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렉서스, 미야타 공장 가보니…'장인정신' 집념 두려울 정도
  • 일본 후쿠오카=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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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2 10:58
[르포] 렉서스, 미야타 공장 가보니…'장인정신' 집념 두려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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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말뿐인 '장인'이 아니다. 렉서스의 거대한 공장에 단 십여명만 '장인'이라 불린다.

일본 큐슈 후쿠오카현 미야와카시에 위치한 미야타 공장은 현대적인 시설도 놀랍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인적 자원이다. 렉서스를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한 최고의 고수들이 지금까지도 생산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7천여명의 공장 직원 중 타쿠미는 고작 십여명. 이들의 모자에는 장인 ‘타쿠미’를 뜻하는 한자 ‘장(匠)’이 새겨져 있다.이같은 호칭를 얻기까지 이들이 흘린 땀과 상처는 고스란히 렉서스 신차에 담긴다.

미야타 공장은 크게 ‘도요타 큐슈 공장’에 속해있다. 큐슈 공장은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되며 차량공장인 미야타 공장과 기간 유닉 공장인 고쿠라, 칸다 공장으로 나뉜다. 고쿠라 및 칸다 공장에서는 엔진과 하이브리드용 전기모터 등을 생산하고, 미야타 공장에서는 렉서스 모델을 주로 생산하며 도요타 일부 차종도 만든다.

 

특히 미야타 공장에서 생산된 렉서스 모델은 1998년부터 2014년까지 17년 연속 미국 JD 파워가 선정하는 자동차 초기 품질 조사를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일본 및 중국에서 신차 초기 품질 조사 1위를 기록했고, 올해 미국 JD 파워가 선정한 최우수 공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렉서스가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큐슈 미야타 공장을 찾아, 생산라인과 특유의 장인 프로젝트 등을 살펴봤다.

◆ 기계가 발전한들, 결국 사람이 '중심'

미야타 공장은 철저한 인간중심적인 공장이다. 기계와 기술은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렉서스는 100% 자동화를 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 차만들기는 그 끝도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동화는 편리하지만 설비 및 공간에 따른 비용이 들고, 변화나 오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또 결국 기계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보수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렉서스는 강조한다.

 

미야타 공장의 로봇이 사용되는 공정 비율은 약 90%에 달한다. 로봇이 하는 일은 프레스, 차체 용접, 도장 등이며 최종적으로 차를 만드는 조립 공정은 대부분 사람의 손을 거친다.

조립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차체에 엔진과 변속기 등을 접합하는 일엔 두명의 작업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97초만에 합체 과정이 끝나는데,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볼트를 체결할 수 있다. 또 편의를 위해 ‘작업 의자’와 ‘바닥 조명’도 설치됐다. 

차체는 컨베이어를 따라 쉴틈없이 밀려온다. 최근 NX가 본격 생산되면서 유독 바빠졌다고 한다. 조립 라인에서는 NX와 CT200h, 일본 전용 모델인 HS, 도요타 사이(SAI) 등이 함께 생산된다. 작업자들은 하루 8시간 동안 동일한 작업을 실시한다. 하루 약 800대 이상의 차가 생산되며 이중 NX의 비중은 약 300대에 달한다.

 

사람 대신 로봇이 사용되는 경우도 범상치 않다. 대표적인 예로 도장 작업을 들 수 있다. 도장의 생명은 일정한 양의 도료를 뿌리는데 있다. 생산량이 얼마되지 않는 슈퍼카나 최고급 럭셔리카 브랜드는 여전히 차체의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도색한다. 렉서스의 경우 도어 안쪽면이나 내판 등은 작업자가 직접 도색한다. 또 차체 도장 로봇은 장인이 스프레이를 뿌리는 양, 각도 등이 그대로 프로그램됐다. 

◆ 철저한 검사 과정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조립 과정이 끝난 차는 철저한 검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은 온전히 숙련공의 눈과 귀, 손과 발을 통해 진행된다. 숙련공들은 자신의 담당 업무를 위해 끊임없는 교육을 거친다. 이 교육은 타쿠미들로부터 진행된다. 타쿠미가 되기 위해서는 각 직업 상황 별 경력이 고려된다.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정신적인 강인함도 요구된다. 약 10년여의 훈련기간과 특별 연수 등을 이수해야 한다. 또 타쿠미가 된 후에도 매번 테스트를 통과해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타쿠미의 지시 아래 숙련공들은 완성된 차를 살핀다. 먼저 기나긴 형광등 터널에서 도장을 검사한다. 색이나 반짝임의 일정함을 살피고, 혹시나 도색 과정에서 작업장 주변의 먼지 입자가 눌어붙은 것 등을 눈 여겨 본다. 애초에 프레스와 도장 작업장 등에는 물이 흐르는 커튼인 ‘나이아가라 스크린’이 설치돼 먼지 입자를 걸러낸다. 숙련공들은 그야말로 티끌 하나 놓치지 않게 교육받는다. 실제로 불량 판정을 받은 보닛의 도장 면을 살펴보면 일반인은 단연코 불량임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다.

도장 검사가 끝나면 조립 상태를 검사 받는다. 숙련공들의 손에는 흰 장갑이 끼워져있다. 그들은 손으로 차체를 쓰다듬는다. 이 단순한 쓰다듬 속에서도 수십여가지 검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요철이나 흠집을 확인한다. 또 차체 이음부의 단차도 그들이 유심히 보이는 부분이다. 타쿠미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은 숙련공들은 장갑을 끼고도 0.1mm의 단차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단차가 0.2mm를 넘을 경우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전용 시설로 넘어가 수정된다. 렉서스에 따르면 백대중 한대 정도가 밖으로 옮겨져 수정된다고 한다.

 

문을 여닫거나, 차의 일부 기능을 사용해보는 것도 동시에 진행된다. 실내의 감촉이나 조립 오차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총 5천여개의 항목을 통과한 차는 공장 외부에 위치한 주행검사장으로 옮겨진다. 별도의 주행 테스트 외에 이곳에서는 차의 소음만을 확인한다. 공장을 떠나서 몇가지 테스트를 통과하면 비로소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준비가 끝난다.

 

◆ 최선은 끝없는 개선을 통해 완성된다

GS를 제외하면 국내서 판매되는 렉서스 전차종은 미야타 공장에서 생산된다. 미야타 공장은 도요타의 전체 공장 중에서도 작업자들의 평균 학력이 높고, 제작 속도로 빠르다고 한다. 또 가장 많은 타쿠미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체적인 생산 수준을 높인다. 하지만 렉서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큐슈 공장의 생산부문을 책임지는 스기야마신지 전무는 “로봇보다 사람의 능력이 더 효율적이고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며 “현재의 생산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매일매일 생산 방식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 활동에는 끝이 없으며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내부적으로 개선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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