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9, 팰리세이드로는 부족한 아빠를 위한 차" [인터뷰]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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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2 12:13
기아 "EV9, 팰리세이드로는 부족한 아빠를 위한 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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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9이 높은 가격에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전계약 일주일 만에 1만명 넘는 계약자가 몰리는 등, 기아의 플래그십 중 가장 높은 계약을 기록했다.  

기아는 EV9의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을 그 비결로 보고 있다. 국산 전기차로서는 처음 출시되는 3열 대형 SUV다. 5미터가 넘는 커다란 차체에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바닥 구조를 구현했고, 이를 통해 팰리세이드나 모하비보다도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것들이 채워져 있을까. EV9 인테리어 설계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아 EV9 GT라인
기아 EV9 GT라인

Q. EV9의 주요 타깃은 어떤 소비자들인가?

(중형2PM 김평 책임연구원) 나만의 공간을 가지면서도 가족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4인 가족의 가장이 타깃이다.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을 픽업한다던지, 북미 지역에서 축구를 하는 자녀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 넓은 테일게이트 공간과 V2L 기능을 활용하는 모습을 그렸다.

(중형패키지팀 김현욱 책임연구원) 카니발을 구매하자니 스타일이 좀 사커맘(미니밴에 자녀를 태워 학교와 스포츠 클럽에 등하교시키는 열성적인 엄마를 뜻하는 미국의 유행어)처럼 보여서 꺼려지고, 그렇다고 팰리세이드나 모하비를 구매하자니 가족을 모두 싣기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다. 공간이 충분하면서도 스타일 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운전자와 가족 두 마리 토끼를 잡자면서 시작된 발상이다.

Q. 볼보 EX90이나 폴스타3,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도 EV9을 '가성비'가 아닌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한 이유가 있나?

(김현욱) EV9 개발을 2019년에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 차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알려진 바 없었다. 개발 당시 초창기 전기차는 가격대가 높았다. 그렇다 보니 '이 가격에는 이 정도는 줘야 해'라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도 이 정도 배터리 용량에 이 정도 주행 거리를 제공하는 차량은 이 정도 '급'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야 대형 전기 SUV를 내놓겠다고 하고 있는데, 그들의 전략이 어찌 됐든 우리 차가 먼저 나오고, 우리가 선도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기아 EV9 실내
기아 EV9 실내

Q. 실내를 구성하며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무엇인가?

A. (김평) 3열 SUV로서 공간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도록 개발했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만의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김현욱) 아직까지 판매 중인 대형 전기 SUV가 없다시피 한 만큼 세계 최초로 세그먼트를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주안점은 실내 공간이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넓은 공간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기존 차량은 2열 시트 밑에 연료탱크가 있는데, 전기차인 EV9은 연료탱크가 없기 때문에 평평한 바닥을 만들 수 있었다. 기존의 모하비나 팰리세이드는 3열에 승차했을 때 좁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EV9은 연료탱크가 사라지며 그 공간에 승객이 발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고, 훨씬 편안한 자세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3열에 성인이 탑승해도 장거리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품UX개발팀 김태현 책임연구원) 고객 경험(User eXperience)의 접근 방법은 달랐다. '고객이 어떻게 실내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가설을 미리 세우고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스위블 시트를 예로 들면 시트 이외의 것, 예를 들면 센터 콘솔의 서랍이나 엠비언트 라이트와 같이 고객이 시트를 돌린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서 조화로운 UX를 만들려고 고민했다.

기아 EV9에 적용된 스위블 시트
기아 EV9에 적용된 스위블 시트

Q. 그렇다면 어떤 차와 실내 공간이 비슷한가?

(김현욱) 팰리세이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사이즈는 비슷하지만, 연료탱크가 없는 만큼 승객이 느끼는 편안함은 더 크다.

Q. 느낌만 더 편안한 것인가? 아니면 수치상 EV9이 더 큰 것인가?

(김현욱) 길이는 팰리세이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높이 방향, 즉 발부터 머리공간까지는 EV9이 더 크다. 실내 전체의 용량도 EV9이 더 크다.

EV9 스위블 시트에 성인 남성이 마주보고 앉은 모습(출처=강병휘의 Station.B)
EV9 스위블 시트에 성인 남성이 마주보고 앉은 모습(출처=강병휘의 Station.B)

Q. EV9의 핵심인 2열 스위블 시트의 사용성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스위블 시트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중형2PM 이희찬 연구원) EV9의 실내는 스위블 시트 중심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7인승과 6인승으로 총 4가지 사양이 존재한다. 스위블 시트뿐만 아니라 다이나믹 터치 마사지와 같은 신기술도 도입했고, 다양한 사용성을 주고자 개발했다.

(김태현) 모빌리티 공간 개념을 깨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앞으로 고객이 이 차를 통해서 무엇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트 구조를 제공한 부분도 있고, 차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김현욱) 2열과 3열을 바라본 채 이동하는 것도 있겠지만, 정차 중 3열을 접고 뒤를 바라보며 바깥에 스크린을 설치해 영상을 보거나 콘솔 게임을 할 수도 있겠다. 개발 과정에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짜서 활용성을 찾았다. 유아용 시트를 설치할 때도 시트가 옆으로 돌아가 있으면 편하다. 

Q. 대시보드가 그간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다. 패브릭 소재 안쪽에 버튼을 숨겨놓기도 했는데?

(김평) 외모는 강렬하게 디자인되었지만, 실내는 여유롭게 자기만의 휴식공간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가격대가 높은 차인 만큼 미래지향적인 느낌, 심리스 느낌을 주려고도 했다. 

(김현욱) 조작 편의를 위해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김태현) 어떤 것을 물리 버튼으로 남길지 고민했다. 고객들이 정말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공조 장치가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해 센터패시아 중앙에 물리 버튼으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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