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디젤 화물차 및 버스에 유로6가 의무화 됐다. 이미 보름 가량 지났지만 대다수 제조사들은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유로6를 만족 시키지 못하는 브랜드도 있고, 서류 작업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출시가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결국 판매 일선에선 팔 차가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특히 다른 브랜드와 달리 현대차는 아직까지도 대형 트럭용 유로6 엔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나 중형트럭인 메가트럭은 올해 들어 생산∙출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 겉보기엔 최신 경향을 따랐지만, 유로5 엔진을 장착. 올해 들어 생산할 수 없게 된 현대차 엑시언트

현대 자동차의 특장차 판매를 담당하는 한 영업사원은 "회사가 유로 6 대응 트럭을 만들어주지 않아 죽을 맛"이라면서 "3월에 유로6 트럭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정말일지는 나와봐야 안다"고 말했다. 또 "회사에선 그때까지 가격도 모르는채 계약만 받으라고 했다"면서 "차가 출시돼도 적어도 수개월은 더 기다려야 할텐데 대략의 출고시점도 모르니 더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법규에 따르면 올해부터 유로6가 아닌 차는 생산하더라도 판매할 수가 없다. 올해 6월까지 판매 제한이 유예돼 지난해 연말까지 만들어지거나 수입된 차는 판매할 수 있지만, 유로5 차량의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이를 찾는 소비자도 많아 재고 물량은 찾기 어렵다.

▲ 대형차 유로6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요소수를 넣어야만 한다.

관계자들은 45인승 유니버스나 24인승 카운티 등 버스 출고 지연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지난 13일부터 출고 개시를 시작했지만 아직 받은 사람이 없고, 지난해 초 계약한 소비자들이 8개월 이상 기다려서야 차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6 버스의 경우 지금 계약하면 출고 기간이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6를 도입하면 새롭게 요소수(urea) 탱크, 후처리용 분사장치 등을 더해야 하므로 값이 크게 오른다. 현대차는 영업사원들에게 "신차 코드를 마련해 뒀으니 소비자들에겐 지금 가격보다 대략 1000만원 가량 오를 것이라고만 말하고 일단 계약부터 받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한 법인 차량 구매 담당자는 '(지금 구입할 트럭이) 현대차가 독점하는 차급이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구입하는데, 영업사원들이 가격도 모른다는게 말이나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폭스바겐 계열사 만(MAN)트럭은 지난해 연말 유로5 대형 트럭을 잔뜩 수입했다. 지난해 수입된 물량은 올해 6월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연 판매 물량에 가까운 숫자를 미리 수입한 것이어서 공격적 마케팅이 이어진다. 6월이 지나면 전혀 팔 수 없게 되므로 여차하면 밑지고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 선롱 등 버스 회사들을 비롯 상당수 트럭 회사들도 신형 커민스 엔진을 믿고 있다. 신형 엔진으로 유로6를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서 대형 엔진 생산으로 명성이 높은 커민스(Cummins) 관계자에 따르면 유로6에 대응하는 엔진은 개발 돼 있어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커민스는 아직 유로6 차량에 엔진을 납품한 사례가 없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커먼레일을 적용한 피아트(FPT)의 엔진을 도입해 유로6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블루 이피션시 파워라는 이름의 자체 개발 친환경 엔진을 이용한다. 

▲ DCT등을 적용, 유로6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만족시킨 볼보 트럭

프리미엄 대형 트럭인 볼보트럭은 느긋한 입장이다. 상용차로는 유일하게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적용하는 등 연비를 고려한 결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유로6 대응 트럭을 내놨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린바 있어서 유로6를 적용하고도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볼보 트럭도 지난해까지 수입된 물량을 연초에 모두 판매하고 3월부터 유로6 모델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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