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기아차의 '스마트 시계'? K3 워치 써보니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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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2 11:23
[사용기] 기아차의 '스마트 시계'? K3 워치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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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주머니를 모두 뒤적거리고 가방을 탈탈 털어봐도 도저히 나오질 않는다. 자동차키를 분명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어디로 갔는지 통 보이지 않는다. 옆에서 뻘쭘하게 서있는 '소개팅녀'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당장이라도 택시를 타고 먼저 갈 기세다. 망할놈의 자동차키. 등골에 식은 땀이 주르륵 흐른다. 

많은 20~30대 남성들이 자동차키를 가지고 다니기 싫어한다. 주머니가 불룩 튀어나와 모양새가 빠지는 데다가, 불편해 테이블 위에 꺼내 놓기라도 했다가는 깜박하고 잃어버리기 일쑤다.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자동차를 조작할 수 있는 뭔가 '스마트'한 키가 필요하다. 

'기아 K3 워치'는 아마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등장한게 아닐까. 과연 쓸모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차와 시계를 시험해봤다.  

▲ 기아차 K3 워치

갤럭시 기어와 애플 와치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달아 스마트 시계를 내놓고 있는 상황. 자동차 업계 역시 시선을 돌려 차량과 시계를 연결하는 스마트 시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계는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가장 '핫'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지만, 기아차 역시 K3 워치를 통해 국내 최초로 스마트 시계에 도전했다. 스마트키를 시계에 넣어 키가 없더라도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 주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했다. 손목에 시계만 걸어두면 되니 옷 태가 망가질 염려도, 잃어버려 당황할 걱정도 없다.

▲ 기아차 K3

주차된 K3에 다가가니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드미러가 반짝거리며 펼쳐졌다.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며 레버를 당기니 문이 덜컥 열렸다. 시트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리니 '스마트키가 실내에 없다'는 표시 없이 그대로 시동이 걸렸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로 시동이 꺼지고 문이 잠기고 사이드미러가 접혔다. 트렁크를 열고 닫는데도 키가 필요하지 않았다.

K3 워치의 기본적인 기능은 스마트키와 같다. 스마트키 기능이 시계에 그대로 내장돼 있으니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지 않고, 별도의 버튼 조작 없이 문열림·닫힘, 시동 켜기·끄기, 트렁크 열기·닫기가 가능하다. 자동차 키가 열쇠에서 버튼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동차키가 아예 사라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 기아차 K3 워치

아직 초기 단계다보니 K3 워치는 스마트키 이상의 기능이 없는 '스마트' 시계다. 자동차 업계에서 스마트 시계 선두주자는 닛산과 메르세데스-벤츠로, 이들은 연료 상태 등 기본적인 차량 상태를 비롯해 문 열림과 시동 등의 원격 조종, 교통 상황 변화까지 알려주는 시계를 만들고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동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다만, 앞으로 자동차와 시계의 만남은 계속될 것이고, 이를 국내에서 기아차가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것은 높은 점수를 줘야겠다. 

▲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한 스마트 시계

K3 워치 역시 앞으로는 진짜 '스마트한' 시계로 발전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아차가 유보(UVO) 시스템을 통해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기술력을 스마트 시계에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기아차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원격 차량 온도조절, 원격 시동 등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도 차량 조작이 가능한 스마트 시계를 계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아차 K3 워치

문제는 얼마나 차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만들 수 있느냐다.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패션 센스와 부(富)를 동시에 드러내게 해주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기아차 측은 "어떤 의상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세련된 디자인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지만, K3 워치를 직접 차보니 디자인과 소재의 고급감은 다소 아쉬웠다. 스마트키 기능을 넣다 보니 시계 몸통이 워낙 몽뚝한데다 사용된 플라스틱은 저렴해 보이고 고무밴드도 뻑뻑해 착용감이 썩 좋지 않았다. 초기 모델이다 보니 아무래도 기술력과 고급스러움 보다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다만 국내 최초의 시도인 만큼, K3 주요 소비층인 20~3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패션 시계인 지샥(G Shock)처럼 만든다거나, 한단계 높은 시계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했다. 현재는 중저가 시계 브랜드 '로만손'이 디자인과 생산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기아차가 K3 출시 2주년을 기념해 9월 중 K3 구매자 1500명에게 K3 워치를 증정한다

그러나 K3 워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기아차는 9월 K3 구매자에게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K3 워치 1500개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전체 구매자 중 60% 이상인 1100여명이 K3 워치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아차가 예상한 30%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9월 전 K3를 산 소비자들에게 별도 구입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추가 물량 생산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생각보다 두툼한게 좀 흠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는 여러 기능을 넣을수록 시계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K3 출시 2주년 기념일에 맞추다 보니 기본적인 기능만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출시를 목표로 K3 워치 후속작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장차 기아차의 스마트 워치로 발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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