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10대 중 7대 수입차…"국산차 발딛기 힘들어"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7.29 18:00
고급차 10대 중 7대 수입차…"국산차 발딛기 힘들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있으면 당연히 수입차, 돈 없어도 수입차"

고급차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수입차 점유율이 무려 66%에 달했다. 전체 판매량에서는 국산차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고급차로 갈수록 수입차의 점유율이 커졌다. 

28일, 올해 1~6월까지 상반기 동안 국내에 판매된 4000만원 이상 고급차 판매량은 총 10만9569대다. 이 중 국산차는 34.1%에 해당하는 3만7393대로 65.9%(7만2176대)의 점유율을 기록한 수입차에 크게 뒤졌다.

▲ 국내 4000만원 이상 고급차 판매량

업계에서는 국산 고급차의 부진 이유로 라인업 부족, 줄어든 가격 격차, 소비자 인식, 마케팅 실패 등을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의 경우 소형차에서 대형 세단과 SUV까지 수십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으나, 국산차는 4000만원이 넘는 고급 모델이 7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또 "국산차 가격은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오른 반면, 수입차는 FTA 등으로 점점 가격이 낮아져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국산 브랜드는 고급차를 출시할 때마다 무작정 '수입차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 이는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는 마케팅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현대차 제네시스를 살 돈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메르세데스-벤츠 C·E클래스나 BMW 3·5시리즈 등 수입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국산 고급차, '제네시스' 덕분에 체면치레…고급 SUV가 필요

국산 고급차는 수입차를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 신형 제네시스로 겨우 체면치레했을 뿐이다. 지지부진하던 제네시스 판매량이 신형 모델 출시 이후 213%나 급증한 덕분이다.

4000만원 이상 국산차 판매량 3만7393대 중 제네시스는 2만380대(54.5%)를 기록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1월 3728대, 2월 4164대 등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5월 27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6월에 다시 3605대로 회복하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 현대차 제네시스 판매량 변화 추이

국산차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현대차 에쿠스의 경우 5094대가 판매돼 1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에쿠스는 1월 962대가 팔렸지만, 5월 786대와 6월 683대 등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7% 줄었다. 특히, 1억1260~1억4300만원의 최고급 에쿠스(리무진, 5.0 V8 모델)가 경쟁하는 1억2000만원 이상의 최고급차 시장에서는 수입차가 에쿠스 전체 판매량보다 많은 5581대가 판매되는 등 경쟁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기아차가 수입차 대항마로 출시한 K9 역시 판매량이 적었다. K9은 작년 5029대(월 420대)가 판매되더니 올해 6월까지도 2650대(월 442대) 팔렸을 뿐이다. 기아차는 일부 사양을 변경하면서 가격을 내린 모델까지 내놨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6% 줄어들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기아차 K9

쌍용차 체어맨H와 체어맨W의 판매량도 저조했다. 올해 6월까지 체어맨H는 485대, 체어맨W는 738대 팔렸을 뿐이다. 쌍용차는 체어맨 이외에 더이상 다른 세단을 출시하지 않고, 체어맨을 더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고급 SUV 시장은 완전히 수입차로 넘어갔다. 국내에 판매되는 4000만원 이상 SUV는 현대차 베라크루즈와 기아차 모하비뿐이다. 모델 수가 적을뿐더러 판매량도 적다. 모하비는 6028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34% 늘었지만, 베라크루즈는 2018대로 5% 줄었다. 베라크루즈의 경우 해외에서는 단종되고 맥스크루즈로 대체됐는데, 국내에서도 베라크루즈 소비자 상당수가 맥스크루즈로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맥스크루즈는 올해 6월까지 5076대가 판매됐다. 

◆ 수입차 10대 중 9대 4000만원 넘어…그래도 인기 폭발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의 공식 판매가격은 4000만원이 넘는 모델이 대부분(88.5%)이다. 4000만원 이하의 수입차를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KAIDA 기준). 특히, 소형차에서 대형 세단과 SUV까지 수십여종에 달하는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 선택의 폭이 매우 넓고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올해 6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총 9만4263대로, 전년(7만4487대) 대비 26.6% 성장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12.1%에서 13.9%로 올랐다(상용차 제외). KAIDA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을 17만4000대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현재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의 주요 차종 판매량

전체적인 판매 실적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가 이끌었다. 이 브랜드들이 국내에 판매하는 차 중에서 4000만원 이하는 각각 1대씩밖에 없었다.

BMW는 올해 6월까지 3시리즈 4786대, 5시리즈 8206대, 7시리즈 968대, SUV 2773대 등 총 2만268대를 팔았다. 유일한 4000만원 이하 모델인 118d 어반(3650만원)은 1173대가 판매됐다. 

▲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는 C클래스 1771대와 E클래스 9046대, S클래스 2134대, SUV 1524대 등 총 1만6642대를 판매했다. 3490만원의 A200 CDI 모델은 418대가 팔렸다. 

아우디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A4 2343대와 A6 5787대, A8 536대, SUV 1547대 등 총 1만3536대다. 3790만원의 A3 2.0 TDI 모델은 625대가 판매됐다. 

렉서스와 인피니티, 볼보 역시 단 1개 모델을 제외하고는 모두 4000만원이 넘었다. 렉서스는 ES300h(2002대)의 활약으로 2917대를 판매했으며, 인피니티는 새롭게 출시된 Q50이 1088대 팔려 총 1359를 판매했다. 볼보는 특별히 눈에 띄는 모델이 없었지만, 전 차종이 고른 판매량을 기록해 1296대가 판매됐다. 

▲ 재규어 XJR

재규어와 캐딜락은 모두 4000만원이 넘는 모델을 판매했다. 재규어의 경우 XF와 XJ 등 1045대, 캐딜락은 122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의 경우 폴로와 골프, 제타, 파사트, CC, 티구안 등 다양한 베스트셀링카를 보유하고 있지만, 많이 판매되는 모델은 대부분 4000만원 미만이었다. 

이밖에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4와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인기로 1904대가 판매됐으며, 지프는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의 활약으로 1755대를 판매했다(4000만원 이하 406대). 또, 포르쉐는 1219대, 벤틀리는 164대, 롤스로이스는 19대가 판매됐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