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나코 달린 아우디 A1…라이벌 없는 ‘최고급 소형차’
  • 모나코=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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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4 11:37
[시승기] 모나코 달린 아우디 A1…라이벌 없는 ‘최고급 소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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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반짝이는 초록색이라니.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는 듯 하다. 메탈릭 자바 그린이라 이름붙인 이 신형 색상은 A1의 성격을 대변한다.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뜻일게다. 앙증맞은 외관에 튀는 색상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꼭 깨물어주고 싶은 정도로 예쁘다. 

그런데 대체 왜 모나코인가. 작고 좁고 정체도 심한 이곳. 비행기를 12시간 넘게 타고나서 또 다시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곳. 아우디는 왜 하필 이곳을 A1의 글로벌 시승장소로 택했을까. 긴 비행에 지친 상태로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봤다. 

 

우선 A1이라는 이름은 1983년에 등장한 WRC 레이스카 ‘콰트로 A1’과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다. 당시 콰트로 A1 랠리카가 처음 공개된 곳이 바로 이곳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였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성’이라 불렸던 미쉘무통이 차를 몰았다. 하누미콜라. 발터뢰를 같은 전설적 레이서들도 A1과 개선 모델 A2를 몰아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8회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이듬해 ‘스포츠 콰트로 S1’이 등장하면서 단명했지만 ‘A1’이라는 이름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곳임에는 틀림없다. 

그같은 역사적 의미와 약간의 유머를 담아 이곳을 신형 A1의 시승장소로 선택한건 아닐까. 마케터의 마음을 낱낱이 헤아릴수는 없겠지만 그런 진지한 마음으로, 마치 랠리 드라이버가 된 듯 시승에 임했다. 

 

◆ F1 펼쳐지는 도로에서…작은차가 더 강력하다는걸 깨닫다

“헉, 이게 무슨...” 같이 시승한 다른 매체 기자가 흠짓하더니 너털웃음을 지었다. 스포츠카도 아닌데 고개가 뒤로 젖혀졌기 때문이다. 도심에선 가속페달을 다 밟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1.4리터 TFSI(가솔린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로는 믿어지지 않는다. 요즘 기준으로 150마력이면 그리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차량 총중량이 1200kg 정도에 불과해 힘은 차고 넘치는 정도다. 더구나 수동변속기여서 변속할때마다 “쾅”하고 직결되는 느낌이 가속감을 더한다.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7.8초라는데 그보다 훨씬 빠를것만 같은 느낌이다. 매우 잘 가다듬어진 엔진 사운드도 박진감을 더하는데 일조한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몬테카를로 도로를 한참을 달리니, 어느샌가 도로 가장자리에 빨갛고 하얀 연석이 나타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우리차는 F1 서킷에 들어와 있었다. 마침 이곳은 프리몬트 호텔 앞,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너’라 불리는 ‘프리몬트 헤어핀’이었다. 모나코는 매년 WRC 랠리를 시작하는 도시인 동시에 F1 챔피언십 시리즈의 주요 개최지 중 하나다. F1 경기라면 매끈하게 정돈되고 넓직한 서킷에서 치뤄지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모나코GP는 호텔 앞 도로에 펜스와 관람석만 설치한채 경기를 치뤄 훨씬 박력있고 이색적이다. 

본래 F1에서 ’프리몬트 헤어핀’은 내려오는 코너지만, 이번엔 반대로 치고 올라갔다. 기어를 한단 낮추고 코너 안쪽 연석까지 살짝 밟으며 가속했다. 180도 코너에 이어지는 언덕을 2단으로 오르는데도 가속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F1에 비할바야 아니겠지만 레이싱카처럼 안정감 있게, 더구나 기우는 느낌도 없이 연석을 타고 넘는다. 이 차가 전륜구동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다만 코너 중간에서 가속페달을 조금 거칠게 밟으니 역시 “훽”하는 소리와 함께 앞바퀴가 헛도는게 느껴진다. 출력이 넘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언더스티어가 심하지는 않다. 토크벡터링이 전 차종에 기본 장착돼 있어서다. 이 시스템은 코너를 돌때마다 바깥쪽 바퀴에 더 많은 힘을 전달해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물론 가벼운 차가 원심력도 적고, 휠베이스도 짧아 회두성도 좋았다. 어지간한 중형차보다 코너에서 더 재미있는건 어쩌면 당연했다.

 

◆ 끝없는 와인딩이 계속되는 랠리코스

이어서 찾아가야 할 곳은 WRC 랠리코스. 몬테카를로의 도로는 매우 복잡한데 심지어 터널안에 대여섯갈래 회전교차로까지 있어 말 그대로 미로다. 그렇지만 내비게이션 안내가 충실해 찾아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GPS를 잡을 수 없는 터널속에서 헤멜수도 있었겠지만 이 차의 내비게이션은 차량의 각종 센서와 연동돼 지하에서도 정확한 길을 안내했다. 더구나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지원해 실제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지도를 보여준다. 차가 인터넷과 연결돼 있어서 구글 스트리트뷰나 인터넷 라디오, 차량내 와이파이(Wifi) 핫스팟 등을 지원하는 첨단 시스템이다. 

 

언덕을 한참을 달리니 다시 눈에 익은 도로가 나온다. 그란투리스모 게임을 통해 수없이 달렸던 곳, 몬테카를로 랠리 코스에 접어들었다. 랠리 코스답게 끝없는 와인딩 로드가 펼쳐진다. 랠리 코스의 집들이 도로에 얼마나 가까운지 사이드미러에 스칠듯하다. 산을 계속 오를 수록 이어지는 헤어핀 코스와 한쪽으로는 끝없는 낭떠러지. 멀리 내려다보이는 해변 도시는 절경 그 자체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평정심 따위는 잃은지 오래다. 

 

너무나 좁은 길인데도 자꾸만 속도를 높이게 된다. 조금만 큰 차라면 이렇게 달릴 수 없을것 같은데 회두성과 그립력이 너무나 좋아 코너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작은 차라면 휠베이스가 짧아 피칭이 일어나기 쉽지만 이 차는 차체 강성이 워낙 우수하고 서스펜션이며 주행감각이 튀지 않고 굉장히 안정적이다. 

엔진도 매력이 넘친다. 낮은 회전에서부터 토크가 우수하다보니 2단으로 출발부터 굉장히 높은 속도 영역까지 변속없이 커버할 수 있다. 

랠리코스를 통과해 산 정상으로 계속 올라간다. 알고보니 이 코스는 무려 1시간40분이 걸리는 코스라고 한다. 등산과 다름없는 와인딩을 한시간 넘게 계속했지만 차의 상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 브레이크도 밀리지 않는다. 대신 운전자가 먼저 기진맥진해지고 말았다. 

◆ 실용성은 물론, 하이브리드 잡는 연비까지

이 차의 앞좌석 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편이어서 부족하지는 않다. 3도어 모델은 의자를 젖히고 뒷좌석으로 들어가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5도어 스포트백 모델은 뒷문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어 불편없이 앉을 수 있었다. 더구나 5도어는 천장 길이가 조금 늘어나 겉보기와는 달리 뒷좌석에 성인이 앉아도 천장에 머리가 전혀 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막상 뒷좌석에 앉아 오랜 시간을 달리니 답답하긴 했다. 어디까지나 임시로 탈때 불편하지 않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 트렁크 공간은 200리터가 채 안되지만 뒷좌석을 앞으로 젖히면 900리터가 넘는 공간이 나온다.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이 차의 좋은 무기라면 연비는 좋은 방패격이다. 잘 달리고 재미있게 즐길수 있으면서도 우수한 연비를 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페이스리프트 하면서 엔진 출력은 150마력으로 10마력 높아졌고 연비 또한 21.3km/l(유럽기준)에 달한다. 이런 연비를 받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우선 이 차의 4기통 엔진은 CDO(실린더-온-디멘드)로 동작하는데, 높은 출력이 필요 없을 때는 2기통으로만 작동하면서 연비를 향상 시키도록 만들어졌다. 원리를 보면 차량의 부하가 적은 경우 캠을 이동시켜 2번과 3번 실린더의 밸브를 활짝 열고 연료를 공급하지 않은채 놔둔다. 멈춰진 실린더는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1/10초 남짓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COD가 동작하는걸 체감하기는 어렵다. 시속 50km의 구간만 떼놓고 보면 100km당 1리터까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아우디 측은 설명하고 있다. 20%가 넘는 절약인 셈이다. 하지만 전체 연비 측정 구간에서 절약은 0.4리터 정도로 8% 정도 절약이다. 여기 정차시 자동 시동 정지(스톱앤고) 기능까지 더하면서 10% 정도의 연비를 절약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변속기는 6단 수동 혹은 7단 듀얼클러치인데 듀얼클러치라도 수동 변속기와 연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참고로 한국에는 1.6리터 TDI 듀얼클러치 모델만 들여올 계획이다. 

◆ 세계적 인기 끄는 ‘아우디 A1’은 무엇인가

’작고 좋은차’라면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지만 그동안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서민 입장에서 차를 고르자면 ‘이왕이면 큰 차’라는 과시욕이 절로 생기기 마련이어서다. 그런 이유에서 작은 차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무기로 내세워야 했고, 상당수는 구성이 엉성하거나 부족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었다. ’작은 차는 원하지만 싸구려는 싫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아우디는 2011년 A1을 내놓을때 최신 테크놀로지와 감각을 모두 투입해 ’소형 고급차’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더구나 비스포크(Bespoke=맞춤)를 통해 차량의 외장 색상을 천장, 기둥, 몸체를 각기 달리 할 수 있고 17개의 휠이 제공될 뿐 아니라, 실내 색상도 각 부위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가능한 조합은 총 1백만가지가 넘는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몰개성 제품이 아니라각 소비자들의 요구를 맞추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선지 소득 수준이 높은 이곳 모나코에는 흔한 페라리나 벤틀리 사이로 아우디 A1이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고급 스포츠카를 가진 사람도 평상시 마트를 간다거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차가 필요하고, 그런 용도에 딱 맞는 자동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우디 A1은 ‘작은 차의 플래그십’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로, 작고 귀여운데다 스포티한 차체를 무기로 내세운 차다. 경쟁모델보다 한층 높은 가격표를 붙였지만 3년간 유럽, 남미, 일본, 중국에서만 50만대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인기다. 다른 시장에는 고성능에 콰트로까지 더한 S1 모델이나 스포트백까지 나와있지만 국내는 일단 A1만 내놓고 반응을 살핀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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