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20만대, '부익부 빈익빈'…독일차 강세에 '생존이 문제'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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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19 00:25
수입차 20만대, '부익부 빈익빈'…독일차 강세에 '생존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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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이 매년 역대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지만, 사실은 독일차를 제외하면 모두 큰 어려움 속에 빠져들었다. 국내 시장서 독일차 쏠림 현상은 좀처럼 흔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일부 브랜드는 계속되는 부진에 국내 철수설까지 나올 정도니 존속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판매된 수입차는 총 16만2280대로, 전년(13만239대)보다 24.6%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라면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작년 11.9%였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도 15%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상용차 제외).

▲ 2014년 1~10월 수입차 브랜드별 점유율

그러나 모든 수입차 브랜드가 행복한 비명을 지른 것은 아니었다. 국내 판매되는 25여개의 수입차 브랜드 중 불과 5~6개 브랜드가 판매를 주도해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10월까지 팔린 수입차 16만2280대 중 독일 브랜드의 점유율은 무려 70.51%에 달했다(미니 등 계열 브랜드 제외). 반면, 일본 브랜드와 비 독일 유럽 브랜드, 미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각각  11.83%, 10.31%, 7.34%로 매우 저조했다. 

◆ 독일 브랜드, 판매 모델만 수백종…신차 출시도 빨라

독일 브랜드의 경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는 각각 60~100개에 달하는 다양한 모델 라인업으로 전방위 공략을 펼쳤다.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점은 물론이고, 신차 출시를 더 빠르게 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서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늘려 나갔다. 올해 10월까지 판매량은 BMW가 3만3617대로 20.7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3만107대로 18.55%, 아우디는 2만3440대로 14.44%였다.

▲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의 차급별 판매량(2014년 1~10월)

소형과 중형, 대형, SUV 등 차급에 따라 많이 판매되는 브랜드 순위는 차이가 있었다. 소형차급에서는 3시리즈가 7747대로 C클래스(4387대)와 A4(3806대)를 큰 차이로 앞섰으며, 중형차급에서는 E클래스가 1만5486대로 5시리즈(1만2810대)와 A6(1만160대)보다 많이 팔렸다. 대형차급에서는 S클래스가 3637대로 7시리즈(1224대)와 A8(1224대)를 합친 것보다 판매량이 많았다. SUV에서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BMW(4347대)가 메르세데스-벤츠(2719대)와 아우디(2883대)를 앞질렀다.

▲ 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도 올해 10월까지 2만5085대를 판매해 15.46%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소형 SUV인 티구안이 무려 6371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으며, 작년 신형 모델을 추가한 골프가 5815대로 뒤를 이었다. 또, 파사트 4152대를 비롯해 제타 3293대, CC 2545대, 폴로 1224대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밖에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는 2181대(1.34%)가 판매됐다. 차종별로는 SUV 모델인 카이엔(851대)와 마칸(415대)의 비중이 높았으며 파나메라 471대, 911 249대, 박스터 118대, 카이맨 75대 순으로 나타났다. 

◆ 비 독일 유럽 브랜드, 치열한 생존 경쟁…프로모션 따라 들쑥날쑥

독일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차 브랜드들은 나머지 30%의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일부 브랜드들은 특정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신차 도입 시기도 늦었으며, 할인과 할부 등 프로모션에 따라 판매량이 큰 폭으로 변했다. 특히, 특정 브랜드 판매량이 늘면 다른 브랜드는 줄어드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 체제가 굳어진 형국이다.

▲ 독일 제외한 유럽 브랜드 판매량(2014년 1~10월)

비 독일 유럽 브랜드의 판매량은 1만6422대로 점유율은 10.31%였다.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는 미니로, 10월까지 4691대(2.89%)가 판매됐다. 컨트리맨은 1876대가 팔려 전체 실적을 지켜줬고, 신모델이 추가된 쿠퍼가 2201대로 성장세를 이끌었다.

▲ 재규어 F타입 쿠페

랜드로버는 3636대(2.24%)가 판매됐다. 모델별로는 레인지로버 1194대, 디스커버리4 1075대, 이보크 1022대, 프리랜더2 345대 순이다. 재규어는 1664대(1.03%)로, XF 1241대를 비롯해 XJ 339대, F타입 79대, XKR 5대가 팔렸다. 

이밖에 볼보 2462대(1.52%), 푸조 2438대(1.50%), 피아트 1052대(0.65%), 시트로엥 479(0.30%), 벤틀리 266대(0.16%), 롤스로이스 37대(0.02%)가 판매됐다. 

◆ 일본 브랜드, 특정 모델만 잘 팔려…라인업 다양화 절실

일본 브랜드는 상반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들어 다양한 신차를 출시해 예년 실적을 회복했다. 10월까지 일본 브랜드 판매량은 1만9208대로 11.8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작년 점유율인 11.79%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다.

▲ 일본 브랜드 판매량(2014년 1~10월)

도요타는 5294대(3.26%)가 판매됐다. 캠리 1965대를 비롯해 프리우스 1296대, 라브4 1237대, 시에나 471대 등 다양한 차종이 고른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렉서스의 경우 5032대(3.10%) 팔렸는데, 이 중 ES300h(3468대)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 인피니티 Q50

닛산은 3407대로 2.1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알티마(1858대)와 쥬크(823대), 큐브(531대) 등은 잘 팔렸지만, 나머지 차종의 실적은 저조했다. 인피니티는 2452대(1.51%)가 판매됐는데, 이 중 Q50의 비중이 84%로 너무 높았다.

혼다는 3023대(1.86%) 판매됐다. 차종별로는 어코드 1742대, CR-V 767대, 오딧세이 354대, 시빅 113대, 파일럿 32대, 크로스투어 15대 순이다. 

◆ 미국 브랜드, 끈질긴 생명력…"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미국 브랜드 판매량은 1만1917대로 7.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 브랜드의 경우 독일, 유럽, 일본 브랜드에 비해 국내 시장에 그리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영역을 튼튼히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 미국 브랜드 판매량(2014년 1~10월)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는 5304대(3.27%)의 포드로, 익스플로러 2245대와 토러스 1299대 등이 고른 판매량을 기록했다. 링컨은 MKZ(1160대)와 MKS(686대) 등 2100대(1.3%)가 판매됐다. 

SUV 전문 브랜드인 지프는 3243대로 점유율 2.0%를 기록했다. 모델별로는 랭글러 1156대, 그랜드체로키 1156대, 콤패스 615대, 체로키 316대 순이다. 크라이슬러는 300C 870대와 그랜드보이저 19대 등 총 889대(0.55%)가 팔렸다. 

▲ 지프 체로키

캐딜락은 ATS 193대와 CTS 141대, SRX 34대, 에스컬레이드 13대 등 381대(0.24%)가 판매됐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의 윤대성 전무는 "지금 수입차의 판매가 높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모두 골고루 잘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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