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뼛속까지 전기차, BMW i3…"이 정도는 돼야"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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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5 18:18
[시승기] 뼛속까지 전기차, BMW i3…"이 정도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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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주행 가능 거리 54km(완충 시 132km). 시승차 키를 넘겨 받은 순간부터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까지 거리는 27km, 왕복을 장담하기 힘든 숫자였다. 중간에 멈추면 어쩌나 머릿속에 수 많은 생각이 교차됐다. 과연 위험하더라도 모험을 할 것인가, 아니면 맘 편히 다른 차를 탈 것인가.

고민도 잠시, 이 차는 '핫'한 전기차 BMW i3. 지금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탈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배터리가 다 떨어져 멈추면 밀고서라도 탈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 위급하면 중간에 가까운 지인집에 맡기는 한이 있더라도 시승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i3에 올라탔다. 시승한 차는 i3 솔(SOL) 트림으로 가격은 6400만원이다.

▲ BMW i3를 시승하니 미래가 성큼 다가온 듯했다

◆ 브레이크 필요없는 차…획기적인 원페달 운전법

믿기 힘든 일이었다. 약 27km를 주행하며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만약 i3를 타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i3는 그게 됐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멈춰섰다. 이 차를 처음 운전한다면 어색하게 느낄 수 있겠다.  

▲ BMW는 i3를 통해 원페달 운전법을 제시했다

이 기능은 BMW가 새롭게 개발한 원페달 운전법(싱글 페달 제어 기능)으로, 한 마디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에 배터리를 강하게 충전 시켜 브레이크를 대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에서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번 익숙해지고 나니 주행이 재미있어졌다. 앞 차와의 간격에 따라 가속페달 밟는 정도를 조절하면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멈춰서니 묘한 쾌감이 들었다. 막히는 도로에서는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정지할때 세밀하게 멈추니 안정감이 높아졌다. 크리핑(브레이크를 떼면 저절로 조금씩 전진하는 현상)이 없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브레이크 밟을 일이 없으니 불편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 BMW i3에 적용된 액티브 크루즈컨트롤

액티브 크루즈컨트롤까지 작동하니 브레이크는 더이상 필요치 않은 존재가 돼버렸다. 속도를 시속 80km에 맞추고 차간 거리를 설정하니 직접 페달을 밟는 것보다 능숙하게 움직였다. 토크가 우수해 초반부터 빠르게 움직였으며, 멈출 때도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멈춰섰다. 또, 스티어링휠 왼쪽 버튼을 모두 크루즈컨트롤에 할애하는 BMW 특유의 방식 덕분에 손을 떼지 않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 주행거리 늘리는 i3의 마법…뼛속까지 전기차

달릴 수록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출발 할 때는 54km였는데, 주행을 하다보니 점점 증가해 어느새 67km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한참을 달렸는데도 좀처럼 떨어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27km가량 달려 집에 도착했는데도 53km나 남았다. 고작 1km 달릴 수 있을 정도의 베터리 양으로 무려 27km를 달렸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출발 전 괜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 BMW i3의 계기반. 5.5인치의 작은 LCD가 장착됐다

사실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났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i3를 완전 충전했을 경우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32km로, 아무리 배터리를 아끼며 조심조심 달려도 한계가 있다. 다만, i3의 경우 운전자의 주행 습관을 즉각 반영해 배터리가 방전되서 멈추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했다. 앞선 운전자가 과속이나 급출발·급정지 등 가혹한 운전을 해 거리가 확 줄어들었고, 다시 연비 운전을 하자 주행 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 BMW i3 실내

그러나 i3는 뼛속까지 전기차.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주행 거리를 늘기리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적용됐다. 원페달 운전법을 통한 에너지 재생모드와 액티브 크루즈콘트롤뿐 아니라 에코 프로와 에코 프로 플러스 등 주행 모드를 변경을 통해 주행 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에서는 주행 성능이 다소 제한되지만,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지는 등 배터리 효율을 최적화한다.

▲ BMW i3의 절개도

특히, i3는 처음부터 전기차로 설계됐기 때문에 경쟁모델보다 가벼워 더욱 멀리 달리기에 유리하다. 기아차 쏘울EV 등 다른 전기차는 기존 모델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한 것이어서 일반 모델에 비해 200kg가량 무거운 반면, i3는 단순한 차체 구조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1300kg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쏘울EV(1508kg)보다 무려 200kg이나 가벼운 것이다. 

▲ BMW i3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저구름저항 타이어

타이어 역시 전륜(155/70 R19)과 후륜(175/60 R19)에 모두 구름 저항이 낮은 타이어가 장착됐다. i3 전용 타이어를 개발한 브리지스톤 측은 "트레드 패턴을 좁히고 직경을 넓혀 운동에너지 손실을 막았으며, 타이어가 엷아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공기 흐름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i3에는 22kWh급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BMW에서 제공하는 타입 1(완속 충전) 방식을 사용할 경우 완전 충전하는 데 3시간이 걸린다. 급속 충전을 할 경우 타입 1 콤보 방식으로 80% 충전하는데 30분이 걸린다. 또, 가정용 220V 사용 시 8~10시간이 걸린다.

◆ 전기차 뛰어넘는 날렵한 주행 성능…주행 가능 거리는 뚝 떨어져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53km. 지금까지는 벌벌 떨며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운전했지만, 이제는 배터리가 남아돌았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며 그동안 못했던 사치를 누려도 될 듯 했다. 

▲ BMW i3

뻥 뚤린 내부순환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이니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i3에는 50kW급 전기모터가 장착돼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를 낸다. 안전최고속도는 150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7.2초다. 그러나 i3의 체감 주행 성능은 제원에 쓰여진 숫자보다 훨씬 뛰어났다. 차체가 가벼워 초반 가속성이 우수한데다 고속으로 쭉 치고 나가는 느낌도 좋아 추월을 하거나 차선을 변경 할 때 눈치 볼 일도 없었다. 게다가 차체 하단에 장착된 배터리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아 안정감도 있었다. 

▲ BMW i3는 코치도어 문열림 방식이 적용됐다

굽이진 코너에서 다소 과격하게 스티어링휠을 돌려봤는데도 별다른 흔들림 없이 날렵하게 빠져나왔다. 차체가 높아 다소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후륜구동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역시 BMW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엔진이 없는 만큼 앞 공간에 여유가 있다보니 회전 반경이 좁게 설계돼 U턴을 할 때도 편리했다. 

그러나 역시 사치였다. 신나게 고속 주행을 하다보니 얼마 가지 않았음에도 주행 가능 거리가 순식간에 23km로 뚝 떨어졌다. 아직 가야할 거리가 많이 남아있어 사치는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 몰려드는 여성 팬들…'미래에서 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승을 끝내고 i3를 회사 앞 주차장에 세웠다. 역시나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i3에 쏠렸다. 특히, 페라리 등 최고급 스포츠카가 주차돼 있을 때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옆 사무실의 도도한 여성들이 하나 둘 씩 나와 i3와 함께 사진을 찍으니 뭔가 흐믓한 기분이 들었다.  

▲ BMW i3

i3는 제로(0)에서부터 새롭게 만들어진 순수 전기차다 보니 구동방식 등 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실내외 디자인에도 미래적인 요소가 대거 가미됐다. 보닛 라인 등 전체적인 실루엣은 기아차 모닝과 비슷한 느낌도 드는데, 세부적인 디테일에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C필러를 생략한 듯한 디자인부터 창문 전체를 하나로 연결한 듯한 느낌, 독특하게 꾸민 벨트 라인과 후면부, 양쪽으로 펼쳐지듯 열리는 코치도어, 깔끔하게 처리된 램프 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 BMW i3

BMW코리아 측은 "i3에는 BMW i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인 물결이 흐르는 '스트림 플로우 라인'과 U자 모양의 볼륨 라인이 적용됐다"면서 "BMW 고유의 전통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디자인 됐다"고 설명했다. 

i3의 크기는 길이 3999mm, 너비 1775mm, 높이 1578mm며, 휠베이스는 2570mm다. 차체 크기는 쏘울EV보다 조금 작지만, 휠베이스는 같다. 

◆ 최첨단 실내에 넓은 개방감…친환경 소재로 더 가볍고 고급스럽게

코치도어를 열고 차에 올라타니, 지상고가 예상보다 높아 깜짝 놀랐다. SUV 만큼은 아니지만, 다리를 꽤 많이 올려야 차에 탈 수 있다. 뒷문을 열 때는 도어트림 끝에 달린 알루미늄 손잡이를 당기면 된다. 닫을 때는 뒷문부터 닫아야 한다.

▲ BMW i3 썬루프

실내에 들어서니 시야가 꽤 넓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BMW코리아 측은 개방감을 극대화해 겨울철에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게 했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뭔가 억지로 끼워맞춘 것이란 생각에 실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배터리는 에어컨보다 히터를 틀 때 더 빨리 소비되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최대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BMW i3의 실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천연 가죽, 양모, 원목 등으로 꾸며졌다

i3의 실내는 도어트림 등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스포츠카 등에 사용되는 '드라이카본'의 매끈함은 아니다. 표면이 마치 부직포처럼 거칠어 고급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지만, 드라이카본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친환경적이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겠다. 또, 시트 등에 천연 가죽과 양모 등 재생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 대시보드 상단을 원목으로 꾸며 나름 고급감도 느껴지게 했다. 

▲ BMW i3 실내

실내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단조로운 스티어링휠 구성에 대형 계기반 대신 5.5인치의 작은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는데, 베터리 잔량과 속도 등 중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줬으며,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어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 변속기 조작은 메르세데스-벤츠 등에 사용된 칼럼시프트처럼 스티어링휠 오른쪽 뒤편에 장착된 두툼한 기어노브를 돌리는 방식이다.

▲ BMW i3 실내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대형 LCD가 적용돼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센터터널에는 주행모드, 인포테인먼트, 경보, 파킹 브레이크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버튼들이 마련됐다. 썬루프는 넓진 않지만, 두 개로 분할돼 독특한 느낌을 준다.

▲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BMW i3

전기차는 아직 불완전하다. 전기차가 아직 내연기관차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주행 거리가 짧아 여기저기서 자주 충전해야 하는데, 충전소를 찾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운 좋게 충전소를 찾더라도 충전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전기차를 몰기 위해선 집에 반드시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아파트에선 주민들의 반대로 설치가 어렵고, 주택은 설치가 가능한 지역이 한정돼 있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굳이 전기차를 살 이유도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고급 수입차를 사는 것이 더 이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i3의 기술적인 부분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부족한 인프라와 몇몇 기술적 요소만 개선된다면 내연기관을 대체하기 충분해 보였다. 특히, 세계적인 친환경 노력과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으로 전기차는 불가피한 대안인 데다, 각 업체에서도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시스템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전기차는 분명 멀지 않은 미래고, BMW는 i3를 통해 그 누구보다 확실한 미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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