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MW 드라이빙 센터, 자동차 문화의 '문' 여나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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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5 09:39
[기자수첩] BMW 드라이빙 센터, 자동차 문화의 '문'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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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교통과 자동차 문화는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많은 운전자들은 회전 교차로에서 어느 쪽이 우선인지 헷갈리고, 단속이 진행되는데도 1차선을 비워두지 않는다. 스스로 차를 정비한다든지, 부품을 손수 구하는 일도 보기 힘들다. OECD국가 중 연일 교통사고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도 뒤떨어진 자동차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자동차가 그저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지만 먼저, 차를 만드는 회사가 판매 이외의 것들에 대해 너무 무관심해서다.

국내서 제일 간다는 현대차는 이제야 역사 만들기에 돌입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울산 현대공장 안에 위치한 현대차 박물관은 삼성의 용인 교통 박물관에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간소하다. 기념비적인 첫 모델 ‘포니’ 조차 원형을 갖고 있지 않아 외국에서 구입해왔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무려 128년전 제작한 페이턴트 바겐의 설계도까지 보관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 2014년 7월 14일. BMW 드라이빙 센터 준공식이 열렸다.

국내 제조사들은 역사와 지식에서 해야 할 일을 못한것 뿐 아니라, 달리는 것의 즐거움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중년이 된 우리는 이제 운동장 한바퀴만 돌아도 숨이 가쁘지만, 여전히 바통을 이어받으며 내달리던 그때를 그리워한다. 그 손맛과 역전의 짜릿함은 어쩌면 자동차가 대신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속도를 높여 달리고, 굽이 친 길을 오르내릴 때의 쾌감은 수억원에 달하는 차를 선뜻 선택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최근엔 얼마간의 돈만 내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서킷도 늘고, 주말이면 수입차 업체나 레이싱팀이 주관하는 트랙데이도 열린다.

이런것들도 사실 우리 제조사들이 했어야 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치고 변변한 트랙이나 시설 하나 갖추지 못한건 우리 현대기아차 뿐이다. 

▲ BMW 드라이빙 센터 본관 실내 전경.

그동안 국산차 업체는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하는데 안일했고 수입차 브랜드는 색다른 경험을 앞세워 충성도 높이기에 열을 올렸다. 결과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수입차 판매대수는 매달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더욱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국산차의 선호도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국산차가 '마지못해 사는 차'가 된 이상 점유율 변화는 눈에 띄게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문화 마케팅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미니를 보면 알 수 있다. 작은데 문짝도 고작 두개뿐인 차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인기를 끈 것은 미니만의 독특한 감성과 그들만의 문화가 있어서다. 그리고 그 문화는 자생적이기도 하지만 때론 제조사가 기여하거나 발전 시키기도 한다.

▲ 2013 미니 유나이티드 현장.

미니는 미니 동호회나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년 대규모 행사를 진행한다. 거대한 크루즈선에 미니를 빼곡히 싣고 대규모 시승을 떠나거나, 전세계적인 미니 축제인 ‘미니 유나이티드’를 국내 실정에 맞게 들여와 그들의 결속력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러한 결실에도 BMW는 성이 안차는지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약 2.6km 길이의 트랙과 전시장, 서비스센터, 레스토랑 등으로 이뤄진 복합 문화단지, ‘BMW 드라이빙 센터’를 세운 것이다.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 세번째다. 더욱이 이 프로젝트는 독일 본사에서 먼저 추진한 것이 아니라, BMW코리아가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까지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 BMW 드라이빙 센터의 핵심인 트랙은 최장 2.6km이며 다목적(Multiple), 다이내믹(Dynamic), 원선회(Circular), 가속 및 제동(Acceleration and Braking), 핸들링(Handling), 오프로드(Off-road)의 총 6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BMW나 미니 오너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또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차를 타고 트랙를 돌 수 있고, BMW가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기름이나 타이어 등의 메인터너스를 생각하면 그 비용은 터무니 없이 저렴하다. BMW코리아도 이게 수익을 위한 시설은 아니라고 말한다.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는 “BMW 드라이빙 센터는 수익 모델이 아니다”라며 “한국에 새로운 자동차 문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입차 업체가 한국의 자동차 문화 발전을 위해 선봉에 서는 상황은 왠지 씁쓸하지만, 어쨌든 이를 통해 문화가 더 다양해지고 질적인 성장까지 거둔다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일이겠다.

▲ BMW와 미니의 사륜구동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

그동안 우리에겐 자동차 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판매 목표를 위해서만 달려간 기업은 소비자들의 즐길거리나 새로운 문화 창출은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시작은 BMW가 했지만, 이제라도 더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면 분명 산업과 문화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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