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창립 75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시승행사가 제주도에서 열렸다. 만인의 드림카를 타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비자림로와 1100고지도로, 해안도로 등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코스 약 190km를 달렸다.

포르쉐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
포르쉐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

이날 행사에는 국내 판매 중인 포르쉐들이 총출동했다. 추첨을 통해 2도어와 4도어 모델 각각 1차종을 시승하기로 했다.

먼저 만난 차량은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다. 911 라인업 가운데 엔트리급 성능을 갖추고 천정을 걷어낸 오픈형 모델이다. 911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포르쉐 911 카레라 S 카브리올레

이른 아침 안개가 뿌옇게 서렸다. 허공을 휘저으면 손이 축축할 정도지만, 개의치 않고 천정을 걷었다. 이전에 시승했던 타르가와는 차원이 다른 개방감이다. 타르가는 특유의 B필러 디자인과 거대한 리어글래스 등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지만, 오픈 상태에도 B필러가 남아있어 개방감은 조금 아쉽다. 반면 카브리올레는 A필러를 제외한 뒷 부분을 모두 걷어내 진정한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포르쉐 전통의 왼쪽 시동레버를 돌리니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우렁차게 깨어난다. 뒤가 뚫려있으니 배기음이 더욱 자극적으로 들려온다. 이를 증폭시켜주는 가변배기 버튼을 누르자 아이들링 사운드가 더욱 커진다. 절로 새어나는 미소와 함께 산길 와인딩에 나섰다.

911의 매력은 데일리카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분명 단단한 승차감이지만, 허리에 부담이 가는 수준은 아니다. 스포츠카임에도 장거리 주행이 부담스럽지 않다. 방지턱도 씩씩하게 잘 넘는다. 행여 범퍼가 닿을까 노심초사 하는 경우도 없다. 이대로 서울까지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본격적으로 달렸다. 3.0리터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458마력의 힘을 낸다. 카레라 S는 오롯이 뒷바퀴로만 힘을 보낸다. 코너에서 더욱 자극적이고 짜릿한 궤적을 그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쿠페보다 강성이 부족해 코너링 성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동의하기는 어렵다. 서킷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반도로에서 이 차의 성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라산 중턱을 지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안개가 드리웠다. 평소라면 우중충한 날씨에 아쉬움을 토로했겠지만, 오픈카를 타는 동안만큼은 두터운 안개가 오히려 반갑다. 따가운 햇살을 어느정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다. 4월의 제주도가 선사하는 온도와 습도는 환상적이다. 제주도에서 오픈카를 자가용으로 모는 이들이 부러워진다. 그 차가 911이라면 더더욱 그렇겠다.

1시간 남짓한 시승 시간은 차량을 온전히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911과 오픈 에어링이라는 사기적인 조합의 자동차를 유채꽃 가득한 제주도에서 즐겼으니 말이다.

포르쉐 마칸 GTS
포르쉐 마칸 GTS

다음은 4도어 시승이다. 이번엔 마칸 GTS가 함께 유유자적 해안도로를 달렸다. 작년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상품성을 대폭 개선한 모델이다. 아쉽게도 이번 마칸은 사실상 마지막 내연기관으로 남게 될 예정이다. 차세대 모델이 전기차로 계획됐기 때문이다.

마칸 GTS는 예전에 시승을 해서 구면이지만, 제주도라는 색다른 장소에서 만나니 느낌은 새로웠다. 시동 레버를 돌리자 퍼버벅 후적음이 반긴다. 겉모습만 SUV일 뿐, DNA는 포르쉐라는 걸 소리로 증명한다. 2.9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49마력을 발휘한다. 911 카레라 S에 준하는 힘이다. GTS 모델인 만큼 출력에 대한 갈증은 없다.

노멀 모드에서는 편안하다. 엔진과 변속기 반응 모두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스포츠모드를 넣자 가변배기 플랩이 열리며 조금 더 우렁찬 배기음을 들려준다. 가속 페달을 떼면 여지없이 후적음이 터져나온다. 무리해서 속도를 높일 필요는 없다. 포르쉐는 그리 빠르게 달리지 않고도 스포츠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스포츠 플러스모드 버튼에 계속 시선이 가지만, 애써 외면했다. 한적한 해안가에서는 극한의 성능을 잠시 봉인해야 한다.

포르쉐 마칸 GTS

워낙 고성능이다 보니 서스펜션 세팅이 생각보다 더 단단하지만, 제주도의 거친 노면과 흙밭 정도는 매끄럽게 지나간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서스펜션의 감쇄력 조절 범위가 워낙 넓어 일상과 트랙 주행 모두를 커버한다. 여기에는 작은 차체도 한목한다. 카이엔이나 파나메라처럼 덩치 큰 차들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포르쉐의 틈새 공략이다.

주행 보조 사양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쉽다. 포르쉐는 유독 이 부분에 인색(?)한데,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이 없다. 앞서 시승한 911은 정통 스포츠카인 만큼, 해당 기능이 빠져도 큰 불만은 없다. 그러나 마칸은 장거리 지향형 SUV다. 요즘은 대중 브랜드 엔트리급 차량에도 포함될 정도로 흔한 사양이 됐다. 이제는 포르쉐 전 차종에 넣어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포르쉐 겟어웨이 제주도 시승행사=포르쉐코리아
포르쉐 겟어웨이 제주도 시승행사=포르쉐코리아

어느덧 시승이 끝났다. 제주에서 만난 포르쉐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같은 차를 타더라도 더 멋진 장소에서 즐기니 감회가 새롭다. 수많은 이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포르쉐를 드림카로 삼곤 하는데, 여기에 구체적인 장소까지 더해졌다. 언젠가는 나만의 911을 몰며 제주살이를 하는 내 자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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