 변속기를 장착하고도 2250-2450만원. 기아 스포티지R이 2065-2965만원이다.

티볼리는 가격이 싸서 사는 차는 아닌 셈이다. 이 차는 얼핏 봐도 특이하다. 작고 재미있고, 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자동차다. 한 공무원이 이 차의 신차 발표회에서 '티볼리는 한국의 미니 컨트리맨'이라고 말했는데, 어떤면에선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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