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 타고 아우토반을 시속 200km로 달려보니
  • 독일=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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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5 10:01
아우디 A6 타고 아우토반을 시속 200km로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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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은 어지간한 레이스 서킷보다 더한 곳이다. 시속 200km로 1차선을 달리고 있어도 얼른 비키라며  꽁무니에 바짝 붙는 차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제 아무리 세바스찬-베텔이라도 속수무책이겠다. 그만큼 독일의 운전자들은 차를 극한으로 몰아 붙인다. 비단 스포츠카 뿐 아니라 작은 소형차 마저 1차선에서 꼬리를 물고 덤비니 입을 못다물 정도다.

 

물론 1차선을 반드시 비우고 뒷차를 살피는 그들의 준법정신 덕에 이런 ‘하드코어’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또, 무엇보다 시속 200km 넘는 속도로 내달릴 수 있는 성능과, 그 속도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독일차'가 주종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 아우디 A6와 BMW 5시리즈 중 A6를 선택한 이유

유럽 출장에서 렌터카를 빌려야 하는 경우엔 대체로 가장 작은 소형차를 렌탈하곤 했다. 사실 이번에도 폭스바겐 업!이나 신형 골프 가솔린 모델을 예약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 공항 유럽카 직원은 “예약한 차가 사고로 인해 수리 중”이라며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말했다. 바가지 씌우는 기분이 들었지만, 요금을 조금 깎아준다는 말에 일단 받아들였다.

▲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처음 만난 아우디 A6 2.0 TDI. 이때까지만 해도 콰트로가 아니라고 실망하고 있었다.

5시리즈냐 A6냐의 고민은 의외로 쉽게 끝났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씨와 양손 가득한 짐을 해결하기 위해 콰트로와 넓은 트렁크가 필요했으니 A6를 선택했다. 5시리즈는 트렁크가 작아 일단 제외. 

▲ 대형 여행용 트렁크를 세로로 실어도 공간이 많이 남는다.

신형 A6 뿐만 아니라 아우디의 최근 디자인은 무척이나 세련됐다. 전체적인 차체는 유려하게 디자인 됐음에도 차체 옆면에 쭉 뻗은 선이 강인함과 남성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한다. 단단함이 물씬 풍기는 독일차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여기에 아우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기하하적인 LED 주간주행등이 심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밖에도 아우디 A6를 고를 이유는 더 많았으나 공항 주차장에서 차를 직접 본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 국내엔 현지에서 렌트한 모델보다 편의사양이 더 추가됐다. 하지만 역시 전륜구동에 CVT 조합은 그대로다.

요금을 깎아준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렌트한 A6는 가장 저렴한 2.0 TDI 기본 모델. 아우디의 자랑인 콰트로 시스템도 빠진 전륜구동에 변속기도 CVT다. 이쯤되니 차라리 후륜구동의 520d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본격적으로 아우토반 달려보니

조금은 개운치 않았지만 일단 드넓은 트렁크 공간을 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거니 센터페시아 상단에서 내비게이션이 스르륵 올라온다. 계기반의 화려함이나 실내 곳곳에서 풍기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아우디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다.

▲ 실내 디자인은 경쟁 브랜드 중에서 가장 화려하다. 화려함 뿐 아니라 첨단 장비도 가장 앞서있다.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해야했고 등받이 각도 조절은 골프와 비슷하게 다이얼을 드르륵 돌려야 했다. 아무리 엔트리 모델이지만 국내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반대로 도어 트림이나 가죽 시트 일부는 알칸타라로 마무리 되는 등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독일 운전자와 국내 운전자가 선호하는 편의사양이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내비게이션 스크린은 시동을 검과 동시에 스르륵 올라온다.

2.0 TDI 엔진이라 우려했지만 실은 소음이나 진동이 매우 적었다. 여기에 CVT까지 조합됐으니 승차감은 물론이고 연료효율에도 큰 이점이 있겠다. 이 CVT는 꽤 역동적으로 세팅됐다. 마치 일반 자동변속기인양 행동한다. 급가속을 할때는 엔진회전수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다시 바닥까지 끌어 내리는 식이다.

자신있게 아우토반에 올랐다. 공교롭게 지금 들어선 고속도로 이름도 A6다. 사정없이 가속페달을 밟자 시속 150km를 훌쩍 넘어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2.0리터 엔진이 너무 작다고 우려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주행모드는 다이나믹 모드로 설정해 반응과 스티어링을 민감하게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투트가르트까지 약 250km를 단숨에 달릴 생각이었다.

힘이 달린다 싶으면 수동모드를 통해 기어를 두어단 내려주면 이내 탄력을 받고 앞으로 나갔다. 선행하던 차들이 불쑥 나타난 A6에 길을 비켜주기 바쁘다. 시속 200km를 내달려도 불안한 기색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제동도 원활하고 종종 나타나는 초고속차를 위해 시속 200km에서 차선을 변경해도 안정적이다.

▲ 시속 200km까지 큰 무리없이 도달할 수 있다. 또 시속 200km를 달려도 불안하지 않다.

고속에서뿐 아니었다. A6 2.0 TDI는 전륜구동이면서도 독특하게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다. 그 결과 무게중심이 최대한 중앙으로 집결됐다. 덕분에 차체 밸런스가 뛰어나고 회전반경도 무척이나 좁아 좁은 골목길을 갈때나 주차할때도 편했다.

▲ 아우디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A6 2.0 TDI.

더없이 부드럽고, 넓고 여유로운데다, 고속주행하면서도 편안하고 안심이 되는 차여서 타는 내내 뿌듯하고 기쁘기 그지 없었다. 더구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투트가르트로, 또 하이델베르크에서 호켄하임 등으로 쉴새 없이 움직였던 이번 출장에서 A6 2.0 TDI는 단 한번도 배고프다고 성내지도 않았다. 차량 반납을 위해 공항 근처에서 주유한게 70유로(약 10만원) 정도였으니 더더욱 성공적인 선택인 셈이다. 렌터카 직원이 바가지 씌운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나고보니 가솔린 경차를 선택한 내게 A6 TDI를 권한 그녀는 은인이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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