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터그래프 직원들은 행복하면서도 갈등의 연속이다. 요즘 시승용으로 준비된 페라리 458과 캘리포니아 중 어떤 것을 타고 퇴근해야 하나 나름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이 두 차는 추구하는 방향이 꽤 다르다. 458이 스파르탄 감각의 순수 스포츠카라면 캘리포니아는 여유로운 감각의 즐거운 스포츠카다. 458이 짜릿함이 매력이라면 캘리포니아는 느긋함이 행복한차다. 천장만 열어도 458은 머리 위만 달랑 열리는 느낌이라면 캘리포니아는 하늘 전체가 열리는 느낌이다.
만약 서킷에 들어간다면 짜릿한 458을 타는게 맞다. 더 빠르고 더 납작하다. 카트를 타는 느낌마저 든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어 슈퍼카를 몰고 있는게 어떤 느낌인지를 분명히 깨닫게 해준다. 그렇지만 트렁크가 마땅치 않고 전면 보닛을 열면 중간 크기 캐리어 한개를 달랑 넣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밖에 없다. 잠시 탈때는 몰라도 출퇴근에 쓰려면 뒷좌석이 없다는 점이나 딱딱한 서스펜션, 높은 RPM이 꽤 고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라면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매일 주행해야 한다면 당연히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는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높은 엔진 높이 때문에 보닛이 올라왔고, 여기 맞춰 시트포지션도 좀 더 높아 시야가 넉넉하다. 드라이빙모드를 컴포트(COMFORT)로 두면 시내에선 노상 7단이 들어간다. GT카, 즉 장거리를 주행하기 위한 스포츠카라서 꽤 일상적인 차를 타는 느낌이지만 필요하면 언제고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 평소 매던 배낭은 트렁크 대신 뒷좌석에 놓고 주행한다. 천장을 열면 접혀서 트렁크 안에 들어가지만 그 상태에서도 대형 여행용 캐리어를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이 두차는 꽤 많은 공통점도 있다. 우선, 캘리포니아는 시장에 먼저 나와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직분사 V8엔진을 검증했다. 이어 458이 엔진 성능을 더 높이고 좀 더 강력한 차체를 통해 최고의 퓨어 스포츠카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캘리포니아의 판매가 훨씬 많다. 페라리의 현행 양산 모델은 FF, 캘리포니아, F12 베를리네타, 458 등인데 이 중 리어미드십(RMR)인 차는 458뿐으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앞엔진-프론트미드십(FMR) 페라리가 사실 주류인 셈이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의 선풍적 인기는 전체 페라리의 수익성을 높이고 신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돼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