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60 T5 R디자인, 일탈을 꿈꾼다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12.15 14:35
[시승기] 볼보 S60 T5 R디자인, 일탈을 꿈꾼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정관념은 무섭다. 세상은 하루가 달리 진화하는데, 우리는 예전 경험과 인상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볼보 입장이라면 이런 고정관념이 참 야속할 것 같다. 이미 수년전부터 진행된 대대적 디자인 변화가 결실을 맺는 상황임에도 많은 사람들은 각진 ‘올드 볼보’에 대한 얘길 꺼낸다.

 

2000년초부터 볼보는 예전 디자인을 하나씩 버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S70의 후속으로 등장한 1세대 S60은 볼보 디자인 변화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네모반듯했던 디자인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볼보의 전설적인 쿠페 P1800에서 볼 수 있었던 유려한 루프 라인도 재해석됐다. 

2세대 S60에서는 볼보의 최신 디자인이 정립됐다. 각진 디자인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심지어 S60을 기반으로 만든 왜건 V60 마저도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왜건 디자인의 틀을 벗어 던졌다.

또 볼보는 기본적인 디자인 변화와 함께 고성능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R디자인(R-Design)을 내놓기 시작했다. 볼보는 한때 R디자인이 아닌, 정말로 잘 달리는 'R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R디자인은 비록 일반 모델과 비교해 성능 차이는 미미하지만, 과감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꿈꾼다. 

◆ 레이싱 유전자를 품다

색상부터 범상치 않다. R디자인을 상징하는 색은 ‘패션 레드(Passion Red)’로 불리는 붉은색인데, 시승차에는 화사한 ‘레벨 블루(Rebel Blue)’ 색상이 적용됐다. 레벨 블루는 ‘폴스타(Polestar)’를 상징하는 색이다. 레벨 블루는 굳이 R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선택할 수 있다. 

 

누가 그랬던가, 자동차 디자인의 완성은 휠이라고. R디자인에는 다이아몬드 커팅 5스포크 19인치 휠이 기본 적용됐다. 세부적인 디자인도 압권이다. 마치 바람개비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쌩쌩 잘 돌 것 같다. 여기에 포르쉐 911, 아우디 R8, BMW M 등에 적용되는 고성능 타이어인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을 신었다. 엔진 성능에 변함은 없지만 정장구두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은 정도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밖에 S60 R디자인에는 고광택 메탈 프레임이 적용된 그릴과 무광 처리된 아이언 마크가 붙었다. 또 그릴에는 R디자인 배지도 달렸다. 또 은빛의 전용 사이드 미러캡과 리어 스포일러, 리어 디퓨저 및 스포티함을 강조한 듀얼 머플러가 기본 적용됐다. 과격함은 없지만 R디자인에 새롭게 적용된 작은 요소로도 충분히 스포티한 이미지가 발휘된다. 

 

볼보의 R디자인은 BMW M 스포츠 패키지, 메르세데스-벤츠 AMG 라인 등과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은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는 성능에 중점을 둔 본격적인 고성능 서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볼보는 아직 미진하다. 볼보의 모터스포츠를 담당하는 폴스타(Polestar)가 볼보와 함께 고성능 모델을 내놓곤 있지만, 완벽히 볼보의 것이 아닐 뿐더러 대량 생산도 쉽지 않다.

 

실내 디자인의 큰 변화는 없지만, 이미지에 맞게 여러 부품을 전용화했다. 특히 천공 기법으로 통기성을 높인 R디자인 전용휠과 좌우로 흔들리는 상체를 꽉 잡아주는 R디자인 전용 스포츠 시트 등은 기존 볼보에서는 느끼기 힘든 역동성을 품고 있다.

◆ 하체를 단련하고, 신발을 갈아신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튜닝은 ‘아래부터 위로’란 말이 있다. 정답은 없으나 성능 향상을 위한 튜닝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통하는 얘기다. 휠과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꽤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데, S60 T5 R디자인은 서스펜션도 개선됐다. 신발을 갈아신고, 다리 근육도 강화한 셈이다.

 

미묘하지만 주행성능은 분명 한단계 발전했다. 일반적인 S60은 서킷에서도 꽤 많이 경험 해봤다. 급제동이나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 한쪽으로 쏠리는 무게를 서스펜션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R디자인에 적용된 스포츠 서스펜션은 일반 모델에 비해 훨씬 단단하다. 그래서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한결 민첩하고, 속도를 높이는데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일종의 차체 자세 장치인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트랙션 콘트롤(DSTC)’를 비활성화해도 큰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차체의 기본적인 한계점이 높다. 바퀴의 그립은 충실하게 스티어링휠로 전달돼 조작도 쉽다. 또 누구나 큰 위험에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도 높다.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 여부나 엔진 크기를 줄였음에도 여전히 국산 대형차보다 넓은 회전반경은 아쉬운 부분이다.

◆ 다운사이징을 위한 터보 차저는 희열을 수반하지 않는다

최근 볼보는 모듈러 엔진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드라이브-E(Drive-E)’로 불리는 볼보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엔진이 핵심이다. 가솔린과 디젤이 동일한 엔진 블록을 사용하며 대부분의 부품도 동일하다. 연료에 따라 설정값만 달라진다. 4기통 엔진 블록을 기반으로 터보 차저나 슈퍼차저를 장착해 특징을 부여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탑재한다.

볼보는 모듈러 엔진을 전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제대로 설계한 엔진 하나로 연구 개발비를 줄이고 생산 기간이나 비용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모듈러 엔진은 대부분의 독일 브랜드와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도입하고 있다.

 

T5에는 터보 차저가 달렸다.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는 독일 브랜드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격렬한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대한다면 적잖이 실망할수도 있겠다. 터보 차저가 쌩쌩 돌아가기 전에는 조금 답답하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을 할 때나, 정속주행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할 때도 힘을 비축했다가 한방에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이런 반응은 기존 5기통 터보 엔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역동성에 큰 비중을 두는 BMW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배기량, 성능은 완전히 똑같아도 지향점은 다르다.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는 격렬함과는 거리가 있다.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하며 가속하면 약간의 변속 충격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부드럽다. 또 느긋하다. 변속 후 힘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많은 차를 타봤지만, 볼보의 것이 가장 재미없다.

◆ 볼보는 오늘도 변화 중

볼보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는 브랜드도 드물다. 독일 브랜드는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됐고, 여기에 볼보도 발을 얹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거침없는 중국 자본도 한몫하고 있다. 볼보는 포드 밑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마치 한풀이라도 하는 듯 다양한 신차 계획을 세웠고 새로운 플랫폼과 모듈러 엔진 등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재미없던 볼보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디자인 변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볼보의 레이싱 DNA가 담긴 R디자인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덕분에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젊어지고 있다.

S60은 언제나 그랬듯 볼보의 일탈을 이끌고 있다. 새로운 길이 막다른 길인지, 고속도로인지 더 달려봐야 알겠지만 S60은 지금까지는 안내자의 역할을 잘 담당하고 있다. 

* 장점

1. 미적으로, 기능적으로도 충실한 R디자인 패키지.

2. 드라이브-E를 통해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3. 헤아리기도 어려운 편의사양과 첨단 안전장비.

* 단점

1. 디자인은 젊어졌지만, 주행감각은 여전히 올드하다.

2. 내년 300마력의 T6가 출시되면 T5 R디자인은 어정쩡해진다.

3. 독일 브랜드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가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