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쿠퍼 5도어, '16cm의 마법'…"뒷좌석이 달라졌어요"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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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10 02:17
[시승기] 미니 쿠퍼 5도어, '16cm의 마법'…"뒷좌석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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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최대 주안점은 실용성입니다"

4일 열린 'BMW그룹코리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14'에서 미니 관계자가 한 말이다. '패션카'의 대명사인 미니가 실용성에 대해 고민한다니 뭔가 반어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다. 시간은 흘러 소비자들은 더욱 실용성 높은 모델을 원하게 됐고, 이는 작고 귀여운 디자인이 특징인 미니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 미니 쿠퍼 5도어 노랑색은 쿠퍼S, 파란색은 쿠퍼SD

미니 쿠퍼 5도어는 실용성에 대한 미니의 고민이 가장 잘 드러난 모델이다. 이미 컨트리맨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무래도 SUV를 표방하다 보니 미니답지 않게 둔하고 뭉뚝해 보여 디자인 측면에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러나 미니 쿠퍼 5도어는 미니 특유의 독특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차체 길이를 16cm 늘리고 뒷문을 2개 추가해 뒷좌석 거주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미니 쿠퍼 5도어를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쿠퍼SD 모델로, 가격은 4490만원이다.

▲ 미니 쿠퍼SD 5도어

◆ 미니 쿠퍼 5도어, '16cm의 마법'…뒷좌석도 탈 만해

기본적으로 실내외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이 일반 쿠퍼와 같다 보니, 가장 궁금한 점은 '과연 뒷좌석에도 사람이 탈 만한가?'였다. 혹여라도 일반 쿠퍼와 큰 차이가 없다면, 이 차는 나올 필요가 없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어난 16cm의 마법은 대단했다. 더는 형식적으로 붙어있는 옹색한 뒷좌석이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뒷문이 매우 작아 비좁을 것이란 선입견도 들었지만, 막상 타보니 생각 이상으로 뒷좌석 공간에 여유가 있어 놀라웠다.

▲ 미니 쿠퍼 5도어

키 175cm가량의 운전자가 편안하게 앉은 상태에서 뒷좌석에 올라탔다. 시트와 등받이 사이에 약 한 뼘 정도의 공간이 남아 큰 불편 없이 앉을 수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의자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봤는데도,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성인 남성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여성이라면 그리 큰 불편 없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특히, 일반 쿠퍼처럼 앞좌석 공간을 희생해야 뒷좌석에 겨우 앉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중형 세단처럼 편안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니 쿠퍼라는 것을 감안하면 감동스러운 수준이다.

▲ 미니 쿠퍼 5도어 뒷좌석.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조수석은 최대한 앞으로

다만, 뒷좌석에 성인 3명이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기본적으로 너비가 일반 쿠퍼와 같은 데다가, 위로 갈수록 급격히 좁아지는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여전히 가로 공간은 부족했다.

▲ 미니 쿠퍼와 미니 쿠퍼 5도어의 크기 비교

미니 쿠퍼 5도어의 크기는 길이 3982mm, 너비 1727mm, 높이 1425mm로, 일반 쿠퍼에 비해 161mm 길어지고, 11mm 높아졌다. 휠베이스는 2567mm로 72mm 넓어졌다.

트렁크는 여전히 작지만 278리터로, 일반 쿠퍼보다 67리터 늘어났다. 뒷좌석은 6:4로 접을 수 있는데, 이 경우 트렁크 공간은 941리터까지 늘어난다.

▲ 미니 쿠퍼 5도어 트렁크

◆ 차체 커져도 미니는 미니…컨트리맨과는 다르다

파워트레인 변화 없이 차체만 커졌지만, 미니 특유의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은 여전히 강렬했다. 컨트리맨의 조금 답답한 가속성이 불만이라면, 미니 쿠퍼 5도어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 미니 쿠퍼SD 5도어

운 좋게도 시승한 모델은 아직 신형 쿠퍼에 추가되지 않은 2.0리터급 고성능 SD 모델이었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6.7kg·m로, 기존 쿠퍼SD(143마력, 31.1kg·m)보다 크게 향상됐다. 특히, 고성능 가솔린 모델인 쿠퍼S 5도어(192마력, 28.6kg·m)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최고속도는 223km/h로 불과 7km/h 차이밖에 나지 않으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도 7.3초로 0.5초까지 좁혔다. 기존 모델은 크라이슬러, 도요타 푸조 등과 엔진을 공유했지만, 신형 미니는 BMW 엔진만을 사용해 주행 성능이 한결 좋아졌고, 이는 5도어 모델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 미니 쿠퍼SD 5도어의 엔진룸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분 좋은 배기음과 함께 머뭇거림 없이 속도를 높인다. 170마력 수준의 디젤차 중 미니보다 경쾌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은 찾기 어렵다. 워낙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모델이다 보니 순간순간 밸런스가 무너져 차체가 흔들리거나, 코너에서 언너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하체가 단단한 데다가, 스티어링휠 움직임에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니 금세 제자리를 찾는다. 어느 정도 적응되니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짜릿한 쾌감마져 들었다.

▲ 미니 쿠퍼SD 5도어의 듀얼 머플러

특히, 5도어 모델의 경우, 차체가 길어지면서 전체적인 무게 균형이 일반 쿠퍼보다 안정된 듯해 쏠림이나, 휘청거림이 줄어든 느낌이다. 서스펜션을 더 단단하게 세팅해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 받는 스트레스는 조금 늘었는데, 늘어난 길이를 감안해 주행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BMW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 미니 쿠퍼 5도어 노랑색은 쿠퍼S, 파란색은 쿠퍼SD

스포트 모드에서 변속 타이밍과 서스펜션 강도, 스티어링휠 무게감 등의 변화는 만족스럽지만, 패들시프트가 사라진 점은 아쉽다. 또, 브레이크 반응성이 생각보다 조금 더딘 듯했고, 풍절음과 소음·진동도 큰 편이었다.

◆ 연비·공차 중량은 아직 미공개…이전 모델보다 좋을 듯

BMW코리아는 미니 쿠퍼 5도어를 출시하며, 표시연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인증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 세팅이 같고,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차 무게로 유추해 볼 수도 있지만, 공차 중량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 미니 쿠퍼SD 5도어. 주행 연비는 15~16km/l가 나왔다

트립컴퓨터를 초기화하고 30여분간 주행한 결과 쿠퍼SD의 연비는 약 16km/l 수준이었다. 일반 쿠퍼에 SD 모델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시승을 위한 급가·감속을 반복했음에도 구형 쿠퍼SD(15.4km/l)보다는 좋았다. 참고로 함께 주행한 쿠퍼S의 주행 연비는 14.5km/l로, 일반 쿠퍼S의 복합연비(13.7km/l)보다 우수하게 나왔다.

◆ 신형 쿠퍼에서 그대로 가져온 실내외 디자인…첨단 사양도 잔뜩

무심코 본다면 쿠퍼와 쿠퍼 5도어를 구분해내기는 쉽지 않다. 길이가 늘고, 문이 2개 더 달렸을 뿐 신형 쿠퍼의 실내외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 미니 쿠퍼SD 5도어

붕어처럼 삐죽 튀어나온 전면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봤을 때 더 높은 호감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미니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는 LED 주간주행등이 적용돼 한층 강렬해졌으며, 후면부 테일램프도 크기를 키우고 LED를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기존 디자인을 잘 유지했다.

▲ 미니 쿠퍼 5도어 실내

실내 역시 신형 모델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센터페시아 중간으로 내려온 위치한 빨간색 시동 버튼이며, 8.8인치 디스플레이도 LED 서클이 적용돼 화려해졌다. 이 서클은 엔진 회전수와 에어컨 온도, 오디오 볼륨에 따라 파랑에서 빨강, 노랑, 보라까지 다양한 색으로 변한다. 또, 운전석 정면에 튀어나오는 팝업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기어 노브 옆에 BMW처럼 '미니 터치 컨트롤러'가 장착된 점도 인상적이다.

▲ 미니 쿠퍼 5도어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변화는 결국 받아들여진다

언제나 변화는 낯설고 힘들다. 특히, 개성 강한 브랜드인 미니에게는 작은 변화조차 엄청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니는 늘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며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사실 컨트리맨도 처음 나왔을 때는 더는 미니스럽지 않다는 생각에 실망스러웠지만, 시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미니의 미래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미니 쿠퍼 5도어 실내

이번에 출시된 5도어의 변화는 컨트리맨보다 한층 더 지능적이다. 미니 특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간과 성능, 연비를 모두 챙겼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요구를 절묘하게 버무려 모두를 만족시킬수 있는 차로 만들었다. 벌어진 틈새를 일일히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틈새를 한데 모아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한 느낌이다.

언제나 변화는 낯설기고 힘들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변화라면 결국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미니 5도어 역시 마찬가지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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