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트렌드를 주도했던 메르세데스-벤츠지만 C클래스가 속한 소형 프리미엄 세단 세그먼트에서는 2인자의 설움도 적지 않았다. BMW 3시리즈가 언제나 더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3시리즈는 스포츠세단이라는 정체성이 확실했다. 아우디 또한 독특한 젊은 디자인과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내세우며 C클래스를 추격했다. 

그간의 C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과 그중 가장 저렴한 세단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날카로운 무기가 부족하게 여겨졌다. 부드러운 승차감이나 안전성만으론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모두들 신형 C클래스는 경쟁모델의 방향을 따를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신형 C클래스는 흔들리지 않고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변화됐다. 더욱 고급스럽고, 더욱 실용적인 쪽이다. 승차감이나 정숙성은 경쟁 모델과 차원을 달리하며, 카메라와 레이더를 사용한 첨단 안전 기술은 삼각별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 결코 경쟁 모델의 장점을 뒤쫓지 않았다. 신형 C클래스는 가장 메르세데스-벤츠답고 그들의 자존심이 강하게 드러나는 차다.

◆ 부쩍 커진 차제,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실내

더이상 C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 세단의 막내가 아니다. CLA클래스 등 똘똘한 동생들이 여럿 태어나면서 C클래스는 한층 성숙해졌다. 크기도 부쩍 커졌다.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는 65mm, 너비는 40mm 확대됐고, 높이는 5mm 줄었다. 그러면서도 알루미늄을 대거 투입해 무게는 약 100kg 가량 가벼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3시리즈에 비해 약 200kg 가량 무겁다. 3시리즈는 대체 뭘로 만든건가 궁금해진다.

 

경쟁모델에 비해서도 전반적으로 큰 편이다. 특히 휠베이스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휠베이스는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무려 80mm나 늘어난 2840mm에 달한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온전히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공간에 할애됐다. 뒷좌석이 좁다고 불만을 토로할 일은 없어졌다. 

 

S클래스를 쏙 빼닮은 디자인은 익스클루시브와 아방가르드로 구분된다. 삼각별이 보닛 위로 쏟은 것이 익스클루시브고, 월계수 엠블럼이 보닛에 붙고 커다란 삼각별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놓인 모델이 아방가르드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도 다르다. 작은 차이지만 완전히 다른 차라고 여겨질 정도로 인상이 다르다.

 

뒷모습은 '작은 S클래스'라는 별명도 붙을 정도다. 얼핏봐선 헷갈리는데, 무엇보다 존재감이 전혀 다른데다 시승한 C220 블루텍에는 가짜 머플러 디자인이 적용돼 전혀 혼동되지 않는다. 진짜 머플러는 차체 밑바닥에 달렸다. 

 

실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칼럼시프트와 새로운 터치패드 컨트롤러를 통해 기존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키워드는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이다. 소재와 마감 수준이 월등히 향상됐다. 오히려 E클래스보다 더 나아보인다. 물론 경쟁 모델보다도 한참 수준이 높다. 

 

오랫동안 고집했던 전화번호 버튼이 자취를 감춘 것은 박수칠 일이다. 터치패드 컨트롤러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버튼이 최소화됐고, 이를 통해 간결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간소한 버튼마저도 일렬로 배치했고, 소소한 꾸밈까지 더했다. 소재 차이는 있지만 S클래스나 스포츠카에 적용되던 원형 송풍구가 독특한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집, 장점의 극대화 

기본 적용된 타이어는 영 신통치 않다. 특히 시승차 앞바퀴엔 콘티넨탈 ‘콘티맥스콘택트 MC5’, 뒷바퀴엔 굿이어 ‘이피션트 그립’이 적용됐다. 독특한 조합이다. 어쨌든 매력적인 핸들링을 지원하진 못했다. 둘다 핸들링보다는 정숙성이나 승차감에 특화된 타이어다. 타는 내내 답답함이 느껴졌고, 17인치 휠은 보는 이를 압도하지도 못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조급하게 경쟁 모델을 뒤쫓지 않았다. 장점을 더 공고히 다졌다.

 

신형 C클래스는 차체 프레임을 재설계하고 알루미늄과 초고장력 강판의 비중을 높였다. 열간성형(Hot-Formed)으로 제작된 초고장력 강판으로 기본 구조를 만들고, A필러 및 B필러 등의 주요 부위는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 엔진 마운트와 지붕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견고한 뼈대는 기본적인 안전성을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며 승차감이나 핸들링 확보에도 영향을 끼친다.

3시리즈가 오버스티어를 종종 보여줬다면, 반대로 C클래스는 언더스티어의 성격이 강하다. 차체 뒷부분이 삐딱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희열은 없지만 안정감은 높다. 그래서 조작도 쉽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담담하게 연이은 코너를 쉽게 빠져나간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인디비주얼 등 다섯가지 주행모드를 설장할 수 있는 ’어질리티 콘트롤’을 사용하면 코너링이 한결 수월하다. 스포츠 모드로 갈수록 엔진과 변속기는 적극적으로 변하고 조향각이 커지면 그에 부합하면 반발력이 스티어링휠로 느껴진다. 이에 반해 서스펜션의 반응은 밋밋하다. 여전히 부드러움이 전제됐다.

 

C220 블루텍에 장착된 엔진은 힘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어렵지 않게 최고속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어김없이 부드럽고 진중하다. 40.8kg.m의 최대토크를 지녔음에도 과격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꾸준하게 힘을 전달하는 모습은 가솔린 엔진과 비슷하다. 유럽 브랜드의 최신 디젤 엔진은 대부분 이처럼 고속영역에서도 그 힘을 잃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가솔린 엔진보다 더 부드럽게 힘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볼보의 최신 4기통 디젤 엔진이 그렇다.

 

차체가 커지고 휠베이스가 길어진 만큼 승차감은 더 향상됐다. 더 편안하고 안락하다. 별도의 어질리티 콘트롤 조작이 없어도 서스펜션은 주행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성격상 이런 부분에서는 절대 경쟁 모델에게 뒤지면 안된다. 정숙성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신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 가벼워진 차체를 통해 효율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합연비는 17.4km/l다. 320d엔 약간 못 미치지만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선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 독일에 비해 비싸지 않다

글로벌 판매가 BMW와 아우디에게 밀리고 있다곤 하지만, 프리미엄이나 명차의 이미지는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가 한 수 위다. 여러 소소한 불만은 ‘메르세데스-벤츠’란 대답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신형 C클래스 또한 이런 ‘특별타당’한 범주에 들어가기 부끄럽지 않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설명은 그리 충분하지 못했다. 뭇매를 맞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국내에 상위 트림만을 도입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진보된 신형 C클래스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출시하고 싶었을테고, 이에 따라 가장 낮은 트림의 가격이 경쟁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

 

신형 C클래스는 국내엔 총 네가지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C200 4860만원, C200 아방가르드 5420만원, C220 블루텍 아방가르드 5650만원, C220 블루텍 익스클루시브 5800만원이다. 독일 현지 가격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다.

* 장점

1. 승차감. 부드러움과 정숙성은 독보적.

2. S클래스에게 물려받은 디자인과 고급스러움.

3.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확인해선 안되는 첨단 안전 장비.

* 단점

1. 젊은 소비자들은 혈기왕성하다.

2. 높은 가격. 최고급 모델만 출시된 경향이 있다.  

3. 철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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