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신형 쏘울 타보니…이전 쏘울이 '깡통'으로 느껴져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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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8 09:09
[시승기] 신형 쏘울 타보니…이전 쏘울이 '깡통'으로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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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쏘울을 구입했다면 신형 쏘울을 타보지 않는게 좋겠다. 타는 순간 땅을 치고 후회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존 쏘울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한편으론 기아차에 화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데 왜 진작 이렇게 못했냐는 생각에서다.

 

◆ 신형 쏘울의 첫인상 - 더 강인하고 더 빠르다

뒤 쫓아 오는 신형 쏘울의 모습을 백밀러로 살피다 놀랐다. 출발전엔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보는것 같았는데, 백밀러로 보는 전면부는 매우 공격적으로 보여서다. 얼른 비켜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강인한 느낌을 주는 차는 흔치 않은데, 언뜻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떠오를 정도다. 내년 초엔 디자인을 대폭 변경한 3도어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어서 더욱 이보크를 떠올리게 한다.

주행 감각은 디자인을 따른 듯 하다. 부드러운 가운데 이전 모델에 비해 꽤 스포티하고 강해졌다.

 

우선 엔진 세팅이 달라졌다. 최대 출력은 더 줄었고 무게가 더 무거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밀고 나가는 느낌이 훨씬 시원하다.

구형 쏘울은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봐야 둔한 느낌에 애궂은 엔진 회전수(RPM)만 쭉 올라갔다. 심지어 엔진이 고생하는 소리가 워낙 크게 나서 가속하기 미안할 지경이었다. 기존 엔진은 쏘울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는데, 이제야 적당한 힘을 내는 엔진이 장착된 듯 하다. 모두 최대 출력을 줄이고 초반 토크를 높여 가능해진 일이다. 곧 내놓을 현대차 제네시스도 최대 출력이 줄었는데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다.

엔진은 세팅만 달라진게 아니고 방음과 공명을 잘 잡아내서 소음도 극도로 억제했다. 지나친 과시욕이 줄고 소비자들을 위하는 방향으로 이제야 조금 선회한 듯 하다.

 

핸들 감도를 조절하는 ‘플랙스 스티어’ 기능이 장착돼 있다. 핸들은 여전히 지나치게 가볍지만 스포트(SPORT) 모드를 선택하면 그런대로 묵직한 느낌을 준다.

코너를 탈출하는 느낌도 이전과 전혀 다르다. 물론 독일산 해치백 같은 짜릿한 코너링은 아니지만 국산 준중형 중 최고 수준까지는 올랐다. SUV를 방불케 하는 높이를 감안하면 기이한 정도의 움직임이다. 고속에서 안정감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다. 기존의 설계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도 이런 변화를 주었다는게 놀랍다. 

◆ 실내는 최첨단…한국이 앞선다

독일에 속도 무제한으로 달리는 아우토반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세계 최악으로 정체되는 간선도로가 있다. 독일이 빠른 속도로 달릴때 안정감있는 차를 만드는데 집중한 반면 우리는 느긋하게 집인양 살아가기 적합한 실내를 만들어가는 듯 하다. 덕분에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의 참신함과 고급스러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준중형에 어울리나 싶을 정도의 호사스런 인테리어다. 파노라마 썬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여기 굉장히 넓고 해상도 뛰어난 내비게이션 화면과 가격에 비해 훌륭한 오디오 시스템도 적용됐다. 스피커와 에어컨 토출구를 통합한 시도는 참신하다. 대시보드와 시트 디자인도 이대로 떼다 집에 설치하고 싶은 정도다.

 

기아차 레이가 모닝의 플랫폼을 이용해 훨씬 광활한 실내 공간을 만들어 낸 것 처럼, 신형 쏘울도 아반떼나 K3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막히는 길이나 장거리 여행에도 덜 답답하겠다.

이전에 비해 훨씬 조용해진 점도 놀랍다. 이전 모델에 있던 노면노이즈가 올라오는 것이나 깡통 느낌이 들던 울림도 잡혔다. 잔뜩 보강된 흡음재의 힘이다. 그 덕분인지 액튠 오디오 음질이 꽤 듣기 좋게 됐다.

자동주차 시스템은 최근 아반떼에 먼저 장착됐는데, 이전까지 평행주차만 지원해서 활용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이제는 T자 주차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차를 지원해 일상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듯 하다. 

안드로이드가 깔리긴 했지만 기아차에서 “수정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와 다르다”고 말했다. 더구나 일반인들이 개발해 앱스토어에 등록하는 길도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이럴거라면 안드로이드는 대체 왜 썼나 싶다.

 

◆  '유니크'보다 유니크한 스타일

앞유리 각도부터 뒷유리 형상까지, 외관이나 실내 어느것 하나 기존과 같은게 없다. 하지만 전체 형상과 비율이 워낙 독특하다보니 멀리서 봐도 신형 쏘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차는 SUV도 아니고, 웨건도 아닌 독특한 장르의 자동차다. '박스카'라고 하지만 닛산 큐브와 비교해보면 실용성이 강조되는 박스카의 전통 개념과도 다르다. 

기존 차들과 완전히 차별되는 이 차는 현대차가 줄곧 외치는 ‘유니크 라이프 스타일’ 차종들에 비해 몇배는 유니크하다고 볼 수 있다. 기아 쏘울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 차종은 벨로스터라 할 수 있는데, 벨로스터 디자인은 쏘울에 비해선 디자인 당위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다만 유리 형상이나 전체적인 느낌은 소형차 미니(MINI)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미니와는 전혀 다르다. 영국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만나도 이 차의 참신성에 대해 감탄한다. 이 차를 직접 본 영국 RCA(왕립 예술학교) 자동차 담당 데일 헤로(Dale Harrow)도 "랜드로버를 축소한 듯한 차",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를 말하는 차"라고 추켜세웠다.

실제로 쏘울은 미국에서도 인정받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다른 차들을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리는 박스카가 되고 있는데, 이번 신형 또한 인기가 높아 판매량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 '미니카' 아닌 'SUV'다운 자동차

기아차는 이 차를 미니와 비교하며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고 했다. 기아차 측에 따르면 같은 ‘패션카’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경쟁모델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미니보다 전장이 40cm나 더 긴 차여서 미니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편안한 차라고도 했다.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좁고 불편한 차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다니 모순으로 느껴진다. 어쨌건 소비자들은 미니보다 쏘울의 실내와 주행감각을 좋아하더라고 했다. 

사실 이 차의 비교 차종은 미니여서는 안됐다. 미니는 장구한 스토리를 가진 독특한 브랜드여서, 차가 시끄러우면 시끄러워서 좋고, 좁으면 좁아서 좋다는 자동차다.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차에 비해 조용하다거나 넓다는걸로 스스로 만족한다는건 자위에 가깝다. 

 

더구나 이제는 다른 차보다 넓다거나 조용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한다. 왜 이 차여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매력이 필요하다. 이 차는 소형차와 SUV의 중간인 차다. 소형차 치고는 비싼데 SUV치고는 싸다. 그러면 당연히 최소한 4륜 구동 옵션을 더해 ‘이 차는 저렴한 SUV’로 보이는게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비싼 소형차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니와 비교할수록 이 차는 더 작게만 느껴질 듯 하다. 

시승해본 결과 차는 정말 잘 만들어졌다. 디자인과 인테리어, 주행감각 모두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다만 단지 '특이한 차'로 마케팅해선 안되고, 이 차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 소비자들에게 전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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