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내비게이션은?

(지난 퀴즈 정답: 애플 카플레이가 일반 내비게이션보다 좋은 이유는? / '3. 지역과 언어 차이에 따른 불편함이 없다'였습니다. 평소에 쓰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익숙하면서도 편리하겠죠?)

옛 선조(?)들은 지도 한 장 달랑 펼쳐놓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셨지만, 요즘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도로 위의 '눈뜬장님'이나 다름없다. 문명의 이기에 너무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태생이 길치인 사람에게는 내비게이션만큼 고마운 것도 없을 듯하다.

현대 내비게이션의 시초는 1981년 혼다에서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Electro Gyrocator)'다. 작은 기계에 A5 용지 크기의 지도 필름을 집어넣으면 현재 위치를 불빛으로 보여주는 원시적인 장비였다.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를 사용할 수 없어 운전자가 현재 위치를 찍으면 나침반과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상대적인 위치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미국에서는 1985년 자동차용품업체 이택(Etak)이 전자식 내비게이션 '이택 내비게이터(Etak Navigator)'가 출시됐다. 일렉트로 자리로게이터와 달리 나침반과 바퀴에 달린 센서로 길을 찾는 전자식이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정확도도 낮았다.

국내에서도 1997년 현대 오토넷이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만들었지만, 구형 2D 지도가 사용됐고, 정확성 등 품질이 떨어져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GPS 위성이 민간인에게 개방되면서 내비게이션 시장은 탄력을 받게 됐다.

2004년에는 초기형 2D 전자 지도가 적용된 휴대용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가 출시됐다. 작은 PDA 화면으로 최적화된 길을 알려주기 위해 색상으로 도로를 구분하고 조그만 픽셀 형태로 정보를 전달했는데, 단순한 길 안내 및 감시카메라 정보 파악 등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후 다양한 업체가 거치형 모델을 속속 출시하며 2D 전자 지도 내비게이션은 건물들을 육면체 형태로 표현해 입체감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 단순 길 안내뿐 아니라 주유소와 마트 등 주변 시설물을 검색해 찾아가고, MP3와 DMB 등 멀티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됐다.

2008년 나온 3D 전자 지도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뿐 아니라 건물 및 랜드마크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표현했다. 2D의 경우 점, 선, 면으로 만든 지도에 기호나 상징 등으로 공간을 압축하는 수준이었지만, 3D는 도로와 산, 언덕 등 도로 주변의 지형지물까지 높낮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현실감을 높였다.

2012년에는 인공위성과 항공기로 촬영한 2D 내비게이션도 나왔다. 위성에 탑재된 센서로 지형 데이터를 얻고, 항공기로 근접 촬영한 다음 이를 최적해 내비게이션용 전자 지도로 만든 것이다. 인공위성을 사용한 지도의 경우 고도 700km에서 촬영돼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 정보만 나오기 때문에 항공기로 세부적인 지형을 촬영해 보완한 것이다.

최근에는 위성과 항공기를 이용한 3D 내비게이션까지 나왔다. 단순히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지도가 아니라, 위성과 비행기로 촬영한 것을 3D로 구현해 운전자가 눈으로 직접 도로를 보는 것처럼 주변 환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또,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로 주행 상황을 촬영하고 경로 정보와 결합해 길을 안내해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및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전방 차량 출발 알림(FVSA), 신호등 변경 알림(TLCA) 등의 첨단기능이 적용된 내비게이션도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