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땅콩리턴’ 대한항공 A380을 타보니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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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1 09:31
[기자수첩] ‘땅콩리턴’ 대한항공 A380을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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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인천에서 대한항공 A380기를 타고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향했다. 조부사장이 뉴욕에서 탔다는 퍼스트클래스 좌석은 아니고 비즈니스 클래스였다. 

 

대한항공 비즈니스클래스의 승무원들은 예나 지금이나 깍듯이 친절했고 더없이 상냥했다.  세계 다른 어떤 항공사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고도의 친절이다. 그런데 이들의 말투가 좀 이상하다. 너무 경직돼 있었다. 웃을때도 절대로 소리를 내지 않고 미소만 짓는다. 손님의 사소한 행동에도 죄송합니다라거나 감사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굽힌다. 너무 철저하니 서비스를 받는게 아니라 마치 로봇이나 군인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좀 경직돼 있는것 같다”했더니 그제야 웃으며 “요즘 때가 때인만큼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또 “기자분들이 많이 타셨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자꾸 이것저것 묻자 “저도 직장인이어서 이럴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한항공 광고에는 스튜어디스들이 대거 등장한다. 항공사가 아니라 스튜어디스를 광고하는 것만 같다. 여러 광고가 있지만 태도는 하나같이 당당하다. 마치 패션 모델이 걷듯 씩씩한 말처럼 걷는 장면도 나온다. 패션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페레도 그런 당당함을 염두에 뒀는지 머플러는 하늘로 치솟게 디자인했다. 

▲ 지난해 집행됐던 대한항공의 TV 광고 /광고캡쳐

그런데 지금은 이들이 위축됐다. 메뉴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바둥바둥하는게 눈에 선하게 보인다. 세상에 이들보다 더 서비스를 잘하는 팀은 보지 못했는데, 조현아 부사장은 이들을 책망하고 채찍질했다. 과연 무엇을 위한 채찍질이었을까.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자기 합리화에 눈이 멀어 정작 서비스를 활기차고 명랑하게 만드는 근원이 무엇인지 잊은건 아닐까. 진정 손님이 감동 받는 서비스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손님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지 하찮은 메뉴얼쪼가리에는 결코 담을 수 없다는걸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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