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신형 쏘렌토, '급이 다른 SUV'의 의미는 무엇일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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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2 16:52
[시승기] 기아차 신형 쏘렌토, '급이 다른 SUV'의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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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기아차 신형 쏘렌토 미디어 시승회. 관계자는 여러 차례 '급이 다른 SUV'라며 신형 쏘렌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2009년 쏘렌토R 이후 5년 4개월. 현대차 신형 싼타페의 인기에 밀려 판매량이 조금 줄었던 기아차는 이제 자신감이 다시 솟았다. 디자인뿐 아니라 주행성능과 안전성 등 전 부문에 기아차의 최신 기술력이 모두 집약됐다는 설명이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춘천을 약 320km 달리며 정말 '급이 다른 SUV'인지 확인해봤다. 시승차는 2.2 2WD 7인승 모델이다. 

◆ 다부진 모습으로 바뀐 외관 디자인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외관

기존 모델과 달리 굵은 선을 과감하게 사용해 입체감을 더했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날렵하게 뻗은 헤드램프로 이어지며, 범퍼도 음영을 잘 살린 디자인으로 볼륨감을 줬다. 후면부의 삐죽한 테일램프도 네모나게 다듬고 반사판의 모양을 가로로 바꾸는 등 차분한 느낌으로 바꿨다. 이제 패밀리룩이 완성된 느낌이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기존 모델보다 크기가 더 커졌음에도 디자인으로 인해 역동적으로 보인다. 길이가 95mm 길어지고 너비도 5mm 넓어졌지만, 높이가 15mm 낮아진 덕분에 전체적인 비율이 잘 맞고 다부지다. 

◆ 넓어진 실내 공간…2·3열 활용성 대폭 향상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실내

시트포지션을 낮추고 수평형 레이아웃을 사용해 안정적이면서도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센터페시아의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가로로 길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버튼으로 빼 사용하기 편리하게 했다. 이는 최근 현대기아차 신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인데, 실내 디자인이 차분하게 안정되면서 기능성도 우수해졌다. 다만, 각 소재의 배치와 마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실내

2·3열 뒷좌석 공간 활용성도 크게 개선됐다. 휠베이스가 80mm 길어진 덕분에 3열에도 큰 불편 없이 앉을 수 있었고, 시트 포지션이 낮아져 머리 공간도 넉넉했다. 특히, 2열은 슬라이딩 기능을 추가해 앞뒤로 좌석을 움직일 수 있었고, 3열은 바닥과 평평하게 접혀 더 넓은 트렁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2·3열

◆ 개선된 주행 성능…소음·진동 잘 잡았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는 기존 2000rpm에서 1750rpm으로 낮아져 초반 토크를 높였다. 하지만, 차체 무게가 늘어 1850kg이나 되다 보니 아무래도 초반 가속은 더뎠다.

그러나 일단 힘이 붙으면 묵직하게 잘 치고 나갔다. 한 번 받은 탄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속도를 높이는 능력은 예상보다 뛰어났으며, 고속에서도 1800~2000rpm의 낮은 회전수를 유지해 여유가 느껴졌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쏘렌토 2.2 모델의 최고출력은 202마력, 최대토크는 45.0kg·m로 제원상 동력 성능은 매우 우수한 편이어서 일반적인 주행에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에코·노멀·스포츠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 시스템이 있는데, 각 모드에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저속과 고속에서 반응성을 다르게 한 서스펜션 세팅도 만족스럽다. 저속에서는 부드러워 푹신한 승차감이 느껴졌고, 고속에서는 단단해 불규칙한 도로나 요철 등을 지나갈 때 생기는 잔진동을 잘 잡아줘 불안하지 않았다. 스티어링 조작감과 차체 움직임도 한결 나아졌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엔진룸

고장력강판을 다량 사용했다는 차체 덕인지 강성 역시 눈에 띄게 좋아진 느낌이다. 제동력도 이전에는 초반에 몰리는 느낌이었던것이 적절한 비율로 적용돼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급정지 시에는 뒷부분이 조금 흔들리는 듯해 아쉬웠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기아차가 소음·진동(NVH)을 잡는 능력은 이제 인정해줘야겠다. 처음 시승할 때는 신형 쏘렌토가 디젤 모델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공회전과 저속에서 매우 정숙했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잘 잡은 데다가 디젤 엔진의 기분 나쁜 잔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에서의 풍절음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 엔진룸 물샘 테스트 해보니…기아차, "방수 처리돼 문제 없어"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엔진룸에 물이 새나 테스트를 해봤다

최근 쏘렌토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엔진룸 물샘 현상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승 코스에서 빠져나와 인근 세차장으로 향했다.

고압세차기로 차량 전면부 보닛 중심으로 물을 뿌렸다. 욕심이 과했는지 나도 모르게 6분이나 뿌려댔다. 안 젖으면 그게 더 이상한 정도다. ECU 단자와 헤드램프 뒷부분, 엔진룸 커버, 배터리 부분, 각종 배선 등이 모두 흥건하게 골고루 젖었다. 보닛 측면 틈새가 넓은 디자인에 안쪽에 고무패킹이 없어 물이 엔진룸으로 쉽게 들어간 듯했다. 

▲ 6분간 고압세차기로 물을 뿌리니 엔진룸 전체가 젖었다

문제는 물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아니다. 물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뿌렸지만 여전히 문제 없이 잘 작동 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엔진을 향해 물을 뿌려봐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에 물어보니 "대부분 자동차의 보닛 고무 패킹은 물 유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보닛을 닫을 때 생기는 충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쏘렌토의 경우 보닛을 닫아도 충격이 생기지 않는 구조라서 측면 고무패킹을 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도 마찬가지지만 쏘렌토는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도 부품들이 모두 2·3중으로 방수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만약 엔진룸 물 유입으로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평생 보증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차를 만든 사람이 그렇다고 하니 믿을 수 밖에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어쨌거나 물이 안들어가는게 잘 들어가는것보다는 좋아 보인다. 가능하다면 다음번부터는 엔진룸 주변에 고무 패킹을 붙여 조금이라도 유입이 덜 되게 해주면 좋겠다.

◆ 45kg 무거워진 차체, 연비 10% 떨어져

▲ 기아차 신형 쏘렌토

춘천까지 거리는 약 160km. 막히는 도심 구간을 빠져나와 막히는 도심 구간과 고속도로에서 급격한 가감속을 했더니 연비는 10.8km/l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돌아올 때는 어느 정도 속도를 유지하자 14.4km/l가 나왔다. 쏘렌토 2.2 2WD의 표시연비는 12.4km/l로, 기존 쏘렌토R(13.8km/l)보다 10%가량 떨어졌다. 

엔진을 개선하고 스톱&고 시스템을 기본 장착했음에도 이전 모델보다 무거워진 탓에 연비가 나빠진 것이다. 신형 쏘렌토의 무게는 1840~1952kg으로, 기존(1776~1874kg) 대비 64~78kg 더 나가며,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차 싼타페(1760~1864kg)보다 80~88kg 무겁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 2.2 2WD의 연비는 12.4km/l로 이전 대비 10%가량 떨어졌다

기아차는 신형 쏘렌토에 고장력강판을 늘리고,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사용하고, 소음·진동을 개선하고, 안전사양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밝혔는데, 차체가 무거워져 연비가 떨어진 탓에 이 모두가 과소평가 받는 듯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세계적인 다단화 및 듀얼클러치 추세와 달리 아직도 6단 자동변속기에 머무르고 있어 연비 향상 효과도 적어 보였다. 

경량화를 통해 무게를 줄이고, 다운사이징과 변속기 개선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 기본 가격 비슷하지만, 옵션 늘어…최고급 트림 풀옵션 4138만원

신형 쏘렌토의 가격은 2.0 모델 2765~3320만원, 2.2 모델 2925만원~3406만원으로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옵션이 크게 늘어 호화로운 안전·편의사양들을 이용하려면 수백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해 부담스럽다.

시승차는 2.2 모델 중에서도 최고급 트림인 노블레스-스페셜 풀옵션이다. 기본 가격만 3406만원인 데다가 풀옵션으로 511만원이 추가돼 총 3917만원을 내야 한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의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우선 7인승 패키지가 66만원이며 내비게이션과 JBL 사운드 시스템,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추가하려면 228만원이 든다. 여기에 후측방·차선이탈·전방추돌 경보시스템이 적용된 하이테크 패키지 101만원,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116만원이다. 

이밖에 4WD 모델을 구입할 경우 213만원, 스노우 화이트 펄 색상 8만원이 추가돼 모든 사양을 선택하면 가격은 4138만원까지 올라간다.

▲ 기아차 신형 쏘렌토와 쏘렌토R, 현대차 싼타페 제원 비교표

최근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신차들의 완성도는 점점 높아졌다. 신형 쏘렌토 역시 안정적인 주행 능력과 고급 수입차 부럽지 않은 화려한 사양, 넓은 실내 공간 등을 갖췄다. 시승 내내 이만한 패밀리 SUV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점점 올라가는 가격을 잡고, 파워트레인 개선과 경량화를 통해 연비를 향상시켜야 진짜 '급이 다른 SUV'라 부를 수 있을 듯했다.

* 장점

1. 넓어진 실내 공간. 패밀리 SUV로는 최고

2. 디젤차임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소음·진동을 잘 잡았다

3. 고장력강판을 사용한 탄탄한 차체. 주행 안정성 향상돼

* 단점

1. 연비가 10%나 낮아지다니...왜 신차가 이렇게 무겁나

2. 화려한 안전·편의사양은 대부분 옵션

3.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4138만원. 수입차 뺨치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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