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CR-V, 의외의 복병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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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23 18:52
[시승기] 혼다 CR-V, 의외의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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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나 수치 상으로 보이는 변화는 소소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디자인, 성능, 편의 및 안전 장비 등의 변화는 월등했다. 말 그대로 의외였다. CR-V에 대한 인상은 ‘일개 크로스오버’에서 ‘정통 크로스오버'로 변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국내 시장에서 미국적 색채가 강한 차는 도태됐다.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걸고 출시된 도요타 코롤라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그렇게 잘 팔리던 혼다 시빅도 코롤라의 절차를 밟고 있다.

혼다는 또 출시하는 신차마다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그런 혼다코리아를 지탱해준 원동력은 어코드와 CR-V였다. 물론, CR-V가 예전처럼 날개 돋친 듯 팔리진 않지만 편안한 승차감과 잔고장이 적다는 입소문을 타고 독일 브랜드 전국시대에서 꽤 선전하고 있었다.

 

# 원조 크로스오버

당초 CR-V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기존의 SUV와는 다른 감각을 추구해서다. 세단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해 부드럽고 쾌적한 승차감을 갖췄고, 여기에 기존 SUV의 장점까지 더해졌다. 최초의 크로스오버가 기아차 스포티지라면 CR-V는 크로스오버 세그먼트를 완성한 차다. 또 가장 많이 팔린 크로스오버기도 하다.

 

시승한 ‘뉴 CR-V’ 또한 크로스오버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가솔린 엔진과 CVT의 결합으로 만든 정숙성은 디젤 엔진 독일차에서는 볼 수 없는 정숙성을 지녔다. 예외도 있지만 차는 조용한게 최고다. 고속에서도 동승자와의 대화가 원활하고, 외부 상황을 소리로도 알 수 있다. 더불어 저렴한 품질의 오디오도 왠지 더 선명하게 들린다.

 

모양새는 오프로드도 거뜬히 달릴 수 있게 생겼지만, CR-V의 주무대는 도심이다. 덩치 큰 세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느낌이 어코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야만 높다. 서스펜션도 부드럽다. 스포티함보단 안락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고 코너마다 출렁이며 허둥대지도 않는다. 의외로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매끄럽다. 서스펜션은 꽤 탄력이 좋아서 코너에서 하중이 쏠릴 때, 방지턱을 넘을 때,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혼다는 아주 절묘한 세팅값을 찾은 듯 하다.

 

# CVT의 장점과 한계

2.4리터 가솔린 엔진과 CVT 변속기의 조합은 무난하다. 저속에서의 반응은 수준급이나 고속에서는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부분변경된 CR-V의 엔진은 이전 보다 소폭 상승했다. 최고출력은 그대로지만 더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그 힘이 나오며, 최대토크는 약 11% 개선됐다.

 

제원상의 최대토크보다 체감은 훨씬 더 높다. 낮은 속도에서는 마치 디젤 엔진 같은 힘이 발휘된다. 엔진회전수의 상승폭도 그리 높지 않다. 가속페달과 속도의 반응까지 민감하다. 살짝 힘을 줘도 툭 튀어나간다. 

 

고속 영역으로 도달하는 과정도 원활하다. 별도의 주행모드 변경은 없고, 기어는 S모드와 L모드를 지원한다. S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살짝 상승해 더 가속이 용이하도록 한다. 하지만 막상 고속으로 접어들면 무용지물이다.

 

부드럽고 반응도 만족스럽지만 CR-V의 CVT 변속기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엔진회전수는 계속 상승한다. 그리고 계속 고회전영역에서 머물며 힘을 끌어올린다. 엔진회전수를 내리고 높이는 과정없이 계속 고회전을 사용하는 만큼 소음이 증가한다. 고속에서는 정숙성이란 장점도 사라진 셈이다. 또 고속 크루징에서는 일반적인 변속기보다 회전수를 높게 쓴다. 결국 빨리 달리는게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 간과한 의외의 복병

CVT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을 뿐, CR-V는 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차다. 가족적인 배려도 돋보이고, 안전성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를 위한 구조적인 개선이 실시됐고, 덕분에 동급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미국에서 진화한 크로스오버답게 다양한 수납공간과 드넓은 트렁크 공간까지 확보했다.

 

디자인도 개선됐고, 편의장비도 늘었는데 혼다코리아는 CR-V의 가격을 높이지 않았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단 얘기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가득 짊어졌지만, 오히려 CR-V는 더 당당해 보인다. SUV 유행의 급물살을 탈 자격이 충분하다. 한때는 국내 시장에서 연간 베스트셀링카에 오르기도 했던 CR-V가 다시 한번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분명 우리가 너무 간과한 의외의 복병이다.

 

* 장점

1. 쾌적한 승차감. 경쾌한 움직임도 특징이다.

2. 엔진 성능 및 효율 개선.

3. 넓은 공간. 크기에 비해서도 무척 넓다.

* 단점

1. 기술적으로 진화가 덜 된 CVT. 

2. 센터 디스플레이가 두개나 돼서 어색하다. 그래픽도 향상 돼야 겠다.

3. 시승한 ‘투어링’의 가격은 앞자리가 다르다. 4천만원대라면 소비자들의 마음도 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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