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업고 국내시장 공략?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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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29 19:06
[기자수첩]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업고 국내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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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를 많이 배출하는 차에서 세금을 거둬 적게 배출하는 차에 혜택을 준다는, 이른바 '보너스말뤼스' 제도가 유야무야 됐다.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이던 계획이 2021년까지 미뤄졌기 때문이다. 환경 오염을 막고 연비 기술 발전을 앞당긴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연비 좋은 유럽산 승용차와 일본산 하이브리드카에 혜택이 집중되고 국내 산업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우려가 컸다. 국산차들의 연비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은 이번에도 오로지 정부 세금만으로 지불하게 됐다. 환경부가 1500만원 보조금, 각 지자체가 많게는 700만원까지를 지불한다. 합쳐서 2200만원. 정부가 내놔야 할 금액이 크다보니 많은 수를 지원하지 못하고 올해는 총 970대 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때문에 제주도의 경우 10:1, 서울은 3:1의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지원을 받아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다. 내년도는 이보다 예산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그럼에도 지원대수는 3000대에 불과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구입이 로또'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당첨 확률도 낮고, 구입만 했다 하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레이보다 더 저렴한 전기차, "택시 시장 공략한다"

▲ 중국 BYD의 전기차 e6

제주도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3600만원짜리 경차급 전기차 레이EV를 12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데, 중국산 BYD e6 전기차가 등장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그보다 더 저렴해질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레이 전기차만 해도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최신 기술을 이용하는데 비해 BYD는 니켈수소라는 저가 배터리로 비용을 낮추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BYD는 자동차 사업 이전부터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로 누구보다 배터리셀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니켈수소를 이용하는 구형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무게가 늘지만, 리튬이온에 비해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배터리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격벽 구조 등이 간소화 되는 장점도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미국 테슬라도 구형 노트북용 저가 배터리(원통형 리튬이온)를 이용해 주행거리를 늘린 경우다. 

정부와 지자체의 친환경차 보조금은 대부분 기존 전기차들의 가격이 4000만원~6000만원 정도에 형성됐다고 보고 만들어진 지원금이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일부를 보조해주는 개념이지만, BYD 전기차의 경우 한차원 낮은 가격을 형성함으로써 이 보조금을 받게 되면 오히려 동급 휘발유차보다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업계는 택시 업체들이 BYD 전기차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 BYD도 일반 승용 시장 보다는 택시시장에 관심을 갖고, 2016년에 국내 택시시장에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기존 중국차라면 배기가스 규정, 미국식 OBD 시스템 적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전기차의 경우 이런 진입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점도 전기차의 국내 도입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 버스 시장까지 중국차...정부의 친환경 정책 자리잡아야

버스시장도 중국 자동차의 공세를 받게 된다. 심천 우저우롱 모터스(Shenzhen Wuzhoulong Motors)의  FDG6는 낮은 가격과 저렴한 유지비를 기반으로 국내 대형 시내 버스 시장까지 공략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저상버스가 언덕이 많은 제주도에 잘 맞지 않는 점을 감안해 차체 높이도 원하는대로 맞춰줄 수 있다는 식의 전향적인 입장이다.

최근 소형 관광 버스에서 중국산 선룽(Sunlung)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버스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전기 버스에 주어지는 정부의 보조금은 대당 1억원 정도로 적지 않다. 

국내 버스 제조사들의 대응은 신통치 않다. 내년에 펼쳐지는 전기차 엑스포에 참가하는 버스 제조사는 동원 올레브, 자일대우버스, 한국파이바 등 3개 업체 뿐이고 모두 실증 경험이 부족한 상태여서 중국 버스에 비해 그리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친환경차 정책에 대해 수개월만에 한번씩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친환경차에 제대로 투자하는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다시말해 국민들 세금을 통해 조성한 전기차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일찌감치부터 일관된 친환경차 정책을 펴온 중국 기업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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