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나인봇, 신인류의 이동수단…미래의 탈것, 현실에 '성큼'
  • 김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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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0 23:47
[시승기] 나인봇, 신인류의 이동수단…미래의 탈것, 현실에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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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엥~" 소리와 함께 사람이 지나간다. 서있는 것만 같은데, 마치 구름을 탄 듯 미끄러져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서있는 것도 아니고 타고 가는 것도 아니다. 나인봇을 처음 본 느낌은 그랬다. 

걷기와 자동차, 그 중간의 이동 수단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 나인봇(Ninebot)을 시승했다. 나인봇 시승을 위해 구로구에 있는 스타플릿 본사를 방문했다. 회사에는 나인봇 외에 전기 킥보드, 전기 자전거, 오프로드용 나인봇 등 전기로 움직이는 탈 것들이 널려있었다. 얼핏봐도 모두 신기한 것들이었다. 

나인봇은 그 중 가장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올라서서 몸을 기울이기만 해도 즉시 전진하고, 오뚜기처럼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걸을때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걷는데, 이와 매우 비슷한 구조기 때문에 승객은 걷는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기울이면 스스로 오뚜기처럼 일어나면서 달리기 때문에  '자가평형 이륜차'라 부른다. 자이로스코프 센서와 가속도 센서 등 다양한 센서가 잘 짜여 있다. 

중국의 벤처업체 ‘나인봇(Ninebot Inc)’이 생산하는 제품인데 국내서도 올해 5월까지 200대 가량의 나인봇이 판매됐다고 한다. 대중화와는 아직 거리가 멀지만 생각보다는 판매량이 높다.

◆ 모양부터, 타는 순간까지...정말 신기하네

실제 하얀색 나인봇은 미래에서 온 물건 같아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마저 든다. 두 개의 바퀴, 핸들 스탠드, 발판 등 세 가지로 간단히 구성된 장비가 사람을 태우고 달린다니 쉽게 믿기지 않았다. 

▲ 나인봇
▲ 나인봇 리모컨

이런 신기한 물건에 올라탄다니 맘이 다 설랬다. 

처음엔 스스로 서있을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사람이 올라타지 않았을때는 고정받침대를 사용하거나 벽에 기대놔야 했다. 

스위치를 켠 후 발판에 올라섰다. 몸이 앞뒤로 요동치는 듯 했다. 앞으로 조금 기울어지자 앞으로 전진했고, 놀라 뒤로 당기니 뒤로 물러섰다. 앞뒤로 왔다갔다를 여러차례.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야 제대로 전진할 수 있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 때문에 볼성 사나운 모습을 보인것 같아 조금은 창피했다. 

핸들을 조금만 기울여도 몸체가 전진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으며 살며시 발판에 올라서야만 쉽게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 발판과 상태표시등
▲ 핸들손잡이. 남녀 탑승자 모두에게 적당한 크기

핸들 중간에는 액정화면이 있어 자동차의 계기반처럼 운행 속도, 배터리 상태 등의 각종 정보를 표시한다.

◆ 쉬운 조작법, 경쾌한 주행 성능…주행 안전 장치는 아쉬워

조작 방법은 명쾌하고 간단했다. 핸들만 앞으로 밀었더니 그대로 전진했고, 뒤로 당기니 후진했다. 점차 욕심이 붙어 기울임이 커졌다. 그러자 속도가 조금씩 더 빨라졌다. 너무 급격하게 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면 중심이 흐트러져 넘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옆으로 가는 법도 배울 필요조차 없었다. 핸들 잡은 손을 옆으로 기울이기만 했는데도 차체는 알아서 적당히 회전했다. 앞으로 기울이면서 핸들을 기울이면 대각선으로, 꼿꼿이 선채로 기울이면 제자리에서 뱅그르르 돌았다. 생각한 대로 다 움직여지는 느낌이었다.

뒤로 움직이는 경우도 핸들을 뒤로 조금만 당기면 됐는데, 후진을 계속하니 경고음과 진동이 울렸다. 후진을 계속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차체를 180도 회전 시켜 뒤로 돌아 전진하면 그만이다. 

▲ 나인봇 주행 장면

차체를 기울이면 즉각적으로 가속하는 느낌이 경쾌하다. 하지만 최고속도가 조금 더 빨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최고속도는 시속 20km다. 최고속도에 근접하자 나인봇이 세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한속도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시스템이다. 제한속도보다 더 기울이면 차체가 넘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이정도의 높이는 올라서지 못한다. 직접 들어서 운반하자.

대구경 바퀴가 달려 있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울퉁불퉁한 흙길도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무리한 턱을 오르려 시도하다가는 바퀴가 헛돌아 앞으로 넘어질 수도 있다. 

비탈길 주행도 재미있다. 최고 20도 경사의 언덕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특히 내리막길의 경우 속도가 빨라지면 핸들을 당겨서 속도를 제어하며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침착하기만 하다면 그리 위험할것 같지는 않았다.

나인봇 차체에는 물리적인 버튼 스위치가 없다. 심지어 전원버튼도 없어 모든 기능은 무선리모컨에 100% 의존해야 했다. 무선 리모컨이 비록 편리하긴 하지만 원하는 순간에 신속하게 전원을 끄고 켜는건 어려웠다.

 

◆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무겁다

차체에는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이 사용됐다고 하는데, 겉보기엔 가벼워 보이지만 무려 23.5kg에 달한다. 헬스장에서 웨이트라면 쉽게 들 수 있지만, 나인봇은 마땅히 잡을 곳이 없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여성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무게다. 먼거리를 가야할 때는 핸들과 차체를 분리해 자동차 트렁크에 넣을 수 있었다. 

이동할땐 견인모드를 작동시키고 핸들을 잡아 끌면 천천히 이동하긴 한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활용도가 떨어진다. 특히 지하철 같이 계단이 많은 곳에선 견인모드를 이용해 계단을 한 칸씩 올라설 수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 자동차 트렁크에 휴대가 가능하다.
▲ 스탠드와 발판의 연결부. 스탠드와 발판을 연결하거나 해제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 검정색 나인봇. 뒷쪽에 검정색 나인봇 군단이 열을 맞춰 서있다.

◆ 스마트폰처럼 간편한 충전

충전은 약 3시간이 소요되며, 완전 충전된 상태로 약 20km의 거리를 운행할 수 있다. 일반 가정용 전기콘센트를 이용하면 되니 편리했다. 방전된 상태에서 완충까지의 전기료는 약 500원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고 업체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의 경우 누진세가 적용 되기 때문에 정확한 전기료는 집집마다 계산해 볼 필요가 있겠다. 

▲ 충전 중인 나인봇, 일반 가정용 콘센트로 쉽게 충전 할 수 있다.

블루투스를 통해 핸드폰과 연동도 가능했다. 아이폰에 ‘나인드로이드’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속도, 배터리 잔량 등의 나인봇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무선 원격 조종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무선 원격 조종은 신기했다. 핸드폰 앱을 통해 앞뒤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 블루투스에 의한 원격조종기능. 핸들이 분리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사람이 탑승한 상태에서 원격 조종을 할 수는 없지만, 가벼운 짐을 운반할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 나인봇 패키지. 구매후 간단한 조립이 필요하다.

나인봇은 대당 420만원이라는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본사와 대리점을 통해 대여도 가능한데, 하루 대여 비용은 8만원으로, 역시 만만치 않다. 이 분야의 원조인 세그웨이의 제품보다는 싸지만 여전히 가격대가 높다.

별도 구매 액세서리 등도 여럿 준비돼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충전기와 소지품을 담는 가방만 해도 18만원에 달한다.소모성 부품인 바퀴와 리튬이온 배터리는 각각 44만원(1세트), 95만원이다. 특히, 배터리의 경우 충·방전 기준 1000회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왠만한 자동차 배터리보다 비싸다. 헤드라이트, 핸드폰 거치대 등의 악세서리는 별도로 구입할 수 있다.

◆ 도시인의 신문화, 출·퇴근도 달라질까

나인봇은 도시에서 운행하기에 최적화 됐다. 편리한 운전 방법과 주행 방식은 도시의 곳곳을 누비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사람이 가는 곳은 대부분 갈 수 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탑승도 가능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휴대도 가능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대중교통과 병행하면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수입사 측은 밝혔다. 

실제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에서 나인봇을 이용하려하면 만만치 않다.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탈때 나인봇은 너무 큰 짐이 된다. 사람이 서 있을 공간도 부족한데 나인봇이 있을 공간이 남을리 없다. 급가속 감속을 일삼는 버스에 들고타는건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인봇을 타게 되면 행동 반경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회사까지 거리가 수km 이내라면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어 출퇴근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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