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NX300h, 새로운 도전은 누구나 쉽지 않다
  • 김상영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11.19 00:18
[시승기] 렉서스 NX300h, 새로운 도전은 누구나 쉽지 않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렉서스 NX에 대한 기대치는 무척 높았다. 일본 큐슈의 미야타 공장에서 NX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고, 그곳에서 이른바 ‘장인’이라고 불리는 생산 감독들이나 NX 엔지니어들에게 구체적인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나온 일방적인 얘기지만 분명 수긍할 부분이 많았다.

 

시승을 통해 마주한 NX는 그 기대를 살짝 벗어났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이나, 꼼꼼함은 한단계 더 발전했지만 최근 그들이 추구하는 '스포티 함'이나 '운전 재미'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아니 겉모양이 주는 기대감이 너무 커서 파워트레인의 향상이 뒤따르지 못한걸로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시도한 세그먼트의 차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전반적인 완성도는 높았다. NX는 렉서스의 저력을 보여주는 차다. 

◆ 소리없이 강하긴 힘들다

통행이 뜸한 밤, NX300h는 엔진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세차게 흔들고, 도로 위의 낙엽은 회오리치지만 차안은 고요하다. 세상은 '음소거' 됐다. 어지간한 소리는 NX의 여러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

 

엔진이 가동되는 것 또한 귀가 아닌 발이 알아챈다. 엔진이 막 동작을 시작해도 역시 조용한채 미세한 진동만 느낄 뿐이다. 이 순간은 마치 도약을 위한 웅크림처럼 멈칫 하고 이내 속도를 높인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힘을 낼 땐 예상보다 더 빠르다. 하이브리드의 특징을 내세울 수 있는 시점이다. 도로 제한 속도 내에서는 충분히 기분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전기모터는 고개를 숙인다. 앳킨슨 사이클이 적용된 2.5리터 4기통 엔진은 힘이 좀 약하다.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떠올리게 한다.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속에서는 안간힘을 써도 호쾌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더욱이 전자식무단변속기(e-CVT)는 여전히 좀 지루하다. 가장 효율적인 가속이라고는 하지만 엔진회전수를 확 높여주지도 않는 점 때문에 실제보다 느리게 가속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상당하지만 쾌감은 없다. 생긴 것은 스포츠카만큼 빠를 것 같은데 가속 성능은 평범하다. 또 국내 판매 모델에는 사운드 제네레이터 시스템도 적용되지 않아서 그간 렉서스가 새로운 마케팅으로 가닥을 잡았던 스포티함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링컨 MKC 2.0이나 포르쉐 마칸 2.0에 비해 가속 성능에 아쉬움이 크다.

하이브리드가 이론적으로는 꽤 이상적이지만, 그에 따른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 미지의 영역이 많고 발전 속도가 눈에 빠른 편도 아니다. 여전히 NX300h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출력이나 밀도가 부족한 니켈수소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가격과 크기 등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배터리 냉각 시스템 설계도 만만치 않다. 효율을 얻기 위해서 어쩌면 더 많은 수고를 하는 셈이다.

◆ 기본기는 단단하다

가속성능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주행 성능에서는 렉서스의 훌륭한 설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더욱 파워트레인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우선 레이저스크류용접(LSW) 및 구조용 접착제 등의 사용을 대폭 확대해 차체 강성을 높였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GS나 IS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꿈틀댔다. 핸들링에 일가견 있다는 몇몇 고성능 SUV 못지 않다. 그 손맛은 마칸 2.0에 비해 꿀릴 게 없었다.

NX300h는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엔진 옆에 달린 전기모터는 제네레이터의 역할만 수행한다. 명색이 사륜구동이지만 전기모터의 힘이나 배터리의 용량이 제한적인 만큼 일반적인 사륜구동 특유의 성능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전기모터로만 바퀴를 굴리다보니 전자제어를 통한 미세한 토크 조절이 가능하다. 차의 흔들림이나 노면 상태를 감지해 전기모터의 토크를 제어하고 서스펜션 댐퍼와 스프링의 하중 감쇄를 제어한다. 이를 통해 안락한 승차감을 확보하고 코너가 연속되는 산길에서는 차체를 똑바로 세우려 힘쓰고, 접지력을 높인다.

다소 즉각적이지 않은 브레이크 성능과 굼뜬 재가속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코너를 돌아나가는 움직임 자체는 깔끔하다. 

 

가속성능에 대한 아쉬움은 연료효율을 통해서도 일부 보상받을 수 있겠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복합연비는 대체로 믿을만 하다. 또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폭이 넓어서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진정한 진보된 기술은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사용해도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하이브리드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 엄청난 존재감 "눈에 띈다"

GS에서부터 시작돼 IS를 거친 렉서스의 최신 디자인이 NX에도 적용됐다. 어느덧 렉서스는 가장 공격적인 디자인을 채용하는 브랜드가 됐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호불호가 강하지만, 도로에서 누구보다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겠다. 

 

SUV에 달린 스핀들 그릴은 세단에 비해 더욱 거대하고 뚜렷하다. 작살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과 날렵한 헤드램프가 인상을 더욱 험상궂게 만든다. 렉서스 최초의 풀 LED 헤드램프는 전조등과 상향등이 하나의 유닛으로 구성됐다. 렉서스는 ‘3 렌즈 풀 LED’라 부른다. 향후 렉서스 전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에는 총 78개의 LED가 사용됐다. 

 

부풀어 오른 팬더와 굵은 선을 통해선 입체적이고 남성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어쨌든 어떤 곳을 보든 복잡하다.

 

실내에는 렉서스의 브랜드 철학이 잘 담겨있다. 가죽이 질감은 시트 부위에 따라 다르고, 바느질은 꼼꼼하다. 금속을 가공한 솜씨나 플라스틱을 플라스틱 답지 않게 매끈하게 다듬는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손이 가는 부위가 아닌 곳도 눈에 보이는 곳과 마감 수준은 동일하다. 소재나 마감에 있어서는 렉서스의 집요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콤팩트로 불리지만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없다. 렉서스는 X3와 Q5 등을 경쟁 모델로 지목하고 있는데, 그들보다는 조금 작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에는 골프백을 4개나 넣을 수 있다고 한다. 

◆ 스마트폰 시대의 자동차

버튼 조작으로 뒷좌석을 접을 수 있는 기능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렉서스는 이를 꽤 알리고 싶었는지 실내 곳곳에 이 버튼을 달았다. 운전석 쪽에도 달렸고, 뒷좌석에도, 트렁크에도 이 버튼이 달렸다. 실제로 꽤 유용한 기능임은 사실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충전 케이블은 종종 잊고 다닐때가 많다. 케이스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며 최신폰만 된다. 삼성 갤럭시 노트4, LG G3, 애플 아이폰5 이상의 기종만 충전이 가능하다.

 

◆ 칼을 뽑아든 렉서스

여전히 렉서스는 후발 주자다. 미국 시장을 위주로 차를 만들고 팔았기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도 적지 않았다. 이젠 미국 시장에 버금가는 신흥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또 이젠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할 시점이다. 유럽에서의 평판이 곧 신흥 시장에서의 성공 보증 수표로도 연결된다.

 

NX는 렉서스의 ‘탈미국’을 알리는 모델이다. 개발 초기부터 전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칼을 갈았다. 일본도처럼 날이 바짝 섰지만, 무엇을 벨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다. '유럽산 디젤차'라는 방패는 생각보다 두텁고, 칼 들고 달려드는 경쟁자는 꽤 많기 때문이다. 

* 장점

1. 정숙성, 안락함은 수많은 SUV 중에서도 최고 수준.

2. 단단한 차체와 섀시의 완성도는 돋보인다. 

3. 실내 소재와 마감은 독일차가 울고 갈 정도.

* 단점

1. 부족함 힘. 전기모터는 그야말로 짧고 굵다.

2. 전륜구동에 가까운 e-Four 사륜구동 시스템.

3. 사운드 제네레이터, 어라운드 뷰 등 몇몇 장비가 빠진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