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떤 죽음도 마땅하지는 않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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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20 03:42
[기자수첩] 어떤 죽음도 마땅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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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기에 오른게 올바른 행위였는지를 놓고 죽은이를 비난하기도 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무섭게 변했는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만일 내가 사고로 죽었는데 누군가 내가 한 실수에 잣대를 들이댄다면 죽어서도 몹시 화가날 것만 같습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선 일반인들이 쉽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충분한 방호벽을 세웠어야 하는가, 높이는 적당한가를 놓고 문제로 지적이 됩니다. 건축법에는 환기구 높이 규정이 있고, 환기구 주변에는 펜스를 세우게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해당 무대가 대형 공연을 치를만한 공간이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차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거나, 신호 안에 건널수 있을줄 알고 사거리에 진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과속해도 괜찮을 줄 알고 달리기도 합니다. 인간인 이상 우리 모두가 황당한 실수를 합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서 부서지고 다치거나 죽기도 합니다. 모든 사고는 각자에게 크고 작은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죽음도 당연하지는 않습니다. 그 어떤 잘못을 저질렀건, 잘못의 크기에 비해 죽음이라는 결과를 돌려준다는건 전혀 공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거리에 무모하게 진입했다면 아픈 찰과상을 입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뼈아픈 비용을 내는 정도여야지, 차가 허무하게 박살나고 운전자가 죽어버리면, 또 그걸 당연하게 여기면 곤란하다는겁니다. 

때문에 자동차회사도 충돌에 견딜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 뿐 아니라,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경고음을 끝없이 내고, 음주 상태에선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도 만들어야 합니다. 속도 제한을 줘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수 없도록 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앞차를 들이받지 않고 스스로 정지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제조사들이 천사가 아닌 만큼 옳게 만들어지는지 사회 전체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합니다. 

물론 죽음에 대한 책임을 또 다른 개인의 희생으로 묻는대선 안됩니다. 어디까지나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시스템의 허술함을 따지고 개선해야 합니다. 

인간은 항상 사고로 죽거나 다치면서 오늘날 유래없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죽음에 대해 언제나 애통하고, 뼈아프게 새기고 왜 막지 못했나에 집중해서 가급적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류가 발전하고, 우리가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앞 세대에게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을테니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