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알티마 3.5, 지루한 패밀리세단은 가라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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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3 11:04
[시승기] 닛산 알티마 3.5, 지루한 패밀리세단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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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알티마 3.5는 다운사이징 추세를 비웃는다. 껍데기만 키우고 작은 엔진을 장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투다. 그러고보면 주행의 재미를 희생하고 다운사이징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겠다. 

대형세단에도 2.0리터 엔진이 들어가는 마당에 중형차에 달린 3.5리터 엔진은 어찌보면 사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높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은 매력이 뚜렷하고, 요즘 같은 '배기량 자린고비' 시대에 타보니 더욱 남달랐다.

 

잘 만든 엔진 하나 열 엔진 부럽지 않다고, 닛산이 VQ 엔진을 내놓은지도 십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팔팔하다. 물론 그동안 꾸준히 업데이트 됐다. 알티마 3.5에 탑재된 VQ35DE는 현재 닛산의 주력 엔진이다.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 및 블록, 직분사 시스템, 가변 밸브 타이밍, 열가소성 수지로 제작된 흡기 매니폴드 등 성능과 효율, 내구성을 위한 설계가 돋보인다.

273마력이나 되는 강력한 패밀리세단은 흔치 않다. 더욱이 엔진회전수를 6500rpm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게 마음에 든다. 패밀리세단 치고는 꽤나 자극적이다. VQ 엔진 특유의 앙칼진 음색은 두팔의 소매를 걷어올리게 했다. 꽤 빠른 속도로 마음껏 달렸다.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휠과 스포츠카에서나 볼법한 큼지막한 패들시프트가 더 빨리 달리도록 부추겼다. 

 

순간 긴가민가했다. 정말 CVT가 맞나. 그간 경험했던 CVT와는 완전히 달랐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엔진회전수를 높이지도, 그렇다고 내리지도 못하는 CVT가 아니었다. 패들시프트 조작을 통해 신속하게 회전수를 조절한다. 매뉴얼 모드에선 7단까지 지원된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의 느낌과 거진 똑같아 깜빡 속아 넘어갈 뻔 했다.

 

CVT에 대한 갑을논박은 여전하지만 이렇게 신통한 CVT라면 반대세력을 몰아내기 충분하다. 알티마에 달린 차세대 엑스트로닉 CVT는 이전 세대 CVT에서 70% 이상의 부품이 재설계됐고, 내부 마찰은 40% 가량 줄어 내구성은 더 강화됐다.

◆ 두 얼굴의 패밀리세단

알티마 3.5는 산길을 달려도 어색하지 않다. 경쟁 모델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다. 운전의 즐거움에 대한 욕심을 부렸다. 코너링 시 안쪽 앞바퀴에 제동을 걸어 바깥으로 계속 빠져나가려는 전륜구동의 단점을 보완한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은 닛산 모델 최초로 적용됐다. 여기에 차체 자세 제어시스템, 트랙션 컨트롤 등은 운전자를 중시하는 닛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앞머리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된 꽁무니도 잘 따라붙는다. 연속된 코너를 지날때도 불안한 장면 한번 연출하지 않는다. 인피니티처럼 바짝 날이 선 코너링을 선사하는 건 아니지만, 경쟁 모델에 비해서는 한층 움직임이 잽싸다. 국산 중형차의 어설픈 몸놀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넉넉한 힘과 비교적 반응이 빠른 패들시프트로 굽이진 오르막에서도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언제라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V6 엔진과 CVT의 조합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운전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온가족을 태우고 편안하게 달릴 땐 이만한 것도 없다. 여기에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일명 ‘저중력 시트(Zero gravity seat)’는 편안함을 증대시킨다. 뒷좌석도 쾌적하다. 공간에 대한 불만을 가질 소비자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 차는 나이가 들수록 더 똑똑하고 튼튼해진다

2015년형 알티마는 연식 변경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나이가 든 만큼 더 성숙해졌다. 특히 안전성이 대폭 강화됐다.

신형 알티마가 국내에 출시됐을때, 미국와 다른 디파워드 에어백이 장착됐다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5년형에는 어드밴스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시스템이 적용됐다. 여기에 차선 이탈 경고,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및 이동 물체 감지 시스템 등이 새롭게 탑재됐다.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동급 모델에선 볼 수 없는 고급 편의장비다. 차량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스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춥거나 더운 날, 차량의 시동을 미리 걸어 예열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스마트키도 적용됐다. 계기반 중앙의 4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는 3D 그래픽을 통해 차량의 주요 정보를 전달한다.

 

◆ 알티마는 입소문을 타고

탄탄한 주행성능 외에도 날렵한 디자인과 간결하고 직관적인 실내 디자인은 알티마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인피니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모난 곳 없는 유려한 디자인 속에는 굵은 선과 세부적인 꾸밈이 더해져 심심하지 않다. 듀얼 머플러로 스포티함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실내 디자인은 사용 편의성이 극대화됐고, 플라스틱 소재가 많이 쓰이긴 했지만 마감의 허술함은 찾아내기 힘들다. 여기에 동급 최고 수준의 연료효율성과 국산 준대형차와 비슷한 가격대에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형 알티마가 국내 출시됐을 때만 해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다. 오히려 상황이 안좋았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하지만 알티마의 뛰어난 상품성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갔고, 판매는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한국닛산은 신차 출시가 활발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에 비해 월등한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 도요타와 혼다의 판매가 약 1천여대나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브랜드의 중형차 트리오는 브랜드의 개성보다는 무난한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강했다. 닛산은 도요타나 혼다보다 한발 앞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았고, 회심의 일격은 보기 좋게 성공한 셈이다.

* 장점

1. 닛산이 자랑하는 VQ 엔진과 엑스트로닉 CVT의 찰떡궁합.

2. 일본 중형차 중에서 스포티한 성격이 가장 강하다.

3. 국산 준대형차와도 비슷한 가격대. 소비자를 고민하게 만든다.

* 단점

1. 3.5 엔진의 연비 효율은 기대에 못 미친다.

2. 파워트레인을 제외하면 2.5 모델과 차별점이 거의 없다.

3. 실내에서 고급스러움을 찾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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