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의 시작! 그곳에 M1이 있었다 [주말의 MG]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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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7 10:00
BMW M의 시작! 그곳에 M1이 있었다 [주말의 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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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XM을 출시하며 'M1에 이은 두 번째 M 전용 모델'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그런데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무려 45년 만에, 그것도 오직 M 디비전 전용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M1이 어떤 차인지를 설명하는데는 조금 소홀했기 때문이다. 

BMW M1
BMW M1

차를 잘 모른다면 이름 때문에 M1을 1시리즈 기반의 M 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M1은 BMW M의 시작을 알린, M 배지가 달린 첫 번째 모델이다. M이 등장하게 된 이야기는 M1의 아이코닉한 디자인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 모터스포츠에 대한 BMW의 진심이 빚은 차

BMW가 모터스포츠에 진심이라는건 오래 전 부터 알려져있던 사실이다. 유럽 모터스포츠의 전성기로 평가받는 197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BMW는 이 시기 3.0 CSL을 앞세워 유럽 투어링카 시리즈를 휩쓸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성취감에 빠져 있었다. 

BMW 터보 콘셉트, M1의 원형이 된다
BMW 터보 콘셉트, M1의 원형이 된다

M1은 이 시기에 맞춰 3.0 CSL의 후계자로 설계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건 1975년 당시 BMW 모터스포츠 사업부를 이끌던 요헨 네르파슈. 그는 1972년 디자인된 '터보 콘셉트'에 주목했다.

터보 콘셉트는 BMW 2002에 얹었던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미드십 형태로 배치한 모델이다. 당시 BMW가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와 직접 경쟁을 염두하고 디자인됐지만, 경영진의 반대로 출시가 무산된 차량이었다.

네르파슈가 이 차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했다. 미드십은 엔진을 각종 부품을 차체 중앙에 배치한 구조다. 무거운 부품들이 중앙에 몰려있으니 안정적인 무게 배분을 구현할 수 있고, 이는 모터스포츠에 최적화된 레이아웃이었다. 

# 람보르기니가 생산을 맡을 뻔 했다?

문제는 BMW가 미드십 스포츠카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BMW는 협업 대상을 찾아야 했고, M1 레이스카를 개발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손을 내민다. 

BMW M1
BMW M1

BMW가 찾아낸 파트너는 람보르기니와 당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끌던 이탈디자인이었다. 디자인과 설계는 주지아로가 맡았고, 생산은 미드십 제조 노하우가 풍부한 람보르기니가 맡기로 했다. 

BMW와 두 파트너간의 협업을 통해 M1 레이스카 개발에 속도가 붙는다. 터보 콘셉트보다도 강력한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었고, 비슷한 시기 카로체리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쐐기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로드카 사양은 277마력, 최고속도 260km/h를 발휘했고, 레이스 사양은 무려 850마력을 냈다. 

BMW M1
BMW M1

그런데, 완성 단계 직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을 맡기로 했던 람보르기니가 재정난으로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게 첫번째다. 결국 BMW 모터스포츠사업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레이스카를 독일에서 수작업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한다. 

두 번째 위기는 곧바로 다가왔다. FIA 측이 BMW가 출전을 염두하고 있던 그룹4 레이스 규정을 변경해버린 게 두 번째 문제였다. M1이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400대 이상의 로드카, 즉 양산형 모델로 판매되어야 했다. 다행히 레이스카 판매량도 '400대'에 포함되었고, BMW는 이 점을 노려 1978년 포뮬러 원(F1) 그랑프리의 프리레이스 성격인 M1 원메이크 레이스를 연다. M1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여진 순간이었다.

# 실패했지만, 실패하지만은 않은 이유

원메이크 레이스와 일반 판매를 통해 총 453대의 M1이 세상에 나왔지만, 성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몇 번이나 개발 과정에서 암초를 만나며 돈은 돈대로 들었는데,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바뀌는 모터스포츠 규정을 따라잡기도 어려웠다. 결국 M1은 1981년 전격 단종된다. 

(왼쪽부터) M1 오마주, M1, 터보 콘셉트
(왼쪽부터) M1 오마주, M1, 터보 콘셉트

단종과는 별개로, M1은 여러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한다. 기존의 그룹4 레이스는 물론 더 혹독한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와 그룹 B 랠리에서도 활약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M1 개발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M을 BMW의 고성능 브랜드로 육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M1을 계승하려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에는 주지아로가 다시 설계를 맡은 M1 오마주 콘셉트가 등장했고, 이 요소는 2009년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콘셉트로 이어져 양산형 i8의 뿌리가 된다. 흥미롭게도 i8은 미드십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M1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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